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 - 화음을 낼 줄 모르는 음치
부부의 성 - 화음을 낼 줄 모르는 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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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30대 중반의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가 사전에 전화를 넣고 양해를 구한 뒤에 다소 조용한 오후 두 시 경에 나의 진료실에 찾아 들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내가 권하는 자리에 앉는다.
결혼한 지 7년째 된단다. 결혼 전에 약 1년 간 사귀고 그리고 결혼한 지 1년 반 뒤에 낳은 딸아이가 있단다. 결혼한 뒤 1년 이상 두 사람은 꿈결 같은 세월을 보냈단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만 끝나면 만사 제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성행위도 약간 과할 정도로 하며, 아내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로 세월이 어떻게 흐르는 지 모르고 지냈단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고 딸을 낳고 아기 재롱에 또 넋을 잃고 얼마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날 밤에 느닷없이 "나 싫단 말이야!" 하고 내뱉은 아내의 절규가 이 젊고 건장한 친구의 가슴을 내려앉게 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단다. 회사에서 대리로 승진하고 업무 양도 많아지고, 영업부라 회식이다 접대다 해서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횟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자기 아내에게 이전에 비해서 소홀해진 것이 전혀 없다는 항변이다.
이전처럼 성행위가 끝나고 숨을 내어 쉬며 돌아누워 잠을 청하면 처음에는 주저주저 하더니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재도전을 요구하더란다.
거기에 응할 때도 있고 낮의 업무량에 따라 거절하는 경우도 있으나
두 번째의 시도에서도 어쩐지 흡족하지 않는 듯한 것이 예사였다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보니 점차 빈도가 줄어들고 1주일에 한두 번도 드물게 되고 그보다도 아내의 반응이 신경에 걸려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단다. 지난 2∼3년 이래로 이전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사정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의욕은 앞서도 아예 발기가 되지 않는단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를 도와주실 수 없겠느냐며 나에게 매어 달린다.
그 젊은이의 긴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심인성인 조루이거나 발기부전인 것이 확실하나 객관적인 검사를 안 해 볼 수도 없어 당뇨병의 유무, 고혈압의 유무, 그 외에 일상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없는 지 등에 대해서도 물어 보고 수면 중의 발기 빈도 및 경도 검사, 음경 동맥, 정맥의 이상 여부에 대한 검사 등을 철저히 시행했으나 병적인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그 부인을 진료소에 데려오게 했다.
미인형이나 약간은 신경질적인 인상을 풍겼다.
이 일이 두 사람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하는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솔직한 협조를 요구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전에는 미처 느껴 보지 못했는데 아기를 낳고 얼마 뒤부터 남편의 행위가 자기를 만족 시켜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남편의 리듬에 맞추어 보려고 남편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는 못했지만 전희도 스스로 해 보고 침실의 분위기나 잠옷 등도 바꾸어 보며 애써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남편의 행위가 끝나면 자기는 미진하고 애만 타니 남편의 무심함이 야속해지고
급기야는 미워지기까지 하더란다.
거기에다 회사 일이나 뭐다 하며 출장이 잦아지고 귀가 시간도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근래에는 아예 자기를 가까이 하기조차 싫어하는 듯 하고, 마지못해 자기 쪽으로 돌아눕더라도 거의 발기도 되지 않고 어쩌다 실행에 옮기더라도 이전보다 더 빨리 무기력하게 끝내버리기 일쑤이니 분명 남편의 신변에 무슨 변화가 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단다.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지나 않은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나이에 벌써 그렇게 될 수 있느냐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답답한 가슴을 털어놓는다.
흔히 있는, 그러나 상당히 심각한, 부부간의 성적 갈등이다. 두 사람이 서로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해결책을 강구한답시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의 심인성 조루나 발기부전은 가정 밖의 원인, 즉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등으로 일어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부인에 대한 컴플렉스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컨대 어쩌다 실수하여 외도하고 그것이 탄로날까 봐 노심초사하다 부인에게 더 멋진 환희를 안겨 주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의도와는 정반대로, 행위 중에 아차! 조루가 일어나기 안성맞춤이고 심하면 아내에게 봉사해야겠다는 다짐이 되레 애초부터 위축을 일으켜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죄의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세심한 부인에 대한 배려와 부인의 자기의 노력에 대한 반응에 너무 민감해서 그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고 심하면 자기 비하를 하고 결과적으로 그런 병적인 상태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
후련하다!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연차에 상관없이 이런 오해를 하고 살고 있으며,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지!
화성 외계인과 금성 외계인이 각자의 방식대로 오해를 하고,그걸 기정사실화 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말을 해 봐야 저 무식한 외계인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나 있을까 무시까지 하면서 갈등을 키우고만 있다.
위 글의 저자가 부부 클리닉 의사인 것 같은데,결국 원인 분석만 하고 시원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는 결국 솔루션은 본인들이 다 알고 있다는 판단 하에 생략한 것이라 믿고 싶다.
이 부부는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일반적인 갈등을 겪고 있을 뿐이지만,서툶이나 자존심이 가로막고 있어서 제3자의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움을 청할 생각을 못 하고,
스스로 풀 생각은 더더군다나 못 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가장 좋은 것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피차 공조 하에 조성해야 하고,
대화를 하고 경청을 하며 배려심을 키우는 게 최선일 것이다.
남자의 입장에선 여자의 대화법이 시시콜콜한 것 같기만 하고,
여자의 입장에선 남자가 들을 자세가 돼 있지 않고,배려라곤 없이 해결법만 제시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대화를 하려다가 오히려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잘조잘 할 말 못 할 말 다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자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누구누구의 평이나 하고 시시껍절한 수다나 하면서 짜증을 유발 시킨다.
화를 내면 그것 봐라~말을 하자면서 말도 못 하게 억눌러 버리지 않느냐며 입을 닫아 건다.
그가 시사 토론이나 독서 토론이나 하자고 하면 너 참 잘났다,
세상 고민 다 하지 말고 당장 눈 앞의 민생고나 잘 해결하거라 하며 비웃는다.
돈도 많이 벌지 못 하고,출세도 못 하며,섹스도 제대로 못 하는 게 ...하며 그의 입에 자물쇠를 걸어 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여자가 다 현실주의자이며,남자는 다 이상가이거나 몽상가란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세는 그런 편이다.나만의 착각이 아니길...
그렇다면 해법은 서로의 말을 배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말을,여자는 남자의 말을,배우고 듣고, 상대의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의사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례로 연애를 할 땐 거의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며,이해하려 애쓰고,기분을 맞춰주려 한다.
얼마나 좋은가?
그러다 막상 결혼을 하면 바로 까먹고 만다.
외국어가 그렇지 않던가?하루라도 연습하지 않으면 알던 것도 까먹게 된다.
사회 생활을 하느라,임신.출산.양육을 하느라 상대의 말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만다.
화음을 내고 싶은가?
상대의 외계어를 배우고 듣고 이해하려 애쓰자.
결혼을 하는 건 물고기를 잡아 놓고 희롱이나 하고 잡아 먹을 궁리나 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본격적으로 사랑하기 위해 결혼을 해야만 실패하지 않을 수 있고 화음을 낼 수 있다.
더 열심히 배우자!
지상 최고의 화음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추구하고 화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