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63

몰아지경 전전반측 요리하기


BY kyou723 2008-04-29

 

얼마 전 아는 독일인이 나에게 넌지시 다가와 말했다.
"그 맵고 발간 거, 그거 내가 사서 먹을 수 있을까요?"
가만 보니 김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아~ 김치를 말하는 거에요?"
"맞어, 김~치!"
언젠가 내가 만든 김치를 맛본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선했다는 말을 했다. 결론은 그 김치가 정말 땡긴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드릴 테니 맵고 발갛게 좀 만들어주세요"
"아~ 그래요? 그거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결국 그에게 김치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돈을 준다고 했으나 이번은 선물로 주고 다음에 더 먹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했다. 이러다가 김치 만들어 독일인에게 파는 사업가로 변신해야 할 판이다.
사업가로서는 전혀 자질이 없으니 아무래도 김치전도사나 김치 홍보대사쯤으로 발탁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김치를 잘 만든다고 절대 보장할 수 없다. 김치 만드는 경력이 겨우 1년이 조금 넘은 정도니까.
그만큼 외국인들이 그 환상적인 김치맛을 맛볼 기회가 많지 않으니 나같은 잼병요리사에게 기회가 돌아오는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요즘 난 요리에 신명이 나 있다. 쉽사리 이 신명난 불은 꺼지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호되게 내 음식에 대한 비평의 칼을 들이대지만 않는다면....
그러나 외국땅에서 한국음식을 먹을 기회조차 많지 않으니 섣불리 나에게 비판의 화살을 쏠 용기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런 나의 요리에 대한 관심은 8살 큰 딸 녀석의 소리없는 부추김도 한 몫 한다.
8살 큰 아이는 학교에서 목요일이면 요리를 한다.
시간표에 요리시간이 있어서 이날은 무엇을 만들지 들떠있는 것 같다.
게다가 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고 와서는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그럴 때마다 요리잼병인 내가 코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곤욕스럽긴 해도 열심히 하려는 아이를 막을 재간은 없다. 결국 나도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열매를 얻긴 했지만, 조금 어설픈 생각도 없잖다.
오늘은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먹을 점심요리를 만들고, 저녁모임에 가지고 갈 몇 가지 한국전을 만들어보았다.
별로 요리를 잘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니 제법 재미도 있고, 은근슬쩍 교육적 효과도 있어서 즐겁기만 하다.
오늘 요리의 주제는 ‘주 메뉴없는 한접시 땡’ 요리와 모듬전, 식혜 등이다.
한국음식은 반찬이 있어 많은 그릇을 필요로 하지만 퓨전 '한접시 땡' 요리는 내가 붙인 그야말로 한 접시에다 몽땅 싸그리 놓는 방식이다. 그러기에 식사 후 설거지 거리는 고작 접시 4개.

그것도 우리 아이들이 화장지로 슬쩍 닫고는 독일사람들처럼 물로 헹군 후 헹주로 닦으면 끝. 
독일 사람들은 수돗물도 아낄 겸 설거지에 그리 목숨걸진 않는 것 같았다.
요리를 하다보니 쉽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한 접시에 몽땅 털어놓으니 설거지거리가 없어 좋지만 왠지 2% 허전한 느낌이다. 그래도 난 반찬 많은 한정식이 좋은 토종 코리아니쉬다.
자~~ 수다 그만 떨고 아이들과 즐거운 요리세상, 함께 떠나보실래요?

          < '주 메뉴없는 한접시 땡’ 요리>

 독일은 감자가 싸고 흔하다.
가장 만만한 게 감자기 때문에 감자요리가 많은 것이 특징.
오늘은 감자를 삶아서 으깨 야채와 섞어 샐러드를 만드려고 한다.
찜통에 적당하게 썰어 찐다.

 감자샐러드에 들어갈 야채.
옥수수콘, 당근, 사과만 넣었다.
사과를 넣으면 씹을 때 아삭한 맛이 너무 좋다^^

 달걀을 찌려고 샀다.
독일 달걀 10개 짜리 한통

 달걀은 삶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삶을 때 잘 삶는 비법은 식초와 소금을 넣는 것이다.
깨지지 않고, 잘 벗겨지게 하기 위해 소금과 식초를 조금 넣는다.
우리집 4식구를 위해 4개만~

 정말 껍질이 술술 잘 벗겨진다.
한 숨에 금방...

 자, 다음은 오이 샐러드다.
감자 샐러드가 부드러운 맛이라면
오이 샐러드는 상큼한 맛이다.
독일 오이는 약간 말캉한 느낌이 들고
조선오이보다 통통하다.

 먼저 껍질을 벗겨 이렇게 가늘게 썬다.
가늘게 써는 기계가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시리 손으로 하는 게 맘에 든다.
아무래도 난 아날로그 세대를 넘지 못하나보다~

 오이에 들어갈 재료는 왼편의 마요네즈와 식초뿐~
너무 간단하다.
이 샐러드는 독일 아줌마가 하는 것 그대로 따라했다.
너무 간단해서~~

이렇게 적당히 마요네즈와 식초를 넣어 버무린다.

완숙한 달걀을 반으로 썰고 그위에 방울 토마트를 반으로 잘라올려놓았다.
다분히 컬러풀한 데코레이션을 위한 노력의 일환~오이샐러드와 우리집에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김치....
그리고 감자를 으깨 만든 감자샐러드,
라이스와 작은 생선까스그리고 중간쯤에 보이는 마늘은 한국에서 보내온 마늘장아찌다.
우리 올케의 친정어머니 솜씨인데, 너무나 맛있어서 아쪄서 먹는 중~~
오늘 식사에는 3개씩만 배당했다~더 먹겠다면 마늘을 캐오라고 엄포를 놓았다.
저 정도로로 한 끼가 되겠는가 반문하겠다면 걱정마시라.
저건 아이들용이고, 우리 낭군용은 조금 양이 크다는 사실...
그리고 디저트도 튼실하니 걱정안해도 된다.

< 시원달콤 식혜 만들기>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었다.

식혜에 밥 많이 들어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밥을 했다가 절반은 먹었다.

우리 묵순이 둘째딸은 밥이 너무 작다고 성화다.

식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밥먹을 것이라 착각한 모양~

 가장 중요한 엿기름 만들기.
이거 만드느라 거르는 망을 찾을 수 없어
나의 새 스타킹을 잘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맛있는 식혜를 위해서는 아까운 한국스타킹도 불사한다~~~
생각해보니 난 정말 원시적으로 사는 듯하다.

요즘 스타킹으로 엿기름 물 거르는 사람 있나요?ㅋㅋ..

 3유로 정도 되는 잣을 큰 맘 먹고 구입해서 넣었다.
한눈 판 사이에 울 묵순이 둘째딸이 모두 먹어버렸다는 사실~~

다행히 사진을 찍어놓아서~~

 유리그릇에 식혜를 담았다.
엄마가 해준 식혜같지는 않아도

제법 맛이 있다. 밥알이 너무 안보이는 것 같다.
밥 양이 너무 적었나?

< 내멋대로 한국 모듬전>

 해물과 야채전이다.
여기에 당근과 호박, 새우,

오징어, 달걀, 양파 등이 들어갔다.

그외에 멸치가루, 버섯가루, 신선초가루까지 들어간

영양만점 한국전~

나의 야심작이라고 볼 수 있다.

호박전을 하기 위해 준비작업중~
호박을 얇게 썬다음 소금을 뿌려둔 상태다.
이후에 밀가루 묻히고 달걀물 묻혀 지져내면 끝~
그 위에 고명으로 빨간 고추를 가운데 꽂아서 내놓으면

장식효과 그만~

 

버섯전에 들어갈 소고기 간 것~
소고기 간 것에 생강즙, 마늘, 당근, 후추,

포도주 약간, 양파 등이 들어갔다.
주물거려 놓은 다음 버섯에 박으면 끝~

 버섯의 꼭지를 떼고 준비태세중~
꼭지를 떼고 난 곳을 칼칼이 잘 씻어 물기를 빼둔다.
버섯과 고기가 만나 정말 양질의 고기를 먹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버섯에 고기를 박으면 끝~
이것은 우리 큰 딸내미가 집어넣었다.
조신하게 하는 폼이 신부수업 성적은
대통령상 감이다.

 

내멋대로 재료다
우리 큰 딸내미가 썰고 끼워만든 작품.

제법 그럴 듯하다.

고기를 넣어야 하는데, 산적에 넣을 고기를
사지 못해 그냥 이 모양 이대로~

 우리 두 공주들이 직접 요리에 나섰다.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는 마냥 서로 하겠다고 난리다.
난 '톰 소여의 모험'의 개구쟁이 톰처럼 아이들을 부려먹는다.
톰이 페인트를 칠하면서 아이들을 부려먹었던 것처럼....
나 또한 이렇게 재밌는 요리를 나혼자 아깝다는 듯이 유혹해서
부려먹고는 팔짱 끼고 훈수드는 노동판의 십장인 셈.
아이들은 정말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줄 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먹고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군불을 지피는 서바이벌 요리를 하는 것~
아~ 물론 즐거울 때가 더 많긴 하다.
내 잼병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두 딸들과 만든 한국 모듬전이다.
도시락 3개를 만들어 모임에 가져갔다.

결과는 어떨까....

물론 대단한 인기였다는 사실~
아무래도 앞으로 난 이 터전에서 요리전문가의 소리를 들을 것 같다.

독일 와서 생존요리를 하게 된 어줍잖은 요리실력이~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혹시 어설프게 만들어놓은 요리를 가지고
나혼자 떠들어대는 건 아닌지.
게다가 독일인들에게 있어 내 실력이
한국인의 실력이라 착각하게 되진 않을지~~
정말 아니라고~~
요리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게 한국이라고~~

소리높이 외치지만, 그들은 내가 한국인의 표준이다~
민간외교사절이 따로 없다.

아무래도 요리실력을 업데이트해야겠다는....

헤헤~~ 그래도 맛있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