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비가 왔습니다.
집앞의 동강물은 성난 표정으로 누런 흙탕물을 흘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올해 참깨를 심었는데 비가 많이 오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참깨는 가물어야 잘 된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깨가 까맟게 된다네요.
그래도 지금은 마을 입구에 다리가 놓여 비가 와도 아이들
학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물이 넘쳐 학교를 가지 못 했거든요.
작년 이때쯤 태풍 루사가 왔었잖아요.
그때는 굉장했어요.
초저녁 7시쯤 강을보니 강물이 저 멀리 있더군요.
그래서 별 생각없이 잠을 잤습니다.
새벽 2시쯤 전화 소리에 깼어요
강물이 넘치는데 왜 이렇게 조용하냐는 동네 반장의 전화 였어요.
2시에 깨서 강에 가보니 우리집 앞에 있던 계사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때 토종닭 천마리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닭은 물론이고 계사가 있었던 흔적도 없고 물이 집은 향해 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2시 10분쯤 아이들을 깨우고 각자 가방에 짐을 간단히 챙기라고 일럿습니다.
그리고 TV는 냉장고 위에 올리고 컴퓨터는 차에 실어 산밑에 옮겨 놓았습니다.
책들도 가능한 높은데다 옮기고 산으로 피신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15분 간격으로 물을 체크 하였지요.
4시쯤 되니 물이 우리집 장독대 있는 곳에서 더 이상 올라 오지 않는겁니다.
4시 반쯤 아이들을 재웠습니다.
5시쯤 되니 물이 조금씩 줄더군요.
아이들이 챙겨놓은 짐이 있길래 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웃었습니다.
먼저 큰딸 혜인이의 가방을 풀어보니 소독약. 우유. 라면. 옷.에이스.
나단이 장난감이 들어있었습니다.
둘째 혜림이 가방에는 자기가 읽던 책과 속옷이 가득 들어 있더군요.
세째 혜지는 나단이 장난감. 자기가 좋아하던 인형. 교과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자기 성격대로 가방을 챙겨 놓은것을 보고 각자의 생각의 분량을 잘 볼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비가 자꾸오니 토마토도 크지않고 깨도 걱정입니다.
이제 그만 왔으면 하네요.
아침에 강가에 가보니 강물이 불면서 물위로 물안개라고 하나요.
안개가 너무도 예쁘고 멋있게 물위에 생겨 있더군요.
강물이 내려가는 소리 또한 힘차고 박력있어요.
사실 비가오면 경치는 아주 멋있거든요.
여러분 가정과 마을에도 비 피해가 없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