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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 댕칠이와 얌생이


BY 2003-09-24

달려라 ! 댕칠이와 얌생이

 어제는 전강화 학생부 체육대회가 있었다

이날을 위해 아이들이 아침 운동을 두달 가량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을 덜던 남현이

"엄마, 제가 육상 계주에 출전해요"

"그래,잘뛰어라, 남현이 화이팅! "

"엄마,열심히 할거예요, 메달권안에 들면 저녁에 돼지갈비 사준다고 하셨어요"

하면서 혀를 날름 거리며 춤을 꼴각 삼킵니다.

 얼마나 갈비를 좋아했으면 갈비대문에 뛴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데,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저렇게 갈비가 먹고 싶은데

등수 안에 못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앞집 댕칠이(영구)와 얌생이(남현)의 얼굴이 스치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점심을 보통은 밖에서 먹는데

저녁에 돌아올 아이들을 생각해서

갈비를 몇근 사다가 양념을 재어 놓고 나왔습니다.

몇달 열심히 군말 없이 운동에 열중해온 애들을 위해

결과에 상관 없이 저녁에는 번개탄에 돼지갈비나 실컷 구워 주고 싶었습니다.

 

낮에 약속이 바빠 운동장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퇴근길에 4학년 선생님을 통해 결과를 들었습니다.

아쉽게 4등을 했다나요.

연습도 부족했고 체력면에서도 열세였대요

연습 시간을 늘리지 못한것에 대해 아쉬움도 있지만

아이들이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에 실망하지않는다고요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쳐진 어깨를 생각하니

영 마음이 개운 찮더라구요

 모른척 하고 집에 들어가 갈비를 구웠습니다.

갈비 냄새에 연신 코를 벌렁거리며 밥한그릇 뚝딱 합니다.

 

도회지에 산다면 매식이 익숙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장면이나 피자를 시켜먹지도 못하고

어쩌다  언니나 형 졸업식날 연중행사하듯 외식을 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구운 김도 매 끼마다 장수를 할당하여 먹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큰아이들 욕심때문에 못 먹게 될가봐

식사 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는 양에 제한을 정해주고,

싫어하는 음식에는 할당량을 부여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엄마는 꽥꽥이가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잘 안먹어서 밥그릇 들고 엄마가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여럿을 키우다보니 있는게 한정이고

 색다른 별미라도 있는날엔 어른들 밥이 안남도록 밥솥을 들락거립니다.

구멍가게도 없고.

문방구도 없고

오직 엄마가 준비해주는 간식만 먹어야하니

아이들은 항상 걸걸댑니다

 

땡칠이,얌생이 모두 잘했다.

 

 

 

 

 

달려라 ! 댕칠이와 얌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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