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장군이 그랬다지요.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뿐이다.
라고요.
몇년전 글쓰기를 가르쳤던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 꽤 똑똑하고, 젠틀한 친구 였습니다.
글도 퍽 감수성 있게 썼고, 매력도 많았지요.
헌데 집안의 우한으로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 주던 이모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유복한 집안의 아들답게 잘 자라 줄거라 믿었는데..
가정의 불행은 많은 것을 잃게 하네요.
엄마의 신음 썩인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전해집니다.
\' 지금은 어디 있나요?\'
\' 그냥 그럭저럭..\'
\' 그래요\'
그 얌전하고 준수했던 아이가 세월의 아픔 속에서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각하니...
무상함에 마음을 가눌길이 없습니다.
\' 선생님 그렇잖아도 뵙고 싶었어요
늘 생각을 많이 했어요. 00도 한번씩 말을 했어요\'
절절..
상대방의 말소리는 뚫린 귀이니 들어오지만,
생각은 거슬러 올라 갑니다.
이 친구와의 인연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한 참 힘들어 할 때..
그때 돈이 참 절박 했던 때 였습니다.
이 친구의 엄마는 대단해서..
이력서를 내야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만큼
까다롭다면 까다롭고 정확하다면 정확했습니다.
대신 값을 주는데는 후한 편이셨죠.
아이들을 맡고 열심히 공부를 했지요.
일년을 공부하며 서로 마음을 열었고,
각별할 만큼 친해졌습니다.
집안이 내노라하면 대단해서 많은 사연이 숨어 있었는데..
하나 둘 알아 간것이 내력을 다 알게 되었지요.
이모님이 대단한 부호로 돈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소생이 없어 이 친구를 아들 겸 나중.. 의지처 처럼
여긴 거지요.
수업을 마치고 갈 채비를 서두르는데
\' 선생님 저녁 먹고 가세요\'
이모님이 저녁을 사주겠다고 같이 가자 그러시네요.
사양은 했지만, 약속을 정한 것 처럼 서두르시기에
마지 못해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한정식 집 이었는데...처음 이었습니다.
코스 요리들이 들어오고, 이모님과 그 친구 엄마는 앉아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밖 뜰에서 놀았습니다.
이모님.
\' 공부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나.
뻘줌 \' 아.아니요\'
이모님.
\'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써요. 참 부럽더라\'
나.
\' 그냥 쓰는데\'
이모님.
\' 인상이 좋네요\'
나.
계속 뻘줌.
떠오는 말도 없었고, 해야 할 말도 없었습니다.
아직 뭘 모를 때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 속으로 어떡해하면 그렇게 큰 돈을 버시나요..
라고 묻고 싶었는데..
그러나 눈빛을 보는 순간 압도 당해서 이런저런 말도
떠 오르지 않았습니다.
한 카리스마 했지요.
\'여자의 눈빛은 음의 기운을 감돌며, 강한 카르스마를 띄울땐
어떤 대장부 보다 더 심오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그 뒤 안 사실 이지만, 그 이모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빌딩 몇채를 소유하고 있었고, 모텔과 상가를 가지고 있다고
했으나 촉촉히 젖은 눈안으로는 여자의 간여린 내면이 흘렀던
것을...지금 기억합니다.
이 후 일년을 더 공부 했고, 난 서울로 가게 되었습니다.
연락은 자연히 끈어졌고, 이번 어린이날 한 음식점에서 그 친구
엄마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반가운 나머지 서로 포옹하며 좋아했는데.. 오늘 통화로 많은 불행을
송두리채 쏟아 놓으니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왜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 오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내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풀지 못 할 숙제 일 것입니다.
그러나 극복은 해야겠지요.
극복 할 수 있는 여지는 만들어 놓아야지요.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뿐이다.
내가 받았던 그 이모의 기운에서 ..
다시 그 친구를 만났을때, 좋은 이모가 되어 준다면..
나 힘들었을때 받았던 기쁨 만큼이나..
모든 것은 늘 사라지고, 없어지고, 변해가지만,
인심만은 변하지 말고, 이어간다면..
나나 너나.
우리 모두
노장으로 굳건히 곁에 있지 않을까요.
내일..
그 친구의 엄마가 오신다네요.
정말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