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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BY 2007-08-03

몸을 기대 한숨 자는 것이 이렇게 고역이네요.

여름이니까 ...덥지 하다가도 어느새 뭔 놈의 날씨가

이런가! 속에서 불끈 올라옵니다.

 

불쾌 지수 만땅이지요.

 

새벽녁에 너무 더워 일어났습니다.

아이고...더워라...

 

찬물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원하게 내리면서...

짜증도 진정을 했습니다.

 

참 시원한게 뭐고..불끈 올라오는 것이 뭔지..

사실 올라오고 내려가고인데...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기분 변화를 느끼니..참 우매하지요!

 

일어나 마당도 쓸고...일어나..호박에 물도 주었습니다.

맨발로 거실거실한 땅도 밟아 보고..

자전거 타고 동네도 돌았습니다.

 

신문을 돌리는 아저씨...우유를 넣는 아저씨..

그리고 운동복 차림으로 강변을 찾아가는 사람들...

그 모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새벽을 여는 모습이

왠지 오늘 잠 설치기를 잘했다..고맙다..내일도 이래야지..

그랬습니다.

 

우리집에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예쁜 딸이랑 엄마랑...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호기심이란 깊은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그렇게 알아집니다.

얼굴을 보고 알아지고..

내면을 보고 알아지고...

 

다 저녁이 되어 한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 누구세요?\"
\" 저예요..선생님\"

\" 누구신지..\"

\" 저..000이예요\"

\" 아...어머 어쩐 일..어머..!\"

\" 선생님..지금 찾아가도 되요?\"
\" 그럼요\"

 

앞에 앉은 00는 나에게 있어 많은 파장을 남긴 아이입니다.

 

사주를 놓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지금의 현실이 너무

나뻐서 한동안 나를 몇번씩 흥분시켰던 아이 이기도 합니다.

 

\" 왜 지금에서야 왔어요\"

쓰게 웃습니다.

\" 무슨 일 있어?\"
\" 아빠 또 이혼 하셨어요\"

\" 그랬구나 \"

\" 진짜 아빠 같지도 않아....나쁜 새끼예요\"

\" 또..\"

\" 진짜 ... 요즘엔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나쁜 새끼!\"

 

00의 아빠는 결혼을 세번 했습니다.

첫번째 여자에게서 00를 낳고..

두번째 여자에게서 아이 둘을 낳고..

세번째 여자에게서 아이 하나를 낳았습니다.

 

세번째 여자는 머리 만지는 일을 했는데..

00가 애들 셋을 돌보며 집안일을 했습니다.

지금 나이 열 일곱 입니다.

 

아버지는 부동산 일을 하는데..벌이는 괜찮아도

성격이 난폭해서 술만 먹으면 집안을 뒤집어 놓습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가슴 아픈것은..

00이가 엄마를 찾아갔던 일 입니다.

 

엄마는 치킨집을 하는데..연하의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 하나를 낳고 살고 있었습니다.

00이가 나타나니 엄마 왈..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한게 한이 된다..그러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00의 일방적인 말이지만..

설마 그랬을까..설마..설마..

 

00의 사주엔 엄마가 없습니다.

나를 생하여주는 엄마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그 엄마를 그리워 하는 것이 00의 마음 입니다.

 

\" 씨..선생님 죽었으면 좋겠어요..\"

\" 못 됐다...죽는게 사는 것 보다 쉽다고 그러더라..

  근데..너 죽으면 동생들은 어쩔래..\"

\" ...씨..\"

\" 너 같이 힘들게 만들래..동생들..\"

한숨을 푹 쉽니다.

 

이 친구 동생들은 끔찍히 생각해요.

어린 것이 인정도 많고 상식이 있다보니..동생들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먹을 것을 챙긴데요.

 

\" 00야 넌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잖아..

  너 없으면 안되는 것이 너무 많잖아..

  동생들 엄마들 보다 선생님이 보기엔 너가 더 어른 같다

  너만 바라보는 동생들..불쌍하잖아 \"

\" 선생님...\"

엉엉 운다.

 

이 친구의 바램은 아빠가 술을 안 먹는 것이 소원 입니다.

근데..아무도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전화도 해 보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러하니 마누라만 되면 도망을 가지요.

 

이 아버지의 숙업으로 힘든 사람은 이 딸입니다.

 

\" 공부는 잘하고 있어?\"

\" 그냥 그냥..\"

\" 유치원 선생님 아직도 꿈이야?\"

\" 네..\"

쑥스럽게 웃습니다.

 

이친구의 소원은 유치원 선생님 입니다.

실업계를 다니고 있지만..다음에 꼭 유치원 교사가 된다고

그럽니다.

 

\" 동생들은..\"

\" 할머니 오셨어요\"

\" 너하고 할머니가 힘들겠다..\"

\" 아빠만 안 그러면 힘든 것도 없는데..아빠가 그러니까!\"

\" 매일 그러지는 않어..너 기분이 아까 보다 많이 풀렸지!

  그것처럼 아빠도 마음이 풀리면 좋아지시겠지..\"

사실적인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 그래도 예전처럼 살림을 부수지는 않아요\"

\" 그래..많이 좋아졌네\"

\" 막내가 엄마를 많이 찾아요..그래서 속상해요\"

\" 참..\"

\" 선생님 우리 엄마 안들어 올까요?\"

\" 글쎄..들어 왔으면 좋겠어?\"

\" 막내가 있으니까 왔으면 좋겠는데..\"

\" 00이 마음이 이뻐서 엄마 들어오시겠다..

  열심히 기도해..엄마 들어 오게 해 달라고...\"

 

심오한 경지에 올라갔다 내려온 듯...

저의 마음은 이랬습니다.

 

손님들 마다 아픔과 고생이 다 있지만..

이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 못하고 사는 것에 대한

애련함을 무엇으로 필 할까요!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원을 뱅글뱅글 도는

이 친구의 삶은 어떤 모습의 그림이 될까요!

 

잊을만 하면 찾아 오고..

잊을만 하면 와서 씩......웃고 가는 이 열일곱의 아이를..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 관계가 있었을까요.

 

제발...제발...창피한 일은 하지 말아요.

애들한테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아요.

 

너무 큰 짐을 지워 놓고도 그 짐이 당연한 것 처럼...

우유부단한 어른은 되지 말아요.

 

\" 밥 먹고 갈래? ..뭐 먹을래!\"

\" 아니예요..가야해요..\"

\" 왜..할머니 계시다며..\"

\" 할머니 다리도 아프고..막내 우유도 사야하고..\"

\" 그래..\"

\" 선생님...우리 아빠 건강한지 알 수 있어요?\"

\" 왜?\"

\" 건강해야지..동생들 돌보지요\"

\" 이구..\"

 

어느새 부쩍 자라버린 아이의 마음이 전율처럼 내 가슴에

파고 듭니다.

 

나도 동생이 셋 있지만..

내 나이 열일곱에 이런 맘 먹은 적이 있었나..

 

같은 세상속에 살면서..

너무 다른 환경들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문득 반성하는 마음이 이렀습니다.

 

엄마...엄마...이 친구가 바라는 엄마는...

아마도 꿈에서나 느껴질... 엄마 이겠지요.

엄마..그리운 엄마..

야...야...안타까워 시름하는 엄마의 목소리와

이 친구의 미소가 교차되며...

비천처럼...하늘로 날아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