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큰 개구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림이다.
둘째 머리맡에 있는 것을 보니..
입 큰 개구리는 둘째의 꿈에도 나올 모양이다.
모두 잠이 들었다.
잠을 잔다는 것은 조용하고 침묵하고...어둠과 대결하여도
손색이 없는 무위 중의 하나다.
이 달콤함에 끼어들지 못하고 난 덩그런히 앉았다.
아...
한쪽 유리창에 빨간 불빛이 일었다 꺼져 버린다.
바퀴소리가 내 심장을 갈고 지나간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림이란...
늘 어느 만큼 참을성을 요구하는지..
도로 그에게 묻고 싶다.
얼만큼 기다릴까요!
그녀는 한쪽 눈이 어릿한지 계속 문질러 댓다.
오후내내 시간을 비웠다.
멀리서 오는 그녀는 나에게 쏟을 것이 많을 것이고..
나는 그녀에 대한 예의로 시간을 넉넉히 준비했다.
좀 초췌한 그녀가 내 앞에 있다.
그녀를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일주일 정도의
예약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난 일주일이 찰라적으로 지나갔고..
공간적인 이야기와 사람의 이미지만 존재 할뿐..
나는 없었다.
그녀를 본 순간...일주일 전 그림이 되살아 났다.
달력에 명기한 이름..목소리..그리고 머릿속 느낌.
여자가 있는 남편은 일주일에 한번 집에 온다.
월급도 주지 않는다.
아이들도 다 커서 그녀 곁에 없다.
사회적으로 아무 부러울 것이 없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지만..
밖의 모습과 안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다.
눈물도 말라버렸는지.. 그녀는 물기가 다 빠진..
마른 장작처럼 애써 나의 눈을 응시 한다.
안스럽다.
문득 아내라는 호칭이 싫어진다.
그녀의 남편은 호텔이나 어디..어디쯤에서 누구와 동침하고
있을지 모르며..아니면 알량한 자존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자기만 바라보는 아내를 외면하고..독하게 쏘아댓던 그녀만을
기억한채...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지..
엷게 퍼진 창백한 인상위로 지나간 그림들이 한장한장 넘겨졌다.
맑은 외로움이 퍼졌다.
흔들리는 손이 여린 가지 같았다.
꼭 잡고 싶어졌다.
왜냐면..왜냐면...사랑에 지친 오십대의 회한이 그렇게
구슬퍼서..그 생드라마 앞에 지겹게 눈물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하세요..이제 사랑...
기다림은 이렇게 지독하다.
기다리는 것은 보태에 줄 수도 없고, 하지마라 할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또 다른 기다림이다.
입김이 서서히 힘을 잃어갈때..
그녀가 여자가 된다.
다시 여자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특별한 것은 없어도..이왕이면 아이들의 아빠이며..
아직은 법적인 남편이므로..나도 그의 여자가 되어 보고
싶은 것이다.
밥도 같이 먹어 보고 싶고, 여행도 같이 가고 싶고..
아이들과 좋았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시절 만 기억해낸다.
그녀는 간절했다.
왜 이렇게 쓸쓸해야 하는 것인가!
왜 좋음이란 이렇게 간략해야 하는 것인가!
그녀가 돌아간 언저리에 나는 쓰린 의구심만 남아 있었다.
책장속에 개구리를 집어 넣어버렸다.
머릿속엔 와글와글 거린다.
아직 이 인간이 돌아오지 않았다.
개구리가 와글 거린다.
알갱이진 이 마음이 독으로 변하고 있다.
시간을 보라구..시간을...무엇하냐고...이 ....씨야..
개구리가 운다..
와글와글..
아...
이 쓰린 마음이 하루가 이틀이 그리고 백날이 갔겠지..
바라보는 남편은 늘 혼자 덩그런히..저기 어디쯤에
날 버려두고...
카드 명세서에 쥬얼리도 있고..호텔도 있고..옷집도 있고..
그렇게 보이지 않는 칼은 눈물로 범벅이 되고...
아..모진 세월아..
시간은 더디게 흘러간다.
아직 올 사람이 안 와서..
가지런히 노여야 할 신발이 보이지 않아서..
매캐한 담배 냄새를 아직 맡지 못해서..
궁시렁 거리며 잔소리 해야 할 그놈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래서..여기가 질기게 쓰리다고..
여기..심장 한복판이 찢기고 있다고...
그녀의 마음은 불덩이 속에 담금질을 한다.
아주 밑바닥 용서라는 물기가 마르기전에..
우리 침대..그 자리로 돌아와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