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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군이 이겼대요


BY 2003-09-22

 추석이 지났다

가을 운동회 전날까지도 비가 엄청나게 쏟아 부었기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않았는데

운동회는 그대로 열게 되었다

출근을 했다가 양해를 구한뒤 급하게 도시락을 챙겨 학교로 갔다

 생각했던것보다는 운동장 상태가 양호 했다

곤색 체육복을 입고 종종 걸음을 치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교생이 100명도 안되다보니

운동장이 마냥 크게만 느껴진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청을 높이지만 흥이 나질 않는다

유치부 아이들 경기가 시작될즈음 학부모들이 모여들고

제법 운동회 분위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악착 같은 가현이는 달리기를 무척 잘한다

뛰는 족족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손들에 1자 도장이 늘어나는데

뒤뚱이 아현이는 오리궁뎅이를 실룩대며 따라가지만 영 시원찮다

그런데

왠 복병?

사탕을 까서 먹고 출발을 해야하는데

좀체 사탕이 까지질 않는다

안달난 엄마 마음은 아는지...

아현이는 싱글싱글 웃기만 한다

 

저학년일수록 엄마들과 함께하는 경기가 많다

저학년이 3명인 나는 바쁘기만 하다

6탕을 뛰고나니 몸이 말이 아니다

아이들 사기때문에 악착을 떨었는데

결과와 상관 없이 마냥 기분은 좋다

아직도 초등학교 운동회를 8년이나 더 따라 다녀야 하지만

아이들 자라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학교가 폐교만 안된다면

18년을 다녀도 좋으련만...

 

마을 대항 경기와 줄다리기를 끝으로 운동회는 최종 백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오랫만에 국민체조도 다라해보고

30년전 초등학교 시절이나

오늘 운동회나

만국기 펄럭이며 오자미 던지기는 여전하고

할머니들 낚시질도 빠지질 않는데

아이들은 왜 다들 도시로 몰려드는지

너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작은 학교 아이들을 엄마들은 왜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