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79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다.


BY 2006-06-07

故 고로 至誠 지성은 無息무식이니..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으니..

중용의 제 26장의 첫 어절 입니다.

 

모두 잠든 시간..

남편과 같이 피디수첩을 보았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눈을 의심합니다.

왜 저래야만 하나..

 

예전 한참 절로 미친듯 다닐때 이야기 입니다.

사람을 만남이란 얄궂어서..어디..어디서 누구와

부딪칠지 모르므로 그저 좋은 인연만 만나게 하소서..

내심 주술처럼 읊조릴때가 있었습니다.

사실..산을 다니거나..길을 걷거나..

가장 무서운 것은 산사람이지 죽은 귀신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산사람이 곧 악귀도 될 수 있고, 도둑도 될 수 있고,

어쩌다 맘 잘못 먹으면 획 돌아버리는 것이 산사람의

모양새 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인연이란게 엄청나게 지극한 것입니다.

 

아주 훌륭한 절에서 만난 스님은

겨울을 보내고 볕이 잘 드는 뜰에 앉아 한껏

시간을 유용하게 쓰시고 계십니다.

아주 친한 도반과 함께 사찰을 잘 돌고, 그 스님 계시는

뜰에 이르렀습니다.

\" 오셨나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뜨악해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보내셨군요\"

참 도통 이 무슨 말인가!

젊은 여자 둘의 가슴은 쿵쾅 거리며 막 뜁니다.

\" 스님 저희들 보고 하시는 말씀 이신가요?\"

\" 여기 당신들 말고 누가 있소?\"

....

\" 내 긴요한 이야기를 해줄터이니 여 앉으세요\"

긴요한 이야기!

가자고 조르는 도반을 옆에 앉히고, 스님을 얼굴을 봅니다.

\" 여기는 말입니다\"

스님의 이야기는 득도를 하다보면, 섬광처럼..

어떤 메세지를 듣게 되는데..그 메세지가 바로 부처님의

음성이며, 그 음성을 자기만 들었다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을 이론적으로 해석해가며, 달변가의 언어로

정말 긴요하게 말씀을 잘 하십니다.

어느새 둘은 말을 들으면서도 그 사연에 홀딱 빠져 버립니다.

늘 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애닮아 하던 차에 참으로 희얀한

이론을 펼치며 매듭 매듭을 엮어 가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스님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부처님과 통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갑자기 서늘해졌습니다.

이상으로만 느껴졌던 부처님과 통 할 수 있다.

참 희얀한 일 아닙니까!

한참 이야기를 듣는 도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분..

참 외로운 분이구나!

외로움의 깊이가 심해지면, 착시처럼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의지하게 되고, 어느새 머리는 다른 한 대상을 만들어 그가

꼭 살아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게 됩니다.

사람은 하나지만, 생각은 둘이 되는 것이지요.

 

말을 하는 도중 제가 장난끼가 발동 했습니다.

\" 스님 부처님이 언제 환생 하실지도 아시겠네요\"

\" 그럼 알지요\"

\" 언제 오신데요?\"

\" 아직 시일은 있습니다. 제가 주는 주문을 잘 외고 있으면..\"

줄줄..

 

피디수첩을 보는 동안 전 그 스님을 생각했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느껴지고,

그 생각을 점철 시키는 것은 미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지요.

저 티비속의 스님도 그러했겠구나..

자신에게 뭔가의 능력이 주워졌다면, 다중을 위하고, 세상을

위해 써야 할 몫을 개인의 부와 착복에만 힘을 기우렸으니..

덫이 나도 단단히 덫이 났구나..

그로 인하여 정말 성심껏 공부하고, 수행하는 수행자까지..

독을 옮게 만들어 버리니..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 스승님의 말씀 왈..

만약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 댓가를 받았다면,

다시 그 마음을 위로하는데 쓰거라..

고리타분하고, 맹한 소리 같다고 속으로 구시렁 거렸지만,

사실 이말처럼 정답은 없습니다.

 

또 하나 모두 외롭다는 것입니다.

독한 말을 건네는 스님도 관심이 필요하고,

그 독한 말을 듣고 일을 행하는 사람들도 외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욕심에서 비롯 됩니다.

둘의 욕심의 파장이 사회 전체를 혼란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더불어...

겉에만 힘을 기우리는 우리의 문제도 있습니다.

 

마음이 외롭고, 단련이 되지 않았거든..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을 똑바로 지키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지키고 노력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지치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그 선을 넘게 되면, 단연 아름다운 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이 과정이 선이고, 깨달음 입니다.

 

잘못된 가치관으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애닮게 했으니..

그 죄가 쉽지는 않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과정을 보며, 나 또한 고개를 숙입니다.

 

공부함이 무섭고,

알아감이 무섭습니다.

세상이 무섭고,

나 자신을 알아가기가 쉼이 없습니다.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으니..

 

지극한 것에는 떳떳함과 오래함 입니다.

비록 내 맘에 환란이 찾아 오더라도 먹은 마음 그대로..

있는 그대로 떳떳하다면 지성에 따르겠지요.

 

좋은 인연이 참으로 귀하군요.

다시 첨으로 돌아갑니다.

묵향의 조용한 뜰에

나도 없고, 너도 없고,

과연 있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늘 있는 것은..

외로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