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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BY 2007-08-21

\" 너냐..\"

\" 네...그러는 분은 누구신가요?\"

\" 나다 나..\"

가만히 귀 기우리고 들었다.

누구실까..

대뜸 전화해서 너냐 라고..하는 너는 과연 누구길래

이 뜨거운 여름날 나를 호기심 어리게 하느냐!

 

\" 성함을 좀..\"

\" 어머..00다 전화기에 메모리 좀 해놓지\"

\" 아...그래..\"

\" 이제 알겠냐..\"

\" 어..뜨악했어..얘..이제 좀 \"

\" 뭔 말 할라구\"

\" 아니..고맙다구..전화해줘서..\"

들이대는 폼사에는 어쩔수 없다.

 

\" 너 아는 스님 많지 \"

\" 그런데..\"

\" 내가 아들 낳는지..아닌지..알려줘라 \"

\" 뜬금 없이 전화해서 무슨 아들 타령이야 \"

\" 아들 낳으면 하나 더 낳고..아니면 말게..\"

\" 참..그런 질문는 안 받으시지..\"

 

참하게 생긴 이 친구는 어릴적 깨댕이 친구다.

얼굴도 이쁘장하게 생겼고..인동초 같은 면이 많다.

그런데..이 입이 방정이라 얼굴값만큼 나오는 소리는

늘 어느 한 개선에서 멈춰진다.

왜 그런지..상식이 없어서 일까!

 

그런데 갑자기 아들 타령은...

 

딸 둘을 낳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이 친구 달렸다.

난 가끔 이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싸한 감을 느낀다.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기분..

그렇다고 이 친구가 나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부(富)도 있고 남편도 잘 나가고 애들도 곱다.

그런데 왠지 어릴적부터 무조건 좋은 눈으로 이 친구를

바라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도 모른다.

가끔 친구들은 나에게 너 왜 그러냐..

왜 제한테는 맥을 못 추냐..

이상하다..라고 말하지만..이유가 뭔지..

 

이래저래해서 달려온 친구는 내 앞에서 마른 모습으로

앉아 있다.

천둥이 더운 열기를 잠시 시키고 지나갔다.

 

\" 복비 얼마줘\"

\" 안 줘도 돼..온 이유 말하세요\"

\" 얼마 주냐니까!\"

\" 이년이..너 말 이쁘게 안 할래..\"

\" 알았어..\"

\" 이제 좀 품위 좀 있어라..나이가 몇개니..\"

\" 알았어..알았다구..나쁜년아\"

찍하면 말도 못 붙힐 것이 왜 그렇게 앙탈은 부리는지.

그래도 이쁜년은 이쁘다.

 

\" 00야..내가 있지..애가 생겼어?\"

\" 뭐!\"

\" 몇달전에 남편 수술 했는데..근데 생긴거야 \"

\" 너..\"

\" 아냐..아냐..나 정말 아냐..\"

\" 진짜 아니지...\"

\" 아냐..내가 미쳤어..그렇잖아도 남편이 병원가서 알아봤어\"

\" 그럼 뭘 생각해..나야지\"

\" 그러니까 아들인지 딸인지 알자고..\"

\" 그런말을 어떡해해....그리고 몰라..\"

\" 야..나 아들 아니면 못나..나 정말 싫어..\"

\" 이년이..애기가 들어..너 무식한 소리하고 있는 거야 \"

\" 니가 내 마음을 알어?\"

\" 너..생각을 해봐라. 그 와중에도 에미라고 찾아온 생명을

  뭔 죄로 지우려고 해..너 죄 받어\"

\" 그러니까 니 말의 요지는 딸이라는 거지\"

\" 딸이든 아들이든 전체적 상황을 이야기 하는 거야..\"

\" 아냐 딸이라고 말하는 거야 \"

 

아 슬프다.

 

\" 00나..잘 들어..니 지금 마음은 죄라는 것은 알고..

  마음이 이러면 안된다..근데 체면이나 남들 이목내지

  이런 것 때문에 너 지금 망설이잖어. 내말이 맞지\"

\" ...\"

\" 왜 니 마음을 속여..에미가 새끼 보호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하늘의 이치야..근데 뭐 때문에 망설여..만약 지우고 나면

  나중에 그 마음의 상처는 무엇으로 치유하며 살래...세상 이치는

  하나 생기면 그 값이 다 있고..그 값을 치루다 보면 얻어지는 것도

  많고..두루 행복해지는 것도 많어..그게 업이라는 것이다..\"
\" 싫어..싫다구..딸 셋은 싫어\"

\" 내가 딸이라고 말 안했어..니 마음을 이야기 했지..니 마음..지금

  너의 본심을 이야기 하잖아\"

\" 흐응..\"

운다..운다..눈물이 볼을 탄다.

 

\" 나 자신 없어..나 진짜 자신 없어..친정 식구 건사하기도 바뻐..

  엄마..오빠 동생들..나..거기 치닥거리하는 것도 힘들어..

  이제 자식까지 많이 낳아서..어쩌라고..우리집이 우리아파트에서

  관리비 가장 많이 나오고..너 세탁기가 두개인 집 봤어? 우리집이

  그래..내가 집에 없어도 우리집은 늘 풀로 돌아가..늘 뭔가 진행을

  한다구..나이 먹은 오빠, 집도 없는 오빠 ...집도 내가 사줘야 할 판이고

  엄마는 죽으나 사나 나하고만 산다고 그러고...나 힘들어..\"

\"....\"

\" 그런데 이제 애까지 하나 더 있어봐..어쩌라고 어쩌라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큰 아픔이라고 했던가!

친구가 지니고 있는 이 아픔이 왜 이렇게 눈물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없는 친정..가난한 친정..징글징글하게 열심히 살아도..

왠지 나만 열심히 사는 것 같은 자괴감이 한쪽 모서리를 친다.

 

\" 그러니까..아들인지 딸인지나 봐 줘\"

\" 00아..아들이야..낳아..\"

\" 진짜 아들이야?\"
\" 그래 아들\"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큰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이 친구 자리에는 친정식구 밖에 없다.

앉은 자리가 엄마요...인정이 많으니 자기 가족들 꼬질꼬질 한것은

못보는 성격이라..그냥 친정만 생각한다.

남편도 안중에 없다.

왜냐면 앉은 자리에 인수..대단한 친정엄마가 앉아 있으니까!

본인 보다 더 강한 엄마가 있으니까!

 

이게 동양의 심리학이 아니고 뭐겠는가!

 

\" 순아..이제는 좀 내려놔..좀 편해져..니 맘 아는데..

  좀 편하게 살어. 너 그 맘속에 한 무엇으로 다 씻을래..\"

\" 정말 힘들어..좀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어\"

\" 그래...\"

 

그래..나도 그래..나도 그러고 싶어..

 

\" 하루 종일 빨래통은 돌아가지...조카들 다 와 있지..

  동생들 매일 오지..매일 내 입에선 좀 조용히해..

  라고 그러지..나도 왜 이렇게 독해졌나 몰라 \"

\" ...\"
\" 나도 멋있게 살고 싶어..남편 눈치 안보구..시댁 눈치 안보고..

  그래도 이제는 시댁 눈치는 안본다..\"

\" ...\"
\" 나 아들 이어야해..아니면 안 낳을 거야 \"

\" ...\"

 

여자의 마음이 어떤 애환에 젖는다.

살다 보니..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그렇게 젖어 버린다.

 

하루 한날..그 그늘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상태..

어릴적부터 돈 벌어 좋은 옷..멋 한번 못 부려 보고 친정

건사하며 살다..남편과 사내 결혼해서 꼭 십년을 넘게

새벽 바람 맞으며 직장 생활한 한 여인이 그렇게 애환에 젖는다.

 

협조라는 말이 있지.

아무도 협조해주지 않는 막연한 상태..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 아.그래도 좀 시원하다..\"

\" 맛있는 거 사줄께 뭐 먹을래..\"

\" 나 못 먹어..\"

\" 그래도 먹어...뭐 사줄까!\"
\" 너 바쁘잖어..\"

\" 안 바뻐\"

그 인연의 고리를 끈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업 따라 일궈진 인연이 있다라는 전제 때문에

엉키고 설키어..자꾸 침몰하게 만든다.

그릇은 작은데 자꾸 담기만 하니..그도 힘들고 지리하다.

 

\" 순아..넌 엄마잖아..친정이 먼저 아니고 이제 엄마가 먼저야

  그리고 넌 강하잖아..나중에 그 아이가 커서..큰 노릇 할거야\"

\" 싫어..아들 노릇 나 하나로 족해..진짜 싫거든\"

\" 그게 니 복이야..아들 노릇하라고 주신 복..

  니 엄마 만약에 너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았겠니..

  만찮가지로 니 자식들도 너를 보고 살아.

  니가 반듯한데..뭘 걱정해\"

\" 너..도통했냐..\"

\" 도통해서 뭐 할래..그냥 여기 앉어서 사람들 보니까 그렇더라..

  병을 가지고 있어야 사는 사람도 있어..아프다고 병을

  쏙 빼버리면 그사람 그자리에서 죽어...애기 낳아...너 힘든 중에

  웃을 일 만들어 줄라고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알어!\"
\" ...\"

\" 나 팔년만에 애기 갖었을때 하늘이 옳게 보이지 않더라.

  꼭 죽을 것 같더라..일은 빨래 걸린 듯 하고......\"

목이 메였다.

 

\" 근데 지금은 그것 때문에 웃어..얼마나 이쁜지 몰라..

  하루 종일..막둥이 생각하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야..

  그리고 용감해져..아주 많이..진짜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자식이 그렇더라..\"

\" 애 낳아서 안되는 집도 있잖아\"

\" 그게 왜 애 탓이야...사람은 좋은 맘을 먹고 살면 좋은 신이

  와서 도와주게 되어 있어...좋은 신이란 정신..주최...너는

  좋은 신이 많이 도와줄거야..걱정하지 말어\"

\" ...\"

\" 니가 이럴수로 애기가 꽁한다..미안하다고 빌어..미안하다

  그리고 똑똑한 아이 낳고 싶거들랑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

  마음 공부..사랑하는 공부...세상 보는 공부..

  알았어! 너 이러면 진짜 무식한 거야..\"

 

아주 쉬운 것을 사람들은 모르면서 산다.

조금만 알면 다 넉넉해지고 좋은데..그것을 모르고 산다.

왜냐면 이기적이니까..내 마음 나도 모르는까..

 

문득..내가 속으로 울고 있었다.

다 놓은 줄 알았는데..이 친구가 날 울린다.

 

아마도 몇해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랬나보다.

 

집에 가니..엄마가 쪼글쪼글해서 나를 본다.

애들 보다가 지쳤는지..더 쪼글거린다.

그러다 베시시 웃는다.

어머..

앞니가 나갔다.

 

엄마 왜 그래!

그냥 부서졌어..

어휴 이게 뭐야..

괜찮어.

 

어머..

또 몇백 들어야겠다.

이빨 다 해 넣으면..쪼글거리는 얼굴이 펴지겠지..

근데 빈 주머니는 운다.

 

막내가 엄마 하고 품에서 부빈다.

꼭 안으며...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몇해 뒤...또 다른 나는...저기 어디서 이런 주술을

외우며 있겠지..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친구야..걱정하지마...넌 큰 복덩이를 품고 있는 거야.

친구에게 문자는 날렸다.

 

사람은 벌을 무서워 하지만..

죄를 짖지 않으면 벌은 무섭지가 않다.

 

조금 있으면 백중이다...뿌리에서 울리는 파장..

나는 어디서 왔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