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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을 성추행한 죄책감 때문에 괴롭습니다!;;


BY 미개인 2018-05-21

내가 어린 동생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범한 때문인 듯,

동생의 삶은 내내 어둡기만 합니다.

죄책감이 무겁고,성인이 된 지금,어떻게라도 책임을 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쁜 오빠--

 

우선 타인에게 하신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시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기에

내가 타인에게 한 행동의 의미에 대해,

대개는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을 통해 받은 상처에만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죠.

대개의 부부싸움도 이런 원리에서 발생합니다.

 

내가 과거에 했던 성적 행동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는

피해를 받은 본인밖에 알 수 없기에

그걸 제가 대신 판단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습관처럼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그저 길 가다 껌 밟은 기억정도로 무시하려고 애쓰며 사는 분에서부터

단 한 번의 경험이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분까지

정말 수많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결국 경험자가 그 사건을 어떻게 규정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동생분의 질곡 있는 삶의 궤적을

단지 자신의 영향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판단이며

그로 말미암아 나 혼자 죄책감을 갖는 것도 의미 없는 자학입니다.

만에 하나 그 일이 동생분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제 와 그것을 사죄한다는 것은,

동생분이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한,

동생 분보다는 사연 주신 분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이벤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의 죄책감은 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벤트가 동생분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애써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잔인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지금 원하시는 것이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는 것’보다는

‘동생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면

차라리 앞으로는 동생분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생분이 힘들 때 언제나 곁에서 손 잡아주고,

동생분의 힘든 이야기도 들어주며

여력이 된다면 주기적으로 물질적인 도움까지 주어가며

‘나에게는 세상 사람이 모두 등을 돌려도 내 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행동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두 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든든한 동생분의 후원자가 되신 후

혹시라도 동생분이 먼저 꺼내시면 다 들어주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하시면 됩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http://blog.naver.com/orichia/221279541102 

 

글쎄요 ᆢ 케이스바이케이스겠지만

저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사과를 직접 들었을 때

제 인생을 전환시킬 수 있었어요

저에게 마땅히 사랑을 줘야 할 가족들이 절 자신들의 욕구와 감정 해우소로 이용해 절 쓰레기 취급한 기억들은

아무리 제가 사회적 잣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아도 종종 절 나락에 빠지게 했죠

가족이니까 가족이기에

사과는 더 필요했어요

당연히 더 배려받고 사랑받아야 했을 존재들이었으니까요 .

그런 존재들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짓밟힌 악몽은 절 지옥에서 헤매게 했어요.

수 년의 단절 후 받아낸 그들의 자발적인 사과는 절 깊은 나락에서 구제해주었어요

구체적인 사과는 안 하셔도

"그저 미안하다 다 내 탓인 것 같다 "

이 말만 해도 충분해요

누구에게서라도 내 인생을 보상받고픈 욕구가, 방황하는 시점에 필요한 거예요

저는 제 경험으론 사과하시는 게 좋다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ᆢ

날 보호해야 할 가족들에게 성희롱당한 기억의 아픔은 말이죠.

나뿐만 아니라 내 자식들에게도 그 아픔이 대물림되어요.

누구에게라도 사과받아야

그 아픔을 어디라도 투사하고픈 충동이 멈춰질 것만 같은 느낌에

경계성 인격 장애, 대인기피증 ㆍ남자혐오증 등을 앓았는데

내 방황의 근본 원인인 가족들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고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ᆢ

 

--지나가다--

 

치아님의 답변을 보고 무릎을 탁!쳤는데, 

님의 답글을 보고 다시 숙연해지는군요.

이럴 수도 있구나!

 

ㅡㅡ미개인ㅡㅡ

 

저도 사과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만약 내가 그 일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올 때

그게 아무리 진심이더라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과거의 일이 지금 나에게 상처로 여겨지거나

영향을 주고 있지 않더라도(혹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가족끼리 주고 받았던 부정적인 일은

세상에 대한 신뢰나 사람에 대한 신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사이가 어쩐지는 몰라도

지금 진심으로 다가간다고 해서

동생분이 그 진심을 있는 그대로 잘 수용해주길 기대하지는 마세요.

물론 충분히 사과하시고 그 뒤에

"네가 필요로 할 때 내가 언제나 옆에 있어"라는 메세지를 주시는 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치아님께서는 님의 엄청난 용기와

마음 속 존재하는, 깊은 진심어린 마음을 인정해주셨던 것 같아요.

 

다만 어려서 성추행을 가족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당한 경우.

그런데 그 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다뤄진 적도 없고 사과도 받은 적 없는 경우.

보통은 그 나쁜 일(동생 입장에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립니다.

내가 거부하지 못 해서 내가 못나서 내가 우스운 존재라서 내가 소중하지 않아서...

그게 동생의 자존감과 세상,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감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동생분이 운이 좋게도 참 내면이 단단하고 건강하고 스스로를 존귀히 여기는 분이시라면 정말 다행히도 덜 할 수는 있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시지 않으면

그 일이 동생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는 모르지요.

 

입장 바꿔서 님께서 동생분이라면

님께서 갑자기 무작정 잘해주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게 어떤 식으로 느껴질지. 진심이 있는 그대로 잘 전달이 될지 생각해 보세요.

혹은 진심어린 사과가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도

진심어린 사과 후에 전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수월할지...

그리고 혹시 동생이 어떤 식으로건 받아들여 주지않는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는 온전히 동생분의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가족이기에 사랑하면서 혹은 사랑해야 한다고 세상으로부터 주입받으면서.

내가 당한 상처가 있기에 온전히 그러지도 못했을

동생분의 복잡하고도 슬픔 마음을.

세월이 지난 지금 다루기에는 서로에게 힘든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에라도 용기내신 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에게도 동생분에게도.

치아님 이야기처럼 갑자기 과거일을 꺼내는 게

지금에 와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기에

동생분의 상처를 다루는 작업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스텝바이스텝으로 다뤄나가야 할 거 같아요.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님도 힘드셨던 부분이 많을테고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동생분에 대한 개입을 보다 적절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행인--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richia&logNo=221279541102&navType=tl

 

~나는 아주 꼬맹이 때,

부모님들은 막내만 데리고 안방에서 주무셨고,

여전히 코흘리개였지만 조금 큰 나와 동생은 건너방에서 잤더랬는데,

두 살이 어렸던 여동생과 서로의 것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다 실패(?)를 하곤,

둘 다 '애걔~뭐 벌것도 아니네!'하곤 접었던 기억이 있었고,

오십여 년이 지난 어느날인가 지나가는 말로 동생에게 언급을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줘서,

얼마간의 죄책감을 가지기엔 너무 어렸지만...

은근히 가져왔던 악몽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최근 사귀게 된 친구는 ,

오빠의 폭행으로 장애를 갖게까지 됐지만,

중년이 된 지금도 죄책감을 갖지 않고 오히려 그 장애를 빌미로

이용을 하고 있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차마 드러내고 말을 하지 못 하면서,

사과해주길 바라며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러지 않는 나쁜 오빠를 원망하고 있다는...ㅠㅠ

 

또 다른 친구는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우연히 두 집안이 함께 살게 됐고,

여섯 살 많은 사촌오빠에게 수 차례 추행을 당했고,

삼십여 년 혼자서만 간직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오다가

최근의 미투운동을 접하고서 의견을 나누던 중,

내게 털어놓으며 진저리를 제대로 쳐댔는데,

성인이 돼서 그 오빠에게 잘 아는 여자를 소개해 결혼시키게까지 됐고

지금도 여전히 왕래하며 친목모임까지 하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촌동생의 주변을 배회하는 그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 했고,주의를 당부했는데...

 

그녀의 삶 전반에 얼마간의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대수롭지 않았다며,

얼마간의 호의(?)를 고마워하기까지 하는 걸 보곤 갈등까지 겪었다.

그 악몽을 내게 털어놓으며 진저리를 쳐댔었는데,

비로소 털어내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후련해 했는데,

초등학교 오 학년이었던 철부지의 사소한 실수쯤이었을 거라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즐기기까지 하는 걸 보곤,

여섯 살인 너도 이리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더군다나 남자인 그 오빠가 과연 새까맣게 잊고

아내보다 더 챙기는 듯 가까이 하면서 저럴까며,

제발 주의하고 조금 멀리하라 했던 적이 있다.

 

그녀의 남편과,그 오빠의 아내가 그 과거를 안다면 어떨까?

그리고 과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지나치게 친한 척을 해대는 그에게

경각심을 안기라고 말하는 내가 지나친 걸까?

그가 과거의 경험을 즐기며 혼자만의 유희를 즐기고 있을 거라 말하는 내가 지나친 걸까?

그 어린 여동생을 갖고 논 나쁜 놈인데...

어쩜 저리 태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내가 나서서라도 쥐어박고 싶다.

 

만일 내가 그였다면 미안해 하고,조심할 것 같은데...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사촌 매제에게 미안해 하며 더욱 잘 할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스킨십을 하고,사진을 찍어도 누가 아내인지 모를 정도로,

아니 아내보다 더 친밀하게 가까이서 찍어서 내보이고,

모임이나 관계에서도 치사하달 정도로 쫀쫀하게 굴어대는 그를 보면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내 눈엔 음흉한 마귀가 실실 웃음을 흘리며 자신만의 추악한 정신세계를 즐기고 있는 게 보이는데...

그래서 충고를 하는 건데...

그런 내가,겨우 잊어가려는 상처를 헤집어대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미워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잊은 게 아닌데,여전히 잊으려 애를 쓰며 괴로워하고 있는데...ㅠㅠ

그녀의 잘못도 아닌데,그녀는 피해자였을 뿐인데.그녀는 아직도 괴로워 하고 있고,

가해자인 그는 뻔뻔하게 즐기듯 살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잘못된 일들을 가족이라서.가까운 사람이라서,갑이어서 묻어 온 관행(?)이 최근의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것인데...

용기있게 고발하고,그런 사람들의 용기를 높게 사며 함께하려는 마음이 모여서 보듬어 주며 ,

우리의 후손들은 그런 문란한 성문화에서 자유로워져서 아름다운 사랑을 향유하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 본다.

 

의외로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추악한 일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돼서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리다고,부끄럽다고 방치하거나 감추려만 들지 말고 더욱 세심한 눈길로 막아주고 살펴줘야겠다.

그나마 솔직하게 고백하고 어떻게든 속죄를 하고 싶어 하는 사연자의 마음이 고맙다.

치아님의 현명한 방법과 댓글을 다신 분들의 세심한 권고를 적절히 감안해서,

눈치껏 도움을 주는 등 대처하면 참 좋겠다.

어쨌거나 잊혀질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

여동생과 그 주변에 도움을 주며 속죄를 했으면 참 좋겠다.

 

             --미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