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거세지는 만큼 누가 차 한잔 사줬으면 좋것다..
이야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것다..
병이시..병이 또 도졌지..
한동안 구들 틀고 앉아 잘 산다 했더만..
빗물 자락이 사람 맘을 또 간사하게 만들어 놓았다.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자..
산 좋고 물 좋은 어디로든 떠나자..
가면 배우겠지..
가면 찾아지겠지..
가면 알겠지..
그래 어디로든 가자..
지금 노래는 윗글과 같으니..
사람 환장 하겠네..
축구 감독 얼굴에 지고는 못살아..라고 씌여 있길래.
옳거니 잘 되구나.
재미있는 밤을 보내고..꿈에서도 볼이 날아다니니..
이 생구경도 참말 재미있었다.
이래저래 마음 못 잡고 허정 제비하고 있는 내맘이
바람에 날리는 빗물 자락 같다.
얼마전 시장에서 본 동창놈에게 차한잔 하자 그럴까!
이 친구...
아무리 몸둥이는 틀렸어도 여자보다 더 친했것만..
결혼하고 나니 저는 저..나는 나가 되어버리고..
사는데 빠듯해서 연락 한번 못했었다.
그래도 인연이라고 그 넓은 장바닥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그래 옳게 전화 한번 하자.
전화를 돌려..
\" 00 너니?\"
\" 어 00구나.\"
\" 오늘 만날까..\"
\" 어디로 올여?\"
\" 옛날에 우리 자주 가던데 거기 아직도 있더라..\"
\" 알았어..와\"
사업 한답시고 시간은 빵빵하게 있는지..
그래도 거절 안하고 친구를 반긴다.
오늘은 여기까지..
채비를 하고 가려고 일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 나야..식사 하셨어요 \"
남편이다..거의 반은 초죽음이다.
\" 목소리가 왜 그래요?\"
\" 많이 아퍼..힘들고..\"
\" 그봐 몸살이야..\"
\" 진짜 힘들어..\"
\" 가짜로도 힘드나..몸 알아서 일을 해야지.\"
속상해서 툭 했다.
\" 여보..와라..\"
\" 거기가 어디라고 가..\"
\" 지금 우리가 이십대야 \"
\" 꼭 이십대만 그래..보고 싶으면 오는 거지.\"
어린양이 늘어진다.
\" 나 나가야해요\"
\" 어디가는데..\"
\" 00 만나러... 그만 끈어요.\"
뚝..오잉.
전화를 끈었다. 남편이..
왜 글지..
다시..전화해서..안받으니..두어번 걸고 나서..
받는 남편..
\" 왜 그래요?\"
\" 만나기로 했다며..얼른 가세요\"
\" 어머..화 났어?\"
\" 화 안났으니까 만나세요. 전화하지 말고..\"
\" 어머..왜 그래요?\"
화났다.
오라고 했는데 거기는 시큰둥하고 동창놈이나 만난다고 했으니..
내가 주책을 떨어도 단단히 떤 것이다.
그 오지랍이 화가 났으니...내가 잘못한 것이다.
\" 알았어..갈께..\"
\" 아니야 오지마..금요일날 올라 갈건데..\"
\" 그래도...\"
\" 약 먹고 쉬면 괜찮겠지..\"
\" 쉬질 못하니까 그렇지..\"
\" 아 힘들다 \"
힘들다는 소리 하루면 무진장 흔한 말이지만..
남편의 힘들다는 소리는 여운을 많이 남긴다.
동창놈에게 미안하다..할 일이 생겼지 뭐니..등등으로
종료를 했다.
구실를 만들면서도 남편에게 솔직했던 내가 예쁘다.
또 다른 관심을 알았으니 말이다.
비오는 날의 산내음은 마음의 심연까지 맑게 하는데..
그 내음이 그립다.
부부라는 인연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그 마음 다독이며 사는 것이 산내음 같다.
빗방울이 잠시 열기를 가라앉히고.. 다시 조용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라고 하는 것처럼..
후끈 달아 올랐던 내 가슴도...맑은 차 한잔으로 달래야지..
그리고 내 방 구들장을 지켜야지..
차 한잔 하고 싶거들랑 여기로 오시요.
내 떫은 차 한잔 내 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