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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섹스를 말하는 여자들을 위하여


BY 미개인 2024-07-23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여성신문] 섹스를 말하는 여자들을 위하여

 +2020년 여성신문 SXF 연재에 실었던 글입니다. 


사실 암컷이 더 밝히지, 숫컷보다...


5년 전 책 <이기적 섹스>를 내고 한 언론사와 했던 인터뷰 기사가 떴을 때 그 밑에 달린 댓글이다. 

여자가 섹스를 말하니까 당황한 나머지 이런 댓글을 달게 된 걸까? 

기사에는 내가 어쩌다가 섹스를 말하는 책을 내게 됐는지 적혀 있었다. 

자신의 섹스 경험을 과장해서 떠벌리고, 고수인 양 가르치려 드는 남성들. 

그리고 그런 남성들에게 끌려다니듯 섹스를 하게 되는 여성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안전하지 못한 상황들. 

그럼에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사회.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을 책으로 담고 싶었다는 내용이 세밀하게 인터뷰 안에 녹아 있었다. 

물론 넘쳐나는 기사 홍수의 시대에서 기사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없다. 

댓글을 단 사람도 그랬을 거다. 

그러나 열심히 말을 하는데 한참을 듣지도 않고 멍 때리다가 

‘어, 여자도 섹스하네’ 수준의 반응을 하는 사람은, 역시 별로다.


섹스에 대한 글을 쓴다고 말했을 때 반응도 대부분 이 댓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섹스를 쓰는지보다 ‘섹스’를 쓴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 섹스의 영역만 그런 건 아니니까. 

여성의 말하기는 사적인 영역 취급당해왔고, ‘개인적’인 기분의 표현 정도로 폄하되기 일쑤다. 

페미니즘도 섹스도 성폭력도 전부 여성들이 대충 자기 기분을 끄적여놓은,

언제 버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구겨진 쪽지 정도로 바라본다.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성폭력 가해자에게 힘내라며 꽃을 보내는 세상이다. 

아무리 싫다고 말해도 

‘너도 좋았잖아’, ‘즐겨놓고 이제 와서 왜 그래’ 라는 어처구니없는 문장을 마주하게 된다. 

싫다는 말을 할 수 없는데 좋다는 말은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못 한다. 

호불호를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한 개인의 성장은 쉽게 묻히고 만다. 

할 수 있어, 여자도 할 수 있다, 파이팅, 유 캔 두 잇, 이런 문장은 허무하다.


섹스는 사적인 건데 왜 나는 그리고 우리는 글로 남기려고 할까. 

여자 몇 명이 모여 교환 일기장이나 돌리면 되지 왜 지면을 통해 글을 쓰려고 할까. 

내가 미투 2018분 동안의 이어 말하기에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고 말했을 때, 

수많은 이들은 ‘섹스를 좋아한다더니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며 나를 비난했다. 

섹스의 즐거움을 말하며 섹스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던 한 여성이, 

알고 보니 성폭력 피해 생존자였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종류의 섹스를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사람들. 

분명 그들은 짜장면을 좋아할 것이고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침실에 들어가서 입을 벌리고 너 짜장면 좋아하잖아 라며 

짜장면을 입에 처넣어도 짜장면을 여전히 좋아할 것이다. 

좋아한다는 짧은 문장 안에 포함돼있는 여러 맥락을 삭제하고, 

어떤 상황과 순간 속에서도 좋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에게 사회는 모 아니면 도다.


나는 끊임 없이 모와 도 사이를 넘나들고 싶다. 

섹스와 강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가해자의 섹스 욕망을 부풀리고 피해자의 인생에서 즐거움을 삭제하는 사람들, 

‘어떤’ 섹스가 아니라 ‘섹스’ 자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면 결국 혼란 속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여자들이 섹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말하는 것은 

결국 여성들이 섹스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말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즐거움과 괴로움을 넘나드는 우리의 글이 당신을 흔들 수 있길.


https://eunhasun.blogspot.com/



~은 하선이란 친구에게 박수를,그리고 응원을 드리고 싶다!

참으로 멋지고 바람직한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나 뿐일까?

보통은 좋은 게 있으면 혼자만 누리고 싶어 하는데,

이 친구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성폭력 스토리까지 공유를 하며

사회 분위기 상 주로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싶어 하는 게 진짜 멋있다.

예전에 지스팟인가 클리토리스인가 여성의 최고의 성감대를 간판으로 내걸고 

홍대 앞에서 샾 겸 전시장을 운영하며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던 건 알았지만,

다시 그녀의 글을 공유하며 그녀가 '이기적 섹스'란 책까지 쓴 걸 알게 됐다.

당시에 직접 찾아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꼭 책을 한 권 사야겠다.

나의 제한적인 경험으론 미처 알지 못 했던,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여성의 섹스 심리를 

속시원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마냥 설렌다.


나도 30여 년 전부터 친구들과 성담론방을 이끌었었고,

나의 두 딸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적어도 내가 누린 것 정도는 즐길 수 있게 돕기 위해

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어줍잖은 경험담 내지는 노하우 등을 공개해왔는데,

은 하선이란 친구 역시 재능 기부 정도의 비슷한 의도로 글들을 쓰는 것 같다.

부부클리닉이나 상담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정보를 얻고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실망만 거듭해온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13,500원을 쾌척하여 '이기적 섹스'를 사서 보고,

무료인 '미개인의 세상'을 드나들며 정보등을 접하고 나름대로 소화를 시켜서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섹스 마니아가 되길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아직 그녀의 책을 보진 않았지만 그녀의 책 소개글 중  

'이 책에는 파트너와의 삽입섹스뿐 아니라 다양한 형식의 섹스 경험,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섹스 인터뷰를 함께 담았다. 

특히 섹스토이 ‘덕후’인 저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섹스토이 정보를 함께 수록해 

여성들이 이기적 섹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쩌면 젠더 불평등의 문제, 성해방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여성 손에 들린 ‘딜도’ 하나에서 시작될 수도, 

혹은 여성들이 원하는 체위를 발화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라는 부분만 봐도

설렌다.

이미 주문했고,도착하면 보던 책 다 팽개치고 이 책부터 탐독을 하리라 다짐도 한다.


여자의 이기적인 섹스에 대해서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평소 나의 지론이 그런 것처럼 만족스러운 섹스의 키워드가 바로 여자의 오르가즘이니,

훨씬 많은 커플들이 행복에 겨워서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블로그 주소도 첨부했으니 많이 찾아서 응원해주길...


   --미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