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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부채


BY 2003-09-07

집에서 키우던 닭때문에 한동안 소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키우던 토종닭을 너무 싼값에 팔아 속이 상합니다.

작년에 처음 토종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태풍 루사로 인해 계사와 닭을 모두 잃어 버린후 올 봄에 다시 용기를 내어

양계를 시작했답니다.

루사로 인한 손실은 이천만원 정도 인데 보상은 육십만원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감사함으로 받고 다시 힘을 내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계사를 직접 짓고 5월에 약 이백만원을 들여 토종닭 천 이백 마리를 샀습니다.

좁은 케이지가 아닌 넓은 계사에 토종병아리를 풀어놓고

바닥은 왕겨를 사서 깔아 주었습니다.

신선하고 깨끗한 물을 위해 남편이 직접 고안한 식수대도 만들었고

먹이도 쌀겨와 무우등 자연식으로 병아리를 키웠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병아리에게 먹이를 주고 예뻐하며 키웠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유정란을 받아 팔아 볼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잘 커더군요.

어느새 병아리는 닭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항생제등을 먹이지 않은 닭은 씨름 씨름 앓더니 한마리 한마리씩 죽어 갔습니다.

 

매일 계사를 소독하고 왕겨를 뿌려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지만

어느새 닭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동안 닭 먹이로 많은 돈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유정란을 받아 팔면 빚을 갚을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닭은 알을 잘 놓지 않았습니다.

제천에 계신 닭 전문가에게 닭을 보이니 지금 당장 처분하는게 더 이상

손실을 보지 않는 방법이라는겁니다.

순간 앞이 깜깜했습니다.

 

인건비는 둘째로 치고라도 병아리를 구입한 비용과 닭모이로 들어간 비용이

육백만원인데 이것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게 아닙니까.

 

하지만 손실을 최소화 하는게 최선이라 생각하여 닭을 팔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닭을 파는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닭이 값이 없어 한마리에 천육백원을 주겠다는겁니다.

한마리에 천 칠백원을 주고 사서 먹이 먹여 키웠는데 천육백원이라니요.

할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끝에 그값에라도  팔기로 하였습니다.

 

며칠전에 장사가 와서 닭을 가져갔습니다.

육백마리가 조금 안되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키운공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아직 닭값은 받지 못했습니다.

큰거는 천육백원 작은거는 더 조금준다는데 휴.

 

비도 많이 와서 농작물도 피해가 많고 닭도 제값을 못받고 이래저래 우울한 추석입니다.

아이들에게 추석빔은 커녕 송편도 못해 먹을것 같네요.

 

하지만 착하고 예쁜 우리 아이들 엄마 아빠 힘내라고 하네요.

힘내야 되겠죠.

 

모두들 좋은 추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