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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어 낸 상상.


BY 2007-01-25

상판 위에 겹겹이 책이 싸였다.

코가 맹맹해 필수로 코풀꺼리까지 옆에 끼고 앉아...

쓸데 없는 생각과.. 눈은 따로 놀고 있다.

 

며칠 산에 갔었다.

가야 할 이유도 있었고..그래도 산에 가면 가벼워지는

나를 볼 수 있어...간다.

늘 기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도대체 태생이 왜 이런가...

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행동을 보자면..

익은 책을 보면서도..

겹겹이 쌓인 책사이로 눈은 또 다른 책을 유혹 한다.

손은 코를 풀어 여기 저기 지랄 모양 던져 놓고..

의자에 걸쳐 앉아 있으니..늘 소화는 되지 않아 그윽..그윽..

거리며...

눈이 보는 책은 노자요.

손이 찾은 책은 위대한 패배자란다.

머리에는 얼마전에 보았던 중론의 한 대목을 떠올리고..

참..\' 그 숙제를 좀 풀자 \'

 

다시 중론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인다.

 

꼭 기도 할때의 내 모습과 흡사하다.

 

전등사 추녀끝의 마음처럼 그렇게 설레고 그렇게 갈피를

못잡고...바람 불면 흔들리고...마음 불면...휘히 날아갈 것 처럼...

그렇게 내 시리고 아프고..가지런하지 못하다.

커다란 성을 열두번도 더 지었다가 부수고...

쓰리디 쓰린 마음을 손으로 또 매만지고 어루만져도..

폭발할 것 같은 심장은 한숨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울고 울고 또 운다.

 

에이그..이 미친년아..이 미친년아...

무엇하러 사누...

 

허리가 꼬부라진 노스님 한분이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간여린 지팡이에 의지한채..아직 어리디 어린 행자님을 보고

책망하시는 말씀이..

으이구 저 미친년 좀 보소....욕 썩어 나무래는데..

왜 그 소리가 나에게 이렇게 박히는지..

 

원래 세상 미친년으로 사는게 다반사인데..

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쓴지..

이왕 미친년으로 살아도...그소리 안 듣고 싶은게..

진한 마음인데...오늘도 진정한 미친년으로 살고 있으니..

이를 어쩜 좋을까!

 

사람이 사람의 생각을 하고 약고..눈치 빠르게 살면 될걸..

뭘 그리 생각하고..뭘 그리 알라고 바둥거리는지..

 

이러다 획 돌아 제 목숨 제 손으로 마감들을 하는데..

총 들고 싸움만 안했지..전쟁터가 이보다 못 할까!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지랄탄..

역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만찬가지니...

아...아..비감이다.

 

사성을 앞에 놓고 앉아..실제의 상상을 하는..

팔자..뭐가 그렇게 좋은게 있나.

 

결론은 맞으면 좋고..틀리면 사이비 점쟁이고..

금 성질이 강해 절대 틀림이 없어야 한다고..

머리 이리굴리고 저리굴리고..

제 성질에 못 이겨...속병 매일 달고 살고..

도망가다시피 사람사는 곳으로도 가지 못하고..

산으로 줄행랑을 하니...사람 노릇을 어찌 하면서

살겠어..혀 찰 노릇이지..

 

며칠 사람소리 안 듣다가 내 얼굴 보고자 하는 분 있어..

오시라 했더니..눈물 콧물이랜다.

 

남편이 안 봐주니 가슴이 아프다고..

왜..그 놈의 남편들은 안 봐주냐고..

뭐 땜에..

 

언니..업이야..업..

전생에 언니가 그렇게 했나봐요.

 

나도 알어..그런거 같애.

좋다는 남편은 날 안봐주고..

싫다는 남자는 자꾸 따라 붙으니..

이게 무슨 조화속이냐고..

 

어제는 남자분이 그러데..이제는 내 욕망대로 하고

살고 싶다고...

여태 가족 위해서 살았는데..지금은 자기를 위해서

살고 싶다고..

 

어머...

 

언니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 줄 알어?

그러라 그랬어요.

대신 나중에 나이 들어 쪽박 차고 싶으면 그러라 했어.

본능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사람마다 지 맘대로 살고 싶은 거지..

근데 아무리 자기 맘대로 살고 싶어도 팔자가 있어서..

힘들더라..

 

에그에그 팔자가 뭔지..

 

아무리 대통령을 하면 뭐해..

그거 진짜 머리 아픈 직업 아니유..

 

맞어 맞어....허허허..

 

나에게 재주가 있다면 같이 말 썩고 있으면..

또 다른 사람도 철학자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살성이 짖어서 그럴까..아니면 풍월이 늘어서 그럴까!

 

상상하는 자유는 내 몫이지만..

명리학에 나온 사상은 한가지 이다.

우주 만물이 제 위치에 있듯..

사람의 팔자도 그 주기로 흐르며...

다 우주의 섭리에 맞게 태어났다고..

그러니 열심히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오호....

 

해가 진다.

언니도 가고..난 오늘 철야 기도를 하러 올라 가야 한다.

극락으로 가지..

뭘 또 배우게 될까!

 

하는 일에 만족 하면서 사는 사람 한 사람도

없겠다.

만약 있다면 참 큰 복을 지닌 자요...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만들어 낸 상상속의 사람...이런 사람만 있다면...

 

첫 월경을 시작했을때...

난 꿈을 꾸었다.

설레이고..부끄럽고...누가 알까 조심하고..

 

 

그 소녀는 간곳이 없고...

두터운 심장 소리만 요란하다....

 

다시....첫 월경의 신비함으로 들어가 보았으면...

깊은 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