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
노인 병원을 차린다고 터 보러 가자고 한다.
내 일생 일대의 최종 목적지는 땅과 사람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니 두 말 할 나위 없이 가야 한다.
땅을 알고..사람을 알러..
그런데...보따리 싸고 나가려는 순간..손님이 오셨다.
다른 날 같으면 다음에 오세요.
가야 하는데요..
양해를 구했겠으나..
이분은 그럴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한마디로 \'끌렸다.\'
기다리고 계시던 원장님을 고개 숙여 보내고..
앉았다.
말씀하세요.
구구절절..년월일시를..
말한다...그러더니 갑자기 운다.
아마 꽉 찬 설움이 있는 것이다.
사주를 풀어 놓고, 물었다.
\" 어떤 것이 재일 궁금하세요?\"
훌쩍 거리더니
\" 남편이 나에게 오나요?\"
\" 아니요\"
\" 왜 안 오나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 잘못이 있어 안오나요..인연이 거기 까지 인가 부죠\"
\" 안되는데..\"
\" 왜 바람꾼 남편을 좋아하세요. 이 아저씨는
여자들이 대기순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난 표현을 해도 참 잘한다.
줄줄 여자없이 못사는 병오일주의 주색잡기 아저씨..
\" 언니도 남자 있는데요!\"
\" (고개 끄덕거리더니)..있어요\"
\" 근데 왜 우세요..\"
\" 난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예요. 진짜 예요\"
\" ...\"
한숨을 쉬었다.
남자가 빚을 잔뜩 지었습니다.
애들은 없습니다.
재주도 없습니다.
돈을 갚아야지 살아준다고 합니다.
이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완전 부부클리닉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바람을 피웠단다.
지금 그녀 곁에 있는 남자는 그 빚을 다 갚아 주고
그녀에게 생활비까지 챙겨준단다.
남편만 버리면 집도 사주고 호강도 시켜 준다고 한단다.
참..희얀하다..사는 거..
\" 근데 왜 우세요\"
\" 나 그사람 좋아요..나 우리 남편 좋아요\"
\" 싫다잖아요. 남편이..\"
\"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 없이는 못 살아요\"
\" 아이고 참..\"
난 촌스런 사람이다.
싫다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겠다는 사람은 반긴다.
이 분은 나와는 생각이 확연히 틀리네.
어쩜 좋을까!
\" 그래서 말인데요..남편 나에게 오지 않나요?\"
\" 그걸 제가 어찌 알겠어요. 여기엔 언니가 재취로 가야
길하다고 씌여 있는데..\"
\" 아 그래요..아이고..\"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참 여자 심리 묘하다.
도박에 생활비도 안 줘..바람꾼이야..빚까지 갚으라고 징그럽게
구는데..그래도 좋다니..이 무슨 업인가!
그럼..\" 왜 좋으세요? 남편이?\"
\" 그냥 좋아요. 보고 만 있어도 좋아요\"
난 생각만 하여도 울렁거릴 것 같은 인연이 좋단다.
그럼..빚 갚아준 남자는 요.
\" 그냥 은혜를 입었으니 갚기는 해야 하는데..
자꾸 이제 싫어서..\"
사람의 인연 묘하고도 묘하다.
참 난해한 질문을 가지고 와 풀어 달라고 하니..이렇게 어려울 수가..
\" 남편은 언니 곁에 안 오니까 이혼해 주세요\"
\" ...\"
\" ...\"
\" 나중엔 오나요?\"
속으로 몰라요..라고 했다.
어쩌라고..
남편은 싫다고 하고 더구나 다른 남자도 있고, 거기다 빚도 다 갚아줬는데..
일은 다 벌리고나서 어쩌라고..
사랑이 솔직히 밥 먹여 주나..
남편..이남자 죽을때까지 속걸이야 속걸이..
참 그래도 복이 있으니까 다른 넘이래도 좋다고 하지..
그 많은 빚 혼자 짊어지고 어떻게 살 뻔 했어..
애기도 있는 것도 아니고..
확 말해 버렸다.
속이 다 시원하다.
\" 알아요. 나두..근데 불쌍해요. 스물두살에 만났는데...남편은
나 밖에 의지 할때가 없어요..그래서 나 마저 없으면..\"
\" 언니..\"
안다..여자의 동정심 모성애..그리고 안타까움..
\" 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 이예요. 어린 시절에 만났지만,
지금은 서른 하고도 여섯이예요.
남편이 하는 일도 없이 돈만 가지고 오라면 제 정신이예요?
불쌍한 것 하고, 가장으로서의 할 일 하고는 다른 거예요\"
\" 아직 애기도 없고, 그래서 철이..\"
한참 설명을 해도 못 알아 듣는다.
사주쟁이 뚜껑이 여러번 열렸다 닫혔다 했다.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사랑 이 뭐 말라 비틀어진 사랑인가!
에로스냐 아가페냐..정이냐..
살다가 사랑은 없어지고..미운정은 생긴다더만..
이 괴한 인연이 또 다른 시나리오을 쓴다.
사랑도 좋다.
미련도 좋다.
까짓 기다려주자..
언제까지..?
안 올 텐데..
모르지 정성이 갸륵해서..
어느날 콩깍지가 확 벗어지면..
그때 올바른 사랑이 올려나..
나도 나 좋다고 따라 다니는 남자는 싫다.
근데 살다보니까 그래도 나 좋다고 따라 다니던 남자가
쬐끔은 잘해 주더라..
물론 그것도 저것도 살다 보니 희석은 되지만..
\" 언니..나도 언니를 닮고 싶네요\"
좋은 터를 보러 가는 것 보다..마음 자리 묘한 한 여인을
만났다.
이 인연도 갸륵하고 갸륵하다.
미친 짓인지도 알고, 잘못된 줄도 알고, 다시 못 올 길로
가고 있다는 것도 아는 그녀에게..
나는 노래를 불러준다.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세상이여..제 위치의 사랑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