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34

서른 여섯 살의 엄마를 만나고 오다!


BY 미개인 2020-10-30



추워진다고 해서...

코로나 방역의 일환으로 성묘를 자제하라는 당국에 협조하느라 못 갔던...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의 상당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의왕까지 애마를 타고 달린다!

세상 모르고 꿀잠을 자다가 그녀의 전화를 받고서야 후닥닥 일어나서

구수한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미리 준비한 것들 챙겨서 부릉부릉~

1년에 두세 번 애마로 떠나는 추억의 여행!

문자를 주고 받던 중 지나가는 소리로 언급했더니 

화들짝 반기며 함께하고 싶어했던 그녀와의 약속이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먼저 도착을 해서 기다리다 장난스러운 해후를 하고 출발!

어려서 다닐 땐 비포장 도로라서 멀미가 나곤 했던 

그 길이 ,그리고 주변이 화려하다!

하지만 내 눈엔 50년 전의 그 길처럼 정겹기만 하다.

저기쯤에 내가 처음 한 학기 정도를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고 쉬잉~

여기가 백운호수야~

여기가 외가가 있던 자리이고...조잘조잘~

공동묘지 초입의 계곡 옆에 애마를 세워두고 

넉넉히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오른다!

장난도 치고 골탕도 먹이면서 곱게 물든 단풍을 독차지하고 즐기며 걷다 도착!

예상했던 것만큼 엉망은 아니었지만 흉하다!

서둘러 벌초를 하고 그녀가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

그녀가 낫 하나를 챙겨들곤 열심히 도와준다.

시골 출신이지만 

여자가 낫질을 할 일은 없는지라 왕초보인 나보다 엉터리였지만 뭉클!뭥미?


산소 아랫부분의 잡목과 칡넝쿨 등 굵직한 것을 정리하고 올라가니 

엉터리가 제법 정리를 해뒀다.

물론 다시 손을 봐야 했지만 그게 어디야?

벌초 1부를 마치자마자 그녀는 부스럭거리며 가방에서 뭔가를 계속 꺼낸다.

먼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 가죽지갑을 주더니,(멋지다!)

상석에 음식을 진설하는데 종류도 양도 장난이 아니다!

도착하자마자 배 고프다고 먹자 했더니 

어머니 먼저 드리고 먹어야 한다며 손도 못 대게 하더니...

우리 엄마 며느리한테도 못 받아본 제삿상 제대로 받았다!뭉클~

슬쩍 보여주고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 작은 가방에 이 많은 걸 챙긴 능력도 놀랍지만,

이걸 준비한 능력과 정성이 정말 고마웠다.

한번도 못 받아봤을 상을 차려 드리고 싶었고,나를 잘 먹이고 싶었다는 ..^^;;

내가 뭐라고...


배가 터지게 먹고 그녀는 돗자리 펴고 벌러덩~

나는 그녀가 쥐어 뜯듯 뜯어 놓은 잔디를 베고,잡초를 뽑으면서 끙끙~

개미와 베짱이가 따로 없다!ㅠㅠ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덮쳤다!

공동묘지에서 대낮에 섹스를 안 해 봤으면 말을 하덜 말아라~~~^*^

처음엔 거부하던 그녀도 이내 즐겨줬고,후닥닥 끝냈다!

마침 상공을 지나던 비행기에서 봤을 거라며 걱정을 하는데...까짓~ㅋㅋㅋ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애마를 타고 나의 살던 고향으로...

내가 태어나서 13년 정도 살았던 곳을 보여주고 

놀이터였던 계곡과 산을 보여준 후 ,

어려서 자주 찾던 산길을 올라 지금은 엄청나게 커진 사찰도 보여주고

매일 친구들과 등교를 하던 길까지 보여준 후 

그 길 끝의 전철역에서 그녀를 보낸다!

고마워~행복했어~사랑해~


2주 전에 만나서 1박2일 데이트를 했지만,

포털사이트 '다음'의 횡포에 의해 아이디가 영구 정지를 당하고,

뒤이어 네이버까지 글쓰기 금지를 해서 글을 쓸 의욕까지 사라졌는데...

연이어서 있었던 데이트의 추억을 그냥 날려버린다는 게 속이 상해서 

얼렁뚱땅 쓴다.

그땐 꽤 쌀쌀했는데...

원래 천안에 오기로 했지만,코로나19가 무서워서,

그리고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가기로 했고,

미리 체크인을 하고 그녀가 퇴근하자마자 화물차에 싣고 간 애마를 타고 

섬 일주를 하고,와들와들~

같이 자면서 사랑을 나눴고,다시 날이 밝아서 다시 섬 일주를 하며 즐겼다.

내가 가을에 태어나서일까?

난 가을이 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다행히도 섬처녀 출신의 그녀를 만나게 돼서 

올 가을 축제는 풍성했고 화려했다!

고마워~사랑해!


이리 감동적인 소감까지...


'내가 만난 서른여섯 살의 그녀는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잠들어 있다..

저멀리 호수를 바라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랑스러운 아이들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오늘은 큰 아들이 찾아와 집 단장을 해주니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주 오지 않은 것에 섭섭한 맘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집을 손보는 그의 모습 어느때보다 진지하다...

장난꾸러기 아들의 모습이 아닌 든든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녀의 집을 손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쓴 글귀에 눈이 간다... 눈물이 난다..

아버지보다 먼저 떠난 자식의 묘비에 글을 쓴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승에서 짧은 삶을 살다 간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자녀를 어여삐 여겨 달라고 신에게 빌고 계시는

아버지의 글을 보면서 눈물이 난다..

그의 가슴에는 언제까지나 서른여섯 살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녀..

이승에서 짧지만 선하게 사셨을 것이다..

너무 일찍 데리고 가셨다는 것은 

하늘이 그녀를 너무 사랑하셔서 힘들게 살지 말라고 데려가셨을 것이다..

그가 사랑둥이인 것처럼 그녀 또한 신께 사랑 받는 자녀였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방문할게요.. 외로워하지 마시고 편하게 쉬고 계셔요..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