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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을 맞으며..


BY 2006-12-29

한시름 덜면 다시 한시름이 찾아오고...

어느새 그 시름 속에서 윤회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태백산에 올라..살갖이 찢어질 듯한 찬바람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고..이 바람 장난이 아니구나...그래도 그 바람만큼..

쾌한 바람은 없었습니다.

요즘들어 무슨 병인지 다시 산바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쉬엄쉬엄 또 올라가지요.

태백산은 멀리 있으니..내 발길이 쉬운 곳으로 마음을

돌립니다.

코가 뻥 뚫리고..눈의 시아도 맑아집니다.

한두해 같은 산을 간 것도 아닌데...갈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생각의 차이도 다릅니다.

 

혹시 너무 좋으면 눈물이 나는거 아실런지..

혼자 벅차서는... 눈물나게 고맙다고 외치고..또 외칩니다.

참 감개무량하지요.

 

사람마다 소임이 달라..

많은 것을 하고 가는 거 같아도..

유심히 바라보면...벌거 아닌것이 사람의 하는 일입니다.

 

작은 우주 즉..소우주를 인간으로 보지요.

그 인간과 더불어 유익의 활동을 하는 것 중..

산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산에 들어 나무를 보면 사람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곧게 뻗은 나무가 있다면..

가지를 척 늘어트린 나무가 있고..

경사진 산등성이 켠에 뿌리를 내리고, 버팅기는 모습을

볼때 왠지 안스런 마음으로 다가 옵니다.

그 엉키고 설킨 틈바구니 사이로 햇빛을 쬐고자 목고개를

쭉 뺀 가지들이 왠지...햇살을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저 척박한 땅에 숨쉬기 조차 힘들어 보여도

나름대로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햇볕이 들면 느슨해지고..

수많은 생명들이 포용을 하며..순리대로 그 법칙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경의로워 마음이 숙연해지지요.

 

문득 세상이 변화하여 발전 할수록 사람 사는 공간도 좁아져

갈 곳이 없어지는구나..

그리하여 자꾸 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구나..

아무말 없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속에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묻어 납니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가지요.

모체가 이 흙이고 바람인데...우매하게도 그것을 모르다..

나이들어 어느 선상 서게 되면 자연스레..다시 발길을 돌려..

갈곳을 찾아 헤매이게 되지요.

그리고는 건강이 나빠지거나..마음이 산란하거나..허무해지거나..

외로울때 다시 모체인 땅을 찾고 바람을 찾고..마음을 찾아..

산앞에 서게 되지요.

기본의 정신적 주체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무엇을 하였던 산은 받아줍니다.

다시 정화를 시작합니다.

깊게 사람은 부드러워집니다.

자유로운 나를 느끼게 됩니다.

 

이과정을 느끼고 나면...발짝 뛰는 내 발이 그렇게

가벼울수가 없습니다.

이 법칙에 이 미흡한 나도 끼워주니..

고맙다..

 

순리에 순응하고 살거라..

쉽지 않은 답입니다.

그럼 어째서 순리에 순응하고 살아야 됩니까?

버둥거려 본들..원래가 정화 된 삶 자체로 세월은

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본질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본업을 찾아 일생..

평안 그대로 가는 사람이 복 받은 사람 입니다.

 

윗자리에 있다하여..노고가 없음이 아니요.

내가 갖은 것이 없다하여..행복이 없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은 상생과 순환의 역사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산을 보면 그 진리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오른다는 목적에만 치우치지 마세요.

오르는 과정속에 주위를 돌아보면..

더 많은 가르침으로 내 심장을 뛰게 합니다.

 

사는 것도 만찬가지 이겠지요.

목적은 있으되..살아가는 방법과 주위에 시선을

주는 것도 내가 산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꺽거나 부러트리지 말고..독하게 하거나..침뱉지 말고..

따뜻하게 말하거나..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작용..

소우주가 취해야 할 가장 큰 기본입니다.

 

다시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옵니다.

간다는 것도 사실은 없고..

산도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사람의 감정속에 살아 있는 법식이니

간다는 것이고..온다는 것이지요.

 

그럼 이왕이면..좋았던 한해라면....

그대로의 마음으로 가거라..

미흡했던 한해라면..

그래..내 좀 더 노력하지..

힘들었던 한해라면..

훌훌 내던져 버리세요.

 

마음으로 법식을 만들었다면..

마음으로 그 법식을 깨는 것도 좋은 정화 작용 입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나는 좀 달라져 있습니다.

왜냐구요..

산을 올라본 사람과 올라보지 못한 사람의 생각은

참으로 다릅니다.

 

고생도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은

도량상 참으로 다릅니다.

이왕 고생을 해 보았거들랑..

산바람 맞은 것처럼 시원하게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힘껏 큰 숨을 쉬세요.

 

산을 올랐다는 빽이 있고..

세상가운데 내가 있는데..무엇이 어렵겠어요.

어차피 어울려 살다 소멸 할 것을..

 

소임 또한 불변하지요.

그 울타리안에서 버둥거리며 살지요.

그러나 명년 새해가 밝아오거들랑..

버둥거리는 나는 버리고..

좀 힘찬 나로 갑시다.

사는 것은 같아도..

마음 갖음은 달라보자 이것입니다.

산에서 흙탕물이 내려와도..

우리는 약수를 먹습니다.

 

인생의 약수는 내 안에 흐르는 뜨거운 피 입니다.

정해년..니가 오니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