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85

있는 그대로..마음 그대로..


BY 2006-09-26

한 낮은 왜 이렇게 빨리도 내 달음질을 칠까요!

꿈벅하고 나면..또 먹을 때라고 하고..

꿈벅하고 나면..또 집에서 애들의 전화가 여지 없이 오고..

그래..참 잘났다 너..

못써..늘 마음 한켠의 여유는 갖어야지..

하루 중 가장 고귀한 것은 새벽을 열때 입니다.

읊조리는 좋은 말들이 하루의 밑자락에 깔리니..

새벽 기도는 필수겠지요.

 

제가 우스운 이야기를 해요.

며칠 안되었어요.

잘 아는 분의 소개로 부잣집 남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꼭 보고 싶다 하시길래..

그럼 오세요..했더니..

저녁을 꼭 대접하시겠다..

보낸 차를 타고 와달라 부탁하십니다.

글쎄..좀 생각했습니다.

그럼 저녁은 미루고..점심을 먹고 싶습니다.

왠지..저녁은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마 하십니다.

 

전 원래 차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좋은 차 같았습니다.

꼭 물 흘러가듯 달콤한 크림 같았습니다.

 

근데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커다란 호텔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선 제일 좋은 호텔입니다.

참..사주쟁이 할만하네..

내 돈 내고 먹기는 참..여러번 생각하는 곳 입니다.

입고 있는 입성은 멜방바지요.

화장끼 없는 얼굴에 운동화 신은 내 폼을 로비의

번쩍거리는 틈사이로 확인하니..눈을 질끔 감고 싶었습니다.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그런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내가 봐도 예쁜 여자들이 들락날락 하는 거예요.

어머나..나비 같구나..

 

잘생긴 안내원을 따라..손님이 계신 방으로 갔습니다.

회색빛 정장을 차려 입은 손님은 일어납니다.

저는 살며시 목례를 하고..잘생긴 안내원이 내준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거 강호의 푸른물은 거칠기만 합니다.

손님을 뵈러 온 내가..손님이 나의 관상을 뚫어져라 보십니다.

아..만가지 이야기가 짖은 자주의 웅장한 성 같은 내부에서

흘러흘러 내 목까지 넘실거립니다.

한참 생각을 한거 같은데..정적을 깨는 것은 손님 이십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불러주시니 제가 고맙지요.

식사를 하셔야지요?

...

불렀는지 안 불렀는지도 모르게..잘생긴 안내원이

언제 들어왔는지 들어왔더군요.

참..

 

그리고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조금씩 음미 하듯..일사천리로..잘 나옵니다.

맘으론..우리 엄마 이 요리 참 좋아하겠다.

우리 시어머니 돌아가시기전에 한번 꼭 모시고 와야지.

우리 남편..술집에 몇백씩 갔다 줬어도..자신이 이런 대접은

못 받아 봤을게야..돈을 써도..참..

우리 애들..기다려 엄마가 꼭 데리고 올께..

입으로 넘어가는지..마음으로 넘어가는지..

 

내자리 아닌 곳에 내 마음이 없고..

내자리 인 곳에 온 천하가 있더라..

이것도 마음 따라 인것은..

 

언젠가 고승열전에서 보아던 한시가 되새김질 됩니다.

아..아닌 옷이 걸맞지 않으니..솔직하게 털어 놓아야지..

 

\" 상을 앞에 놓고..이런 푸념이 가당치는 않는데요.

  대접은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다음부터는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 입맛에 안 맞으세요?\"

\" 아니요..분위기가 맞지 않아요. 신경 안쓰면 그만이지만,

  늘 익숙했던 차림과 밥상이 저는 좋습니다\"

 

말이란 걸쭉하게 하면 큰 보시이자..큰 차림이 됩니다.

내 원래의 차림을 말씀드렸더니..웃으시네요.

그러면서 당신의 마음을 열어 놓으십니다.

 

보여지는 부는 장엄할지 모르나..

소박한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고..믿지 못하고..

의심병이 많아..어느날부터인가..사람 보는 법을 유달리

생각하게 되었다며..그것을 알고 싶다고..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하십니다.

 

그래요..

부가 따르기까지..그 분이 겪었을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슬아슬 어름판 같았겠어요.

그래도..

타고 난 운명의 선이 여러사람 먹여 살리라..했으니..

벌고 벌어 많이 베풀면 선이 쌓이고..덕이 쌓이고..

두루두루 좋은 거지요.

이제 이것만이 숙제로 남은 것입니다.

그러나..

의심이 되어 사람을 쉽게 못 믿는다 하시니..

그것이 큰 일이지요.

 

내 철학을 이야기 합니다.

제가 사는 순리는 만약 제가 부자라 하더라도..

남이 내 돈을 속인다 하더라도..

가야 할 돈이고 잃어야 할 돈이라면..그대로 내버려 두겠습니다.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다해서..

쥐가 곳간의 쌀을 먹지 못하지 않지요.

왜냐면 쥐는 곳간의 쌀을 먹어야 할 업을 지니고 타고 났으니까요.

 

우선은 마음이지요.

열심히 벌어서 열심히 곳갓을 채웠으니..

좋은 곳 좋은 의미로 덕을 쌓고, 업을 닦는 일에

마음을 쓴다 생각하면, 사실 화도 없고, 의미도 생기지 않을까!

억지로 잡고 있다고..솔솔 나가는 물질은 어느 누가 잡겠어요.

 

말이 이렇게 저렇게 연을 맺으면서..시간은 갑니다.

그 분위기도 이제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다만..눈을 돌려 볼것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전 사람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달랑 손님과 둘이 앉아 콩과 팥만 따지니까..

좀 어색했습니다.

 

코가 어찌나 도톰하고 멋지던지..아직도 상이 생각이 납니다.

후한 복채도 생각이 납니다.

ㅎㅎㅎ.

 

손님의 말도 그랬습니다.

자신이 돈은 벌었지만, 왠지..누구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고..그리고..어릴적 어머니가 끓여준

시래기국이 어찌나 생각이 나는지..지금..또 그 시래기국이

생각난다며 눈웃음을 치십니다.

 

우리의 기본은 바로 그것입니다.

아무리 멋진 명품을 입고, 차고, 갖고 있다 한들..

내 맘은 그저 시래기의 참맛을 느끼길 갈구하는 것처럼..

돈이 있다 한들..직위가 올라 갔다 한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다시 손님은 제자리로 절 데려다 놓으셨습니다.

아이고..내자리 참 편합니다.

이 자리 참 귀하고 귀합니다.

숙덕공론으로 니 팥이니..내 콩이니..주고 받는 내집이..

아무래도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리 갔습니다.

 

그래도 인사는 깍듯이 햇습니다.

좋은 음식..좋은 말들..서로 잘 나눴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그래도 난 털썩 주저 앉아 먹는 밥집이 좋다고..

 

붉은 하늘 속에 용이 승천을 합니다.

그 용의 머리에 나의 얼굴을 심어 보세요.

나도 같이 비상을 합니다.

 

내일 그리고 내일..

먼 날에 내가 다시 세상을 굽어 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