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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방...


BY 2007-03-27

후닥 가버린 시간은 도통 찾을 길이 없고..

상념만 늘어 날씨 모양 음산하기만 합니다.

 

길을 물어 오신 손님은 전화가 네비게이션 입니다.

네번째 목소리를 듣고 제 방의 문을 열고 들어 오시네요.

 

얼굴은 호랑이 상이요..눈엔 힘이 꽉찬 것이...

아무래도 집안에 편히 있을 팔자는 아니겠다.

그럼 일을 물으러 오셨겠구나..짐작을 합니다.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앉으셨지만..

무엇엔가 많이 놀란 듯...60년생이라면 왠만큼 제 몸

조절은 할 듯 싶은데..눈동자도 제자리 못 두고..

자세도 바르지 못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려나...

 

먹을 갈기 싫어 붓펜을 찌걱찌걱 눌러 봅니다.

통통한 붓펜 끝자락에 먹물이 찍찍 흘러나옵니다.

짖은 블랙의 향연이 글씨가 되기 전 입니다.

 

모년모월모일..그리고 모시...

어머나..

남편이 없으시네요.

속으로 말했습니다.

남편은 요?

없어요!

에구..그랬구나..남편이 없구나..

....

 

며칠전..내가 좋아하는 언니 딸이 아프다 해서

병원을 갔습니다.

신수 보면서 아프니까..조심하세요..라..

했는데..요 주둥이가 보살인지..며칠 후 입원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럴때 맘이 가장 아픕니다.

 

애들이라면 끔찍한 언니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안 보아도  그림이지요.

언니..병실 문을 열며 불렀더니..왔어..

초췌한 언니가 환자인 딸 보다 더 쓰러질 듯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조금 후 건장한 체격의 잘생긴 남자분이 들어 오십니다.

눈이 조금 부은 듯 했는데..

글쎄 언니 남편이라네요.

아저씨는 언니에게 진정제를 주며..

\" 먹어..\"

언니가 얼른 \" 당신 말로만 들었지..00 엄마..알지요?\"

\" 아..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예..\"

할말 없는 어색함이 잠시 흘렀습니다.

\" 당신 이제 가요?\"

\" 당신 있을 수 있겠어?\"

\" 있을 수 있어..\"

\" 자기가 집에 가서 자..내가 있을께..\"

\" 아니야 당신이 가요..내가 있어야지..\"

어머...나 여기서 기절하고 싶었지요.

좋겠다..물론 우리집 금술도 나쁘지는 않지만..

더 없이 부러움이 밀렸습니다.

아..참 좋다.

왜냐면...남편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새삼 물밀려 오듯, 아스라히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어려울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

이것이 가족이구나 싶어 잠시 나 나름대로의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저씨 가시고..

\" 언니..참 보기 좋더라..아저씨랑..\"

\" 그렇잖아도 울었잖아..눈 봤지..\"

\" 그래서 그런거야...어머..\"

 

늘 고해를 바다를 건너는 것이 인간의 흐름이지만..

이 바다의 풍랑속에서도 나름대로 닷을 내리고 정박하여

햇빛을 쏘이고자 한다면 이런 것이 햇빛이 아니고

뭘까..

 

남편이 없는 손님은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저멀리 가셨습니다.

남편의 뒷 자리에 붙는 수식어는 바람둥이 였고..

돈만 쓰는..아내의 애간장 말리는 사람 이었다고 ..

말은 하지만...그런데요.

오년의 세월이 달음질을 하면서 가는지 눈물을 보이시네요.

\" 이제 좀 살만하니까..가버렸어요.\"

 

손님의 팔자에는 남자가 없었습니다.

그런게 어디있어요..라고 말하는데..그런게 있어요.

혼자 고독하게 살아야 할 운명체가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돈도 있고, 명예도 있으니..

신이 가만히 두었을까요!

이것이 업이라는 것이겠지요.

 

말의 언저리언저리마다 추억의 그림자가 새록새록

꽃을 피웁니다.

있을땐 몰랐던 그 사소함들이 그리움이 되어

이 손님의 추억을 한편의 서사시로 만들어 놓습니다.

 

자식이 커가면서..일상을 일구면서..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그리움을 더 커지겠지요.

 

사람들이 독해져..돈만 있으면 되지..

라고 말하는 분도 종종 봅니다.

이거 무척 무서운 말입니다.

 

돈이 없음은 보시하는 방편으로 세월을 닦아 갈수 있지만..

사람이 없어지는 업보는 닦을 방법도 지옥을 수십번 오가야

겨우 닥아진다고 하겠지요.

 

행여..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구업 짖지 마세요.

 

그가 있어 행복함을 시시때때 느끼며 사세요.

 

밉든 곱든 살부비며 살아온 세월이 서로가 서로에게 있으니..

그 인연은 신도 어찌 할 수 없는 인연을 만들어 놓습니다.

돈독한 애정..

이왕 살거면 이런 맛도 보면서 살 수 있게..사랑하며 사세요.

 

용서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