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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언


BY 2007-06-02

2007년 06월 02일 12:49:50

별로 시원찮은 날들이 나에게 있다.

그것도 몇 칠이 아닌 무수한 날들이 바람처럼 불어오더니

날아가는 바람처럼 지나친 날들 중의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일 수도 있다.

 

다만 오늘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나와 전혀 다른 공간에선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절망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고,

오늘 아니면 내일 불려 나가면

사형에 처헐 사형수도 있을 것이고.

늘 관절염에 무릎이 아파 쩔쩔매다가

결국 오늘 인공무릎팍을 수술하는 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여기에 있어서

그 광경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사실들이 아니라고 우겨대도 지금은 그런일이 내가 모른다고 해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는 하나인데 세상은 수조억개처럼 세포들의 뭉침이다.

이런 마당에 나만 불행하다고 나만 힘들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별로 신경 써줄 여력이 없다.

물론 정신과 의사들만 바쁘게 된 세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 여자가 죽는 다고 울부짖고 소리쳐도 메마른 사막처럼 공허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그것도 한번이면 들어주고 두 세번이면 식상하다가 자꾸 그러면 원래 그럴려니 내팽겨치는 것을 각오해야한다.

 

어치피 죽는 방법을 모르고서야 그냥 살아주는 것도 여러사람들에게 덕이 된다.

지금은 더욱 그렇다.

 

여자가 되었다면 잘 살아주는 방법도 배우듯이

잘 늙어 잘 살다가 잘 죽는 방법도 알아둬야 한다.

알아야 뭘 써먹든가 해먹든가 우선 당장에 필요해지면 당황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

안 죽고는 못 배기는 이 세상이다.

그러니 나 죽을 때 근사한 유언을 미리 연습하던가.

멀쩡하게 온정신일 때 할말을 다하고 살던가.

또 원없이 돈을 펑펑 벌다가 느닷없이 시시하게 어느재단에 왕창 기부를 해도 탓할 게 아니다. 각각 제 사는 모습이 다틀리는데.

누가 하는 말이 맞고 옳고 틀리고 따지는 게 번거롭다.

이 바쁜세상에 뭐 시시콜콜 시험문제 답안지 맞추듯이 산다는 게 참 재미없다.

 

내 나이가 팔십이라면 이런것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보라.

괜히 빚내서 생전 얼굴 못 본 관생쟁이에게 ,

아니면 단골로 가는 철학관에 미래를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지도가 확 바뀌는  거 로또당첨되기 만 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좋은 팔자는 자신의 마음먹이에 따라 데이터가 틀리다.즉 내 탓이고 내 공에 힘입어 돌리는 물레방아처럼 돌고 도는 이치다.

원래 모든것은 상상속에서 튀어 나온다.

과학도 상상력 없는 모험에서 절대 태어나지 못한다.

운명은 사람을 위해서 태어난다. 즉 잘 이용하라고 만들어준 것인데.

잘못하면 운명에 혹사되기도 한다. 이용만 당하다가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이런다.

 

지금은 나에게 필요한 생활필수품은 자꾸 품목이 추가된다.

내가 밥먹다가 잇새에 낀 녹말이쑤시게도 문명의 도구다. 이를 포함하여 삼 만여가지나 되는 도구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사용해야되고, 주기적으로 소비해야되며. 꼭 이용되어야 한다.언제까지? 죽을때 까지가 아니다. 무덤에도 같이 잘 보관해야 한다. 그래서 몇 만년후에 캡슐처럼 짠하고 발굴되면 또 국보급문화재가 될 줄 모른다.

나 같으면 지구상에 내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깨끗하게 화장을 시키라고 할 거다.

나 묻을 땅값도 없지만 죽어서도 선산 팔아대는 부동산투기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

 

그나저나 여태까지 잘 살다가 왜 느닷없이 푸념을 늘어놔야 직성이 풀리는지 도통 모르겠다. 글도 자꾸쓰면 신물이 날테고 말도 많이 하면 듣는 사람 귀만 귀찮고 그럴텐데.

사람이라서 그것도 말만 그럴듯하게 잘하는 여자라서 그러는 줄 모른다.

 

에고! 이것도 팔자인가 보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상책이다. 시원찮은 오늘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