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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BY 2003-09-22

물이 추석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나오지 않네요

생활은 완전히 난민 수준입니다.

아이들은 세수와 양치를 학교에서 해결하고 물통에 떠온 물로 겨우 밥만 해먹습니다.

반찬은 엄두도 못내고 최소한의 밑반찬으로 그릇을 최대로 아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는 아이들이 목욕탕에를 가자고 하데요

작년겨울에만 해도 목욕탕에 한번 가려고 하면 차로 1시간을 가야했어요.

그래도 겨울에는 평균 2주일에 1번 정도 목욕탕에 갔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1달에 1번도 가고 1주일에 한번도 가고 했지요.

 

겨울에는 집에서 샤워할 시설이 없어요.

여름이야 더우니까 찬물만 있으면 되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필요하잖아요.

연탄보일러라 따뜻한물을 사용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 목욕탕에 가야하는데 그게 또 쉽지않아요

목욕탕이 집앞에 있는게 아니라 차로 1시간이니 작정을 하고 가야해요.

눈이 많이 오면 길이 끊겨 갈수도 없어요.

 

이렿게 해서 목욕탕에 가는 날은 우리 가족이 외식하는 날입니다.

목욕한 다음에 자장면을 먹거든요.

우리 막내 나단이를 데리고 서울에서 친구랑 식당에 갔어요

갑자기 나단이가 자장면이라 외치는겁니다.

항상 외식을 하면 자장면만 먹으니 다 그런줄 알았나 봐요.

 

몆달 전에 가까운 읍내에 목욕탕이 생겼어요.

이제 차로 20분이면 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가까운 읍내에는 자장면집이 없다는겁니다.

 

지난 토요일에 목욕탕에 갔습니다.

남편과 나단이는 남탕에 가고 딸들과 나는 여탕으로 2시간후에 만날것을

약속하고 목욕을 하였습니다.

2시간후 뺀질 뺀질해진 얼굴로 만난 우리는 아이들과 나는

당연히 자장면집에 가는줄 알고 있는데 남편은 차를 집으로 몰더군요.

자장면집에 가자면 40분을 더 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겁니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차 기름 쓸 필요 없다는겁니다.

이래서 입이 10cm 나온 체로 우리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와 카레를 만들어 아이들과 남편과 저는 자장면 생각을

언제했는가 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