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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인가?


BY 미개인 2023-07-07

저는 이번 3월로 결혼 3년 차 되는 주부입니다. 세 살짜리 아이도 하나 있고요.

우리 부부는 결혼해서 참 많이도 싸웠던 거 같습니다. 주위에서 남들이 보면 참 번듯한 우리 신랑. 

집에 와서도 잘 하긴 하는데 이런저런 사소한 일로 많이 싸웠죠.

직업 관계 상 이틀에 한 번 들어오니 아이가 어리고 제가 몸이 아플 때는 안 들어오는 날 있다고 싸우고

(저도 직장에 다녔었죠.),

이제는 제가 직장에 안 다녀서 낮에 시간이 되니까 잠깐잠깐 오후에 아르바이트 다녀서 돈을 좀 버는데 

돈 쓰는 문제 때문에 또 싸우고.....

하여간 정말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엔 싸워도 바로바로 풀어지곤 하던 남편도 이제는 며칠을 가네요. 

저도 이제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을 해봤자 더 싸움만 커지더라고요. 

나는 그래도 한 번이라도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보고 싶은데 떠들지 말라면서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네요.

이제는 정말 갈 데까지 간 건가.... 

이러다가 또 며칠 있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긴 하겠지만 예전 같이 좋은 게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아짐들이 애들 보고 산다는 말 저도 조금씩 동감합니다. 

돈만 많이 벌어오고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 말도 이해가 가고요.


제 성격이 워낙 욕심도 많고 하려고 하는 일에는 집념도 강한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참 멋있는 부부로 살고 싶어서 여행도 다니고 같이 할 수 있는 운동도 찾아보자고 얘기하면 

그냥 편하게 쉬는 게 제일 좋다면서 들어오면 텔레비전만 봐요.

아님 인터넷만 들여다 보든지... 그런 면에서도 좀 짜증이 나고... 

암튼 권태기인가요? 이럴 땐 어떻게 넘어가야 슬기로운 건지...

남자들은 암튼 자기가 잘했건 잘못했건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닌 것 같네요.

그냥 한 일주일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생을 더 많이 사신 선배님들 조언을 좀 해주세요.


-----빠나나-----


권태기라서??? 3년 동안 권태기는 아니었고요?

전 남자로서, 님이 남편이랑 조목조목 대화하지 못함으로써 잘 모르는 남자의 입장을 대변해 보기로 할게요.

더러 고까운 말이나 어줍잖은 주장이 있더라도,님 부부가 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 만치 ,

님의 남편이 말할 때마다 하는 식으로 싸움이나 하잔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30여 년을 따로 살아온 남녀가 뭔지 모를 콩깍지가 눈에 씌워져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을 불태우다가 결혼했어요.

참으로 무모하달 만치의 모험이었죠.

그리고 제가 늘 안타까워하는 ,너무도 준비 안 된 결혼들을 하는 우리 사회의 결혼 풍토.님도 예외가 아니다 싶군요.

요즘은 그런다죠?살아보고 결혼하자! 풋~ 

연애할 땐 단 하루만 안 봐도 미칠 것 같더니 ,결혼하기로 결정이 될 무렵부터 움트기 시작하는 갖가지 갈등의 요소들...

합법적으로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살을 섞고 ..상황은 점점 좋아져만 가는데 , 둘의 간격은 점차 멀어져만 가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


글쎄 ..님도 결혼 초엔 맞벌이를 하신듯 한데... 

아이도 바로 생긴 듯하고요. 결혼 3년이 숨 막히듯 지나쳐 온 전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으시는지요?

두 분 다 지쳐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분 다 자기만 힘들고 

상대는 나의 단점만 지적하는 얄미운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 싶고요.

완전히 적과의 동침이죠. 그런데다 아직 님의 성감은 깨어나지 않았고... 

자질구레한 것들로 다투면서 남편에의 좋은 기억은 저만치 달아나 있어요.

이틀에 한 번씩밖엔 집에 못 오는 그렇고 그런 직장에 ,영화처럼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안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주제에 사람을 무시하듯 나의 감정은 아예 듣고자 하지도 않아?괘씸한... ㅎㅎㅎ 아님 말랑께롱~


여튼 아직은 가부장 적 이데올로기의 포로들이 판을 치는 사회랍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인 ,감정적인 차이는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에 있어서도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만나지 못할 평행선인 듯 지속되고 있네요^^;;...

우선 남자인 제가 부부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게 뭔지 말씀드릴게요.참조하시라고...


보람찬 하루 해를 끝마치고서~~~군가를 부르며 집에 들어오면서 기대하는 건, 

여봉~~수고했어.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아직은 힘들고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진 못하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봐~잘 될 거야...

하는 식의 애교스러운 다독거림이언만...

정작 와이프의 입에선, 왜 이 것 밖엔 못해? 내 입장에의 배려는 왜 없는 거지? 

나라고 집에선 놀기만 하나? 힘들어 죽겠구먼...

이렇듯 서로의 입장만 생각하는 평행선 식 어색함... 

그러다 얼마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인력으론 어쩔 수 없는 생리적 차이를 인정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을 조금씩 포기하면서부터 ,그러면서 꾸준히 함께 노력한 결과 성감도 깨어가고...

죽을 때까지 못 깨고,아니 안 깨고 적과의 동침으로 끝내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이리 사느니 차라리 이혼하지 뭐~갈라서선 그래도 조금만 더 참을 걸 ~때늦은 후회를 하는 사람도 있고,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인정해주면서 별 문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쳐 온통 핑크빛인 나날을 보내는 이들도 드물게 있고 그런 것 같아요.

님은 어느 경우를 원하시는지요? 아래의 글들 좀 읽어보세요. 

그리고 남자의 경우가 궁금하시다면 다양한 입장을 피력해둔 제 글이 있으니 찾아 읽어봐 주세요.


제가 삼국지 등을 읽으며 깨달은 영웅들의 처세술은 이런 거 같아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치고 싶어하는 경향이 특히 남자들에겐 있고 

그걸 잘 이용하는 게 바로 성공적인 리더십이 아닐까~~

남편의 좋은 면 만을 바라봐주시고, 인정해 주시면서 맘껏 키워줘 보세요.

 키워서 잡아먹잔 말 ...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남자만이 아니라 님도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하시는 편은 아닌지요? 

한 번쯤 짚어보시길... 별 도움이 되진 않았겠지만,님의 답답한 마음에 약간의 자극제 쯤은 되잖았을까요?

인식의 전환의 계기쯤이 됐길 바라며 이만 총총 물러간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미개인-----


저도 냉전 중이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지금 2주가 되어가죠 아마 ㅠ.ㅠ 속이 씨꺼멓게...

그런데요 이런 와중에 서로 되돌아볼 시간들이 있잖아여 ?

미개인님처럼 멋진 조언은 힘들고요^^ 

지금 제가 읽는 책이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서 읽으면서 진작 읽어 둘 걸 하는 후회가 생기네요 .

<화성에서온 남자,금성에서온 여자> -존그레이 著...

베스트셀러라 읽었을 수도 있겠지만 혹여 읽지 않았음 읽어보세요.

랑님 속 썩이면 괜히 거기에 집착하게 되잖아요. 그러지 말고 초연히 책을 읽어보세요.

맘이 정리 된다고나 할까? 아기한테도 엄마 감정 숨길 수 있고... 싸우면 아기가 젤루 안 좋잖아요 .그쵸 ?

그럼 두서 없는 글 물러갑니다


-----푸우-----


모두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결국은 제가 먼저 맘을 풀었죠.

어느 한 쪽은 포기를 해야 가정이 화목해지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또 제가 잘못했다고 맘을 먹고 편지 한 장을 쓰니까 제 맘이 더 편해지는 거 있죠?

그래서 지는 게 이기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남편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니 자기도 미안해 할 거예요.

음.... 어제 영화관에서 '어바웃 슈미츠'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나는 남편이라는 사람한테서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생각했어요.

기왕이면 끝까지 이기려고 하고 욕심 내고 하는 사람보다 한 발짝 물러나주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설사 그 사람이 잘못했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마음이 행복합니다.


저 요즘 성경을 끝까지 읽어보려고 시작했습니다.(히히~ 저는 사이비 크리스찬에 가깝죠~)

거기서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원수? 원수를 사랑하는데 아무리 미워도 평생 같이 살아야 할 남편을 사랑 못할 소냐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성경 읽으면서 마음이 둥그렇게 변해가는 걸 느낍니다. 

우리 님들도 기왕이면 서로...아니 내가 먼저 양보하고 사는 게 어떨까요.

우왕~ 날씨 무쟈게 좋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빠나나-----


여러분의 글을 읽으니 참 나도 뭔지 모를 뭔가를 깨닫게 되네요... 

그런데 아직도 난 외롭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니 참 어떤 속을 가지고 사는지 내가 한심하네요..

전 결혼한 지 이제 일 년 육 개월이에요..임신 9개월 째고요....

임신하고 별별 일이 다 있었어요.. 큰일이란 큰일은 다 치뤘죠..

시할아버지 상 치르고요(것도 집에서..)시어머니 첫 생신상 차려드리고요 울 친할머니 상도 치렀어요..

결혼 2년 전 친정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다 완쾌도 안 됐는데 어쩜 도망치고 싶어서 였는지 결혼을 빨리 했어요...참 어리석었죠..

막 달이 돼가면서 산후 조리가 걱정이더라고요..친정 엄마는 혼자 몸 가누기도 힘드시기 때문에 바랄 수도 없었고요..

산후 조리원이나 출장 산후 조리를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시어머니가 당신이 해주신다고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대답 안 하고 맘으론 출장 산후 조리를 생각하고 있었죠..

막내 시누 애 낳았다고 시댁 와서 밥 좀 하라고 하셔서 며칠 있으면서 시아버님이 술 드시고 오빠한테(제 신랑)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네 누나는 병원에서 오면 한 달 간 집에 와있을 거다..당연한 거지...근데 걱정이다 .네 집사람 애 낳으면 네 엄마 산파 될까 봐...."

듣는 순간 전 서운함도 서운함이지만 어쩜 아무리 제가 못마땅하고 싫으셔도 그럴 수 있는 건지...어른이시고 부모님이시면서...

제 처지가 불쌍하고 안타까운 게 아니고 어쩜 그렇게 생각하실지.... 참 서글퍼지더라고요...

지금 며칠이 지났는데도 생각만 하면 잠도 안 오고 참 슬퍼지네요..그러다 보니 신랑도 보기 싫고요...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자꾸 울 부부 사이가 멀어져만 가는 걸 전 느끼네요... 제 심정이 이렇다고 말하고 싶어도 이제는 말 못하겠어요.....

혼자라는 생각이 제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우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