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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사람을 먹어 버렸네.


BY 2006-08-09

병술년의 여름은 참으로 뜨겁네요.

지독하게도 뜨겁네요.

 

어제 늦게 절에서 내려왔습니다.

가시는 조상님도 좋고,

아무 맘 없이 훨훨 좋은 곳으로 가시라..

길을 닦아 드렸습니다.

보살님들에게 서로서로 말을 합니다.

\" 참 며느님들 복은 있으십니다.

  이 더위에 뵙지도 않은 조상님을 위하여 기도하니..

  역시 복 짖는 분들은 다르십니다\"

비오듯 나리는 땀 줄기의 굵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덕담이 길이 되고, 마음이 되고, 서로 서로의 위로가 됩니다.

절집이 풍요로워집니다.

모두 회향하고 내려오니..집이 한결 다복하게 느껴집니다.

\' 참 즐겁구나..\'

침대에 덜썩 몸을 맞겼습니다.

\' 음 좋군요\'

욕계의 한가지 욕구가 슬슬 머리로 다가 옵니다.

잠이지요..

막 잠이 들었지요.

그랬더니..전화벨이 깨우네요.

받을까 말까 생각을 하다..아니지 그럼 안되지..

\" 네 \"

\" 저 ..여기 00인데요\"

\" 아..알지요. 웬일 이세요?\"

\" 아세요..저는 에이에스 왜 안해 주세요.\"

\" 그럼 알지요..요즘 남편 분은 어떠세요?\"

\" 어..아닌데..\"

\" 아니세요? 얼마전에 오셨던 분 아닌가요?\"

\" 아니예요..저 누구 누구의..\"

\" 아..알아요..기억하지요\"

 

그 많은 손님을 뵈어도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

잠시 유혹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해 오는 파장이리라..

어째든 마음 가다듬고..다시 숨을 고르게 쉰다.

\" 무슨 일이세요?\"

\" 우리 남편하고 살아야 될까요..말아야 될까요

  저 우리 남편하고 살고 싶은데..저번에 살지 말라고 하셔서..\"

분명 살지 말라는 말은 안했을 것이다.

무슨 연유인가..어째서 이런 말이 나왔는가..

\" 제가 자세히 보아야하니..조금 있다 전화 주실래요!\"

\" 저 지금 무지 급해요..빨리 전화 주세요\"

\" 그러세요\"

말을 받아 놓고, 잠의 유혹을 내려 놓고, 다시 책을 끼고 앉았다.

엄마는 맛난 음식을 해 놓고, 딸을 위하여 상을 차리시는데..

난 그것을 미뤄 놓고, 내 자리에 앉았다.

 

봄 이었을까..소개로 왔었던 분이다.

남편분과 이혼을 했고, 아들은 남편을 따라가 산다.

남편..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주장이 강하고, 멋이 있고, 나름대로 줄 점수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손님은 무조건 싫어라 했다.

이혼은 당연스레 찾아 왔다.

손님의 간명상 남자가 있었다.

이 손님 남자 없이는 살 수 없는 분으로

또 다른 인연을 조심스럽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있다고 했다.

돈 많고, 어쩌고 저쩌고..등등.

많이 두둔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주쟁이 그냥 귀 닫았던 기억이 있다.

\" 그냥 좋은 관계료 지내세요.\"

마지막 말이다.

이후 남자랑 오겠습니다..날짜까지 잡더니 안 오셨다.

그런가 보다 했다.

\" 어머 왜 전화 안 주세요\"

\" ....\"

\" 제 일생 좀 봐주세요. 제가 남편이랑 살아요?..저 남편이랑 살고 싶어요\"

\" 남편이 살자고 하나요\"

\" 네\"

\" 그럼 사세요\"

\" 살아도 되는 거예요?\"

\" 사시고 싶으면 사셔야지요\"

\" 살지 못한다고 했잖아요\"

\" 그런 말은 들인 적이 없어요. 서로 생각하는게 달라서 힘들다고 했지..\"

\" 아..그런가\"

\" 제가 남편이랑 살고 싶거든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 혹시 술 드셨어요?\"

\" 네\"

아이고라..

\" 근데 말짱해요.저 지금 힘들거든요\"

\" 나중에 전화 하세요\"

\" 지금 말해줘요\"

\" 무엇을 요\"

\" 혹시 신내리셨어요?\"

뜨악.

\" 아니요\"

\" 난 지금 카운셀링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주를 보고 싶은 거예요. 사주 잘 보는 거 맞아요?\"

땀이 조르르 흐릅니다.

\" 사주란 기운을 말하는 거예요. 난 점쟁이가 아니예요\"

\" 하하하 그런가요\"

\" 손님..술 깨면 전화 하세요\"

\" 제 사주가요\"

 

지금 생각하니..참으로 대단한 분 입니다.

당연히 오늘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좋은게 좋은 거라는 맘도 있지만.. 정말 적응 안되는 분 이었습니다.

사람은 여러가지 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잘 개척하는 사람도 있지만,

운명이라는 것을 기분에 따라 인연을 만들고,

쉽게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는 도道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순의 역사에서 도를 안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남편에 대한 예의.

가족에 대한 예의.

타인에 대한 예의.

윤리에 대한 예의.

정도가 있어야 사는데 있어..그래도 지혜를 얻지 않겠어요.

 

쉬운 예가 있습니다.

남편이 돈이 없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돈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요..

아니요.

절대 만날 수 없습니다.

왜 그러하냐면..

자기 복이 그것 뿐인데..자기 복은 보지 못하고 돈만

본다하여 절대 좋은 인물을 만날 수가 없지요.

눈으로 보는 복은 거짓일 경우가 참으로 많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눈..

탐욕의 눈..

시련의 눈이 결속 된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이런 눈으로 보는 것이 좋은 인연을 만들기란..

참으로 어렵지요.

그래서 볼 줄 아는 것도 공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기도를 끝내 놓고 훌륭한 부처님을 만나니 등어리 싸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라 기원 드렸지요.

 

다 끝날 무렵 한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보살님 이십니다.

좋아함도 집착인줄 알면서 그래도 좋습니다.

보살님이 꿈 이야기를 하고, 저는 기도에 대해 했습니다.

그러더니..보살님이 그러세요.

\" 모두 장관되고, 차관 되고, 의사 되고 선생님 되고 싶으면..

  정화조 청소는 누가해..그렇지 보살님..\"

참 지당한 말씀 입니다.

사람의 위치와 소임은 다 복이 있습니다.

그 소임과 복을 알맞게 썼을때 정말 극락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모든 세상에

쓴 사람도 부처요.

단 사람도 부처입니다.

그로 인해 깨달을 수 있고, 선근을 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 나두 아직은 멀었는데..

  이렇게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야 그렇지 보살님..\"

그 분의 환한 얼굴이 머리에 박힙니다.

맞아요..행복이지요.

 

하루 동안에 우리는 극락도 가고 지옥도 갑니다.

그러나 가는 것도 나요..해탈하는 것도 납니다.

 

병술년 여름은 강한 기운이 많습니다.

너무 너무 덥습니다.

더운 것을 이기는 힘도 나임을 잊지 마세요.

 

뜨거운 술잔에 불을 당기니 활활 타는 군요.

속병이 타는 군요.

그냥...운명은 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