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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찬으로 즉석김치나 담가봐?


BY 최기옥 2004-09-04

손쉽게 준비하는 '일품요리 김치' 찬바람이 불면서 김장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복하게 쌓인 흰 눈을 걷어내고 묵직한 장독 뚜껑을 열어 꺼내어 먹던 아삭한 김장김치의 맛. 그러나 이제 이런 맛은 그저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도회지에서 김장풍경이 사라져가고 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무채와 갖은 양념을 버무려 담그던 김장날. 온가족이 모여앉아 절인 배추속으로 쌈을 해먹는 풍경은 이제 도회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돼버렸다. 김치냉장고가 사시사철 똑같은 김치맛을 내고, 언제든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신선한 김치를 구입할 수 있게 된 탓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더라도 김장철을 그냥 보내기는 아직 서운하다. 연례행사처럼 가족들이 힘을 합쳐 담그던 김장의 재미도 재미지만 절인 배추에 김치속 양념과 굴을 싸서 먹거나 갓 담근 김치를 쭉쭉 찢어 먹는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족들을 위해 좀 색다른 김치를 준비해보자. 수십포기씩 배추를 사다놓고 김장을 담그지는 못하더라도, 한두 포기 배추나 무 몇개로도 맛깔스러운 별미김치를 담글 수 있다. 이럴 때 김치는 밑반찬이 아니라 훌륭한 ‘일품요리’다. ‘일품요리 김치’ 담그는 법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소장 으로부터 살짝 배워보자. 윤소장은 “우리에게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훌륭한 문화콘텐츠’”라며 “신세대 주부들에게는 어려워 보이겠지만, 계량화된 조리법 등으로 쉽게 김치를 담가먹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윤소장은 특히 “처음 김치를 담글 때는 겁부터 내기 쉽지만 ‘요리’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1. 김치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고요? 김치의 종류는 도대체 몇가지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문헌과 고증으로 재현할 수 있는 김치의 종류는 무려 187가지다. 이것도 주재료로만 분류한 것이고, 이를 다시 지방별로 분류하면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김치를 재료에 따라 분류하자면, 배추김치만 11가지가 있고 물김치도 19가지나 된다. 무김치류도 21가지나 되고, 여기다가 깍두기와 동치미류, 파김치 등을 모두 합치면 187가지가 된다. 생수삼을 넣어 담그는 수삼나박김치도 있고, 귤을 까넣는 귤물김치도 있다. 전복안에 썬 유자채를 넣어 만드는 전복물김치, 감을 넣어서 만든 감김치, 멍게로 담그는 열무김치, 꽃게로 만든 꽃게장 김치까지. 심지어는 고구마와 석류로도 김치를 담근다. 이 정도 면 가히 김치를 담는 재료로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2.지역에 따른 김치맛 지역별로도 김치는 다양하다. 북부지방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싱겁고 맑으며, 젓갈은 조기젓이나 새우젓을 많이 쓴다. 반면 남부 지방 김치는 소를 적게 쓰며 고춧가루와 젓갈, 소금을 많이 넣어 맵고 짜게 담근다. 서울의 경우 새우젓이나 조기젓,황석어젓 등 담백한 젓국을 주로 쓰고 생새우나 생갈치도 많이 넣는다. 경기도는 낙지, 전복, 은행, 표고버섯 등 고급재료가 들어가는 개성보쌈 김치가 가장 유명하다. 강원도의 경우 오징어나 생태살을 새우젓국으로 버무려 간을 맞추고, 멸치를 달여 받쳐낸 국물을 넣는다. 여느지방에서 맛보기 어려운 개운한 맛이 특징. 강릉에서는 북어머리를 넣고 깍두기를 담근다. 충청도지방은 김치를 ‘짠지’라고 부르는데,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 맛이 순하다. 배추와 무를 큼직하게 썰어 굴을 넣어 만든 섞박지가 대표적인 충청도김치다. 전라도지방은 고춧가루 대신 분마기에 걸쭉하게 갈아낸 고추를 쓰기 때문에 색이 진하다. 찹쌀풀을 넣어 진한 맛을 내고 통깨를 볶아넣기도 한다. 경상도 김치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맵고 간이 세다. 멸치젓, 갈치 젓을 많이 넣고 생강은 적게 쓴다. 동해안 지방에는 꽁치젓갈을 넣기도 한다. 독특한 김치로는 안동식해와 콩잎김치를 들 수 있다. #3.재료 고르기가 맛을 좌우한다. 김치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배추와 무. 햇배추는 크면 클수록 맛이 있지만, 가을배추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게 좋다. 보통 3kg내외가 가장 맛이 있다. 줄기의 흰부분을 눌렀을때 단단한 것이 수분도 많고 싱싱한 것이다. 푸른 잎이 많고 배추통길이가 짧고 크기에 비해 무거운 것이 좋다. 무는 빛이 희고 매끈하며 무청이 싱싱하게 달려있는 것이 좋다. 무는 용도에 따라 골라야 하는데, 장기간 저장할 김장용 무는 딱딱한 것을 고르되 연녹색이 무 길이의 절반정도인 것이 좋다. 김치소로 넣을 무는 조선무가 좋은데, 머리는 푸르고 잎은 벌어진 것을 고르도록 한다. 깍두기용 무로는 무의 윗부분이 푸른 것보다 흰색이 많은 것을 골라야 한다. 고추는 선홍색이 진한 것을 골라야 하는데, 껍질이 두껍고 꼭지가 단단하게 붙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노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고추를 최상품으로 치는데, 꼭지가 길고 가늘며 직선인 것은 음지에서 자란 것이니 피해야 한다. 양달고추는 꼭지 길이가 짧고 굵으며 낚싯바늘 모양으로 휘어져있다. 새우젓은 새우의 형체가 통통하면서 깨끗하고 분홍색이 도는 육젓이 좋다. 육질이 녹아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멸치젓은 뼈가 보이질 않을 정도로 푹 삭은 것을 골라야 하는데, 거무스름하면서도 붉은 빛이 도는 것을 골라야 한다. #4.맛내기의 마지막-저장하고 익히기 김치냉장고는 김치보관에 가위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김치냉장고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다. 똑같이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김치라도 보관방법이나 용량에 따라 맛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우선 김치는 큰 용기보다 작은 용기에 나눠 담는게 좋다. 큰 용기에 한꺼번에 넣어두면 꺼낼 때마다 공기와 접해 빨리 시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먹을만큼씩만 비닐봉지에 담아 차곡차곡 쌓아 독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먹는 방법이 가장 좋다. 뚜껑을 열면 공기와 접촉해 김치의 맛이 떨어지므로 뚜껑을 꼭 닫아둬야 한다. 만일 김치가 시어버렸다면 달걀껍질이나 밤껍질을 거즈에 싸서 김치 사이사이에 넣어두면 김치가 더 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추 2포기에 달걀껍질 1개 분량을 넣어두는게 적당하다. 늦게 먹을 김치는 생선이나 젓갈은 조금 넣되 소금을 많이 넣어 개운하게 담근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김치를 젖은 손으로 꺼내는 것.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