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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두고 가면 안돼..


BY 2006-10-12

글을 쓸때는 집중을 해야 하는데..

늘 딴전을 피우다..홀딱, 다 된 밥이 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랬다.

아쉬움은 많지만, 지난 것을 가지고 전전긍긍 해봐야

속만 더 타니..좋은 이야기로 마음을 잡자.

좋은 이야기...

 

추석을 잘 보내고..월요일 좀 한가롭게 시작하고 싶어..

늦게 출근을 했다.

먼데 가을 하늘이 살갗에 와 닿는 듯...내 살빛이 뽀샤시

피어 오른다.

\' 전화가 왔습니다\'

내 전화에서 울리는 인조인간의 목소리다.

\" 네\"

\" 저기..선생님..\"

흐느낌이 절정에 닿는 아주 간여린 음성이다.

\" 누구신가요? 왜 목소리가 그래요!\"

\" 저기..예전에 선생님 뵌적이 있어요\"

\" 그런데..무슨 일 이신가요?\"

\" 저기..우리 오빠가..우리 오빠가..\"
순간..누구인가 부터 생각해 내야 하는데..

절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우리 오빠...가..\"

\" 내가 생각을 해 내야 해요..누구 인지..\"

\" 기억 못 하실거예요..\"

\" 내가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해요...자초지종을..\"

\" 저기..예전에 제 손금을 보셨어요..미용실에서..\"

미용실!

...

기억을 해내는 방법은 역시 내가 생각해도 대가다.

그늘이 있어..몇마디 했었는데..그게 뭔가 일이 된 모양이다.

 

초죽음이 된 몰골을 보며, 안스럽고 측은했다.

그 콧대 높고, 멋을 한껏 낸 여인이 그때 그 헤어디자이너 인가!

내 눈을 깜박인다.

 

손금을 보며 애기는 늦게 있겠고, 걱정할 일이 생기겠네..

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그랬는데.. 그게 맞어 들어가 지금 남편이 생사를

넘나 들고 있다.

 

손금 보다 더 확실한 사주를 보자..

불러 보라 했다..사성을..

죽 풀어 보니..이를 어쩜 좋단 말인가!

아내가 누워야 할 것을 남편이 누웠다.

\'신미날 남편이 머리병으로 아프다..\'

갑자기 혈관이 터져 수술을 열시간 했다.

사주를 없다 마소..

사주 팔자 개운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지만..

애간장이 녹아 내린다.

 

젊디 젊은 나이..

\" 너무 오빠한테 못했어요..제가 너무 못했어요\"

...

\" 그날도 아프다 하는데..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어요..\"

...

\" 제가 너무 못해서..내가 너무 죄를 많이 지어서..\"

..

\" 우리 오빠 저렇게 가면 나..나..이 마음속에 ...\"

소리내어 운다.

아이구..힘들다.

둘이 눈물이 번벅이 되어..서로가 서로에게 한숨만 안긴다.

 

\" 그냥 모습만 있어도 좋아요. 앞으로 힘들어도 잘 할거예요.

  그냥 살아만 줘도 좋겠어요. 선생님..우리 오빠 그냥 안가지요\"

 

아직 하늘이 데리고 가지는 않겠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 오빠 손 붙잡고 기도 했어요. 오빠 나 오빠 사랑해.

  나 혼자 두고 가지마..내가 갚을 시간도 줘야지..

  난 오빠 밖에 없는데..오빠도 나 밖에 없다고 했잖아\"

구구절절 앓여서 글로 쓰자니..아직도 절이다.

 

절박한 상황이 오면..아직 사랑이 식지 않은 시간에..

누군가 간다면..그 한을 평생 마음으로 담고 가기엔..

시간이 세월이 야속하다.

 

한참 목이 메여있다가..말을 건넨다.

\" 지치지말고..기도 열심히해요..

  그리고 뼈가 녹을때까지 기도해..

  꼭 도와 주실거예요..같이 사고가 나도, 어떤 사람은

  살고..어떤 사람은 죽어..이 모두 인연법의 순리예요\"

 

이말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마는...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 선생님 지금은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싶어요.

  마구 흔들여요..나 힘들어요\"

\" 주인공을 바로 세워요. 내 마음의 주인공을..걱정하지 말아요.

  심을 바로 세우면..그 텔레파시는 그 사람의 영혼을 깨우는

  힘을 갖어요. 기를 쓰라구..\"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 갔을때 우리는 또 살 가망성을 찾는다.

다 이와 같은 원리다.

밑바닥을 밟아 보아야..귀한 사람도 보이고..귀한 직업도 보이고..

앞날의 인생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다운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 아픔의 끝은 아직도 멀다.

아니..이 지구가 없어져 다시 점이 된다 하더라도..

고(苦)의 시련 또한 돌고 돈다.

 

그저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해야 한다.

곁에 있어 아픔을 주든..기쁨을 주든..

있는 자체만으로 우리의 인과는 소멸 되고 있으니까..

그저 좋은 맘으로 한켠 내 놓으면 한은 없지 않겠는가!

 

한참 둘이 울고 나니..

하늘이 안보인다.

남편이 보고 싶다.

애들이 보고 싶다.

가족이 보고 싶다.

모두 사랑한다.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있어..내 한 다 씻어 서로 얽힌 마음 없이..

그저 행복하자구..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초라한 뒷모습이..

예전 밝게 웃던 그 새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아슬아슬한 하늘의 별이 떨어지지 않게..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