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생이 보았을때 어떠냐고?...\"
\" 뭘..어때요..\"
\" 지금..숨기고 있잖아..\"
\" 참..뭘 숨겨요\"
\" 지금..우물쭈물 하잖어..\"
\" 참..언니두...숨기는 것 아무것도 없으니까..
00 보고 전화나 하라고 하세요.
당부를 해도 내가 할 것이고, 할 말도 00한테 있어요\"
서울 언니의 전화다.
땅을 사야 할 때도 나에게 묻고,
투자를 해야 할때도 나에게 묻는다.
막내 외국 보낼때..딸내미 여행 보낼때...
무엇이든 언니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언니에게 대단한 카운셀러다.
남편 승진 할 수 있나요를 서두로.. 지금까지..몇년이 흘렀다.
참 희얀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언니와 나는 잘 맞는다.
따르르르
\" 네\"
\" 저 00예요\"
\" 어..잘 있었어요?\"
\" 네..안녕하시지요?\"
\" 나야 물론 잘 있지..많이 예뻐졌지?\"
\" 아니요..뭐...\"
\" 겸손해 하기는...\"
따라락..
\" 엄마는 결혼 아직 이르다고 하는데..
저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 올 말고 내년에 하면 안될까!\"
\" 내년까지도 못 기다리겠어요. 너무 많이 기다렸어요\"
\" 그래..\"
\" 선생님이 엄마에게 말씀 좀 잘 해주세요
엄마가 선생님 말만 듣는단 말이예요\"
\" 그래..\"
결혼하면 둘이 헤어질 수 있는 운명이다.
남자가 거세니..한살 많은 여자애가 그저 순응하고 살까!
참 암담했다.
이타부타 이런 이야기를 다 할 수도 없고..
언니 욕심엔 돈이야 많이 벌든 적게 벌든..그것은 상관 없어도
남자 바람끼 있는 것은 절대 용서 못한다.
친정아버지 바람끼로 늘 멍에를 안고 사는 언니라..
그것 만큼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더구나 큰딸이 시집가서 그로 인해 슬픔을 겪는다면..
이 소심증 언니가 과연 잘 살 수 있을지..
여러가지로 고민 되었다.
\" 00야 한가지만 약속해..\"
\" 네..\"
\" 나중에 00씨가 바람 피울수도 있어..\"
\" 어..그래요!\"
\" 음..원래 남자 기질상 여자를 많이 거늘이고 싶어
하는데..이 남자는 인물도 좋고 매력이 많아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붙지..그래도 좋아!\"
\" 음..그럼 안되는데..\"
\" 그래..안되지..근데 이런 매력이 너두 좋잖아 \"
\" 네..\"
\" 니가 보는 매력을 다른 여자도 볼 수 있어..\"
\" 그래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구나\"
\" 좋아해도 이 남자가 택한 건 너야..그것이 사랑이고..\"
\" 네..알아요\"
\" 그래서..절대 이 남자 이기려고 들지마..
그냥 못해도 잘 했다 그러고, 생각이 좀 차이 나도
늘 존중하는 맘을 잊으면 안돼..이 남자의 특징이
여자 잘 났다고 나부대는 거 싫어하거든..\"
\" 네 맞아요\"
\" 그러니까..못해도 잘해도 늘 칭찬하는 습관 버리면 안돼\"
말을 하면서도 나는 늘 읊조린다.
이 근본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 선생님 꼭 올해 결혼하구 싶어요
엄마에게 말 좀 해주세요\"
\" 알았어..그리고 또 약속 할 것이 있어\"
\" 뭔데요?\"
\" 절대 잠자리 하지 말아라..애기 갖을 수 있어..\"
\" 그런것두 나와요!\"
\" 그래..절대 지금 갖으면 너희들 힘들어..아직 아니야\"
\" 네..그렇잖아도 조심해요\"
\" 그래..엄마랑 상의 해보자\"
말을 하며서도 철없는 이 초년생이 무엇을 할까..
내심 마음을 조아렸다.
사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업이다.
이 죽기 살기로 좋아하는 인연을 갈라 놓는다면..
그 큰 업을 무엇으로 감당할까!
간혹 드라마를 보면 전 애인과 헤어진 이유가 사주쟁이
말에 의해..부모가 좌지우지해서 ...
이런 동기들로 인하여 큰 상처를 안고 헤어진다.
난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인연이 만들어진 이유는 다 까닥이 있다고 본다.
하물며 집안 뜰의 풀한포기도 내 집과 인연이 있어
내 눈을 즐겁게 하는데...스치는 인연이라도 그 때와
운기가 맞아 오는 것 이거늘..
아니다.. 기다로 발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인연이 다 하면 거기서 소멸 할 터이고..
아니라면 마음 잘 다스리고 가정을 일궈가겠지.
큰 틀로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 언니..올 보다는 내년으로 갑시다..내년 봄에..\"
\" 그래..아무일 없겠지?\"
\" 그작저작 싸우면 사는 것이지요..그렇게 좋아하는데
갈라놓으면 그 원망을 어찌 받고 살래요\"
\" 그렇게 안좋아!\"
\" 또 넘어 가신다...좋은 건 뭐고 나쁜 건 뭐예요.
업이면 받아야 하고, 업연 다 할때까지 고생은 하지..\"
\"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 그냥 좋다는 말이예요\"
\" 그럼 한다..지들 좋다고 하니까\"
\" 정답이네요..지들 좋다고 하는거..\"
\" 몰라..이제 이선생이 다 책임져..\"
아..책임 무섭다.
그래..책임져야지..
살다보면 무슨 일이 없겠나..
사는 모양은 다 달라도..집집마다 고민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이 다른 것에 차이를 알아가고 있는 나도..
업의 색은 알록달록 일께다.
허나 ..사주는 운기의 흐름이고..
업은 인고의 결정체라고 본다.
사주보다 업연이 사실은 더 무서운 것이다.
전생의 업이든..
현생의 업이든..
그 업은 꼭 풀어야 소멸하고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아직 이 인연도 소멸할 시기가 멀었는데..
억지로 떼어 놓으면 사는 동안 그 마음의 상흔은..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아무리 맛난 것을 먹어도.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늘 허전하고 아프고 무엇인가 잃어버린 느낌으로 산다.
이 느낌이 사람의 잠재의식을 침식시키고 메마르게
하는 것이다.
무서운 쓸쓸함이다.
오늘의 인연도 희귀해서..
하루종일...전 애인과의 이별에 대한 사주만 보았다.
나쁘다 좋다 할 수는 없다.
업의 소산으로 보아야 하므로 무엇이 나쁘다 좋다
할 수 있겠나..
그 인연의 줄기가 다 하여야만
서로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사주가 옳냐..업이 옳냐..
다 부질없다..마음이 옳다.
내 마음이..
간명책을 덮어 놓고..가만히 거리의 흐름을 본다.
인생의 줄기에서 꼭 살고 싶은 사람하고 사는 것도
큰 복이겠다.
이 많은 사람중에 내 몸을 서로에게 고스란히 맡겨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이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 우리 남편 벗겨 놓으면 얼마나 멋있는 줄 알어!\"
\" 그러냐..\" 피..
제 눈의 안경이라더니...
동창애를 만났더니 하는 말이다.
나의 눈엔 단물 빠진 수수깡 같구만..
넘의 남자 벗은 것도 못 보고 속단하긴 이르지만..
글쎄 말로만 들어도 친구 눈은 아직도 헛눈 같다.
그래도 친구는 좋겠다.
그 약발이 명약이니 말이다.
..결혼하고 싶어요.
이 청연한 작은 음성이..
귀에 쟁쟁 메아리 된다.
나도 그때가 있었는데..그 푸른 물결이 있었는데..
괜실히 마음이 ....여보...
나도 잠시 꽃표 진정제를 먹었다.
그대들도 한번 드셔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