밥 먹고 10시간 만에 '사망'···공포의 '볶음밥 증후군' 뭐길래?
김태원
[서울경제]
볶음밥이나 파스타 등을 먹은 뒤 사망에 이른 사례가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조리된 음식이 상온에 방치됐다가 바실러스 세레우스라는 식중독균에 감염돼 일어난 일이다. 해외에서는 일명 ‘볶음밥 증후군(fried rice syndrome)’으로도 불린다.
최근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틱톡에는 볶음밥 증후군과 관련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게재한 틱토커는 2008년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던 20세 대학생이 파스타를 먹은 뒤 사망한 사고를 되짚었다. 이 사례는 ‘임상 미생물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에도 실렸다.
설명에 따르면 이 학생은 실온에 5일간 보관한 삶은 파스타면을 조리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메스꺼움·복통·두통·설사·구토 등을 호소하다가 끝내 열 시간 만에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의 부검 결과 사인은 간세포 괴사에 의한 급성 간부전이었다. 원인은 바실러스 세레우스 세균에 의한 식중독인 ‘볶음밥 증후군’으로 밝혀졌다.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토양 세균의 일종으로 어디에서든지 쉽게 발견되며 특히 쌀·파스타와 같은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곡물에 잘 퍼진다. 볶음밥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볶음밥 재료인 찬밥이 바실러스 증식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데서 기인했다.
게다가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가열하면 열에 강한 포자를 생성해 135도 이상에서 네 시간 가열해도 사멸하지 않는 강한 내열성을 지니게 됐다. 실온에 방치한 곡물 요리를 다시 조리해 먹는다고 해도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채소나 고기도 안전하지 않다.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건조식품에서도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 바실러스의 증식 온도는 냉장고 온도보다 높은 7∼60℃다. 냉장 보관해야 하는 식품을 실온에 보관할수록 독소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바실러스 감염은 구토 또는 설사를 유발한다.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어린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 있다.
ABC뉴스는 "볶음밥 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요리한 뒤 다음 날까지 보관할 예정이라면 남은 음식은 즉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며 "식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제안했다. 또 음식이 냉장고에서 나온 지 두 시간이 넘었다면 다시 냉장보관하는 것이 좋고 네 시간 이상 상온에 있었다면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고도 전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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