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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BY 2008-02-16

 점심을 먹으러 갈려고 하면 나의 발걸음을 끌고 가는 지남철이 있습니다.

 

동헌맛집이라는 곳에는 40대 후반 정도의 아줌마가 맛갈스런 음식을 내어 놓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오기도 하고 사업을 하기도 하는 요샛말로

투잡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운 좋은 날이면 신선한 회를 맛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어

많은 분들이 추억으로 그 동헌맛집을 찾곤 합니다. 하나같이  옛날에 운 좋게 먹었던

꽁치(?) 등의 회맛을 잊지 못하고 얘기하곤 하는 사람의 정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손님의 향수 이야기 속에는 아줌마의 힘든 노동이 숨어 있습니다. 아저씨가 잡아 온

고기를 일일이 손질해서 장만하는 데에는 5시간 이상 작업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도 아줌마는 그 일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나도 이런 경험을 두어 번 갖고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풋풋한 사람냄새에 끌려 이곳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이런 집을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 보다도 더 힘든

일입니다. 내가 일 한 것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소신도 무척 끌리는 얘기라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귀를 기울여 봅니다.

 

 이 아줌마에게 장애인 재활소설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를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틈틈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서 식탁 위에 얹혀 있는 책을 바라보면서 친구 삼아 잘 읽고 있다는

, 그리고 자기의 삶도 한켠씩 꺼집어 내어 얘기하는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티브이를 보면 화가 난다고 하십니다. 불륜이나 이상한 관계를 보여주고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을 원하느냐, 순수한 우리들의 모습은 어디가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불평을 하십니다.

 

 나는 자식들에게도 큰 소리로 말하고 세상을 살면서  반듯하게 살도록 늘 소원하고 있는데

도대체 사람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 화난다고도 얘기합니다. 웃음도 정말 꾸밈없는 순수한

웃음 그 자체를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저도 어느 날 그 분의 웃음을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가 그 웃음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아줌마처럼 웃고 있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래 저래 우리는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내가 그곳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는 중국에서 미용공부를 하고 있는 딸과 엄마의

애틋한 얘기, 아들의 얘기, 동헌맛집을 시작한 동기 등 평범 속의 순수함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 사람냄새를 빼앗아 가 버렸는지... 그래 말입니더. 언제쯤 우리는 사람냄새를

맡고 살 수 있을런지...

 

 그 아줌마의 사람냄새 그리움을 우리도 함께 그리워할 수 있는 날이 무지개 빛으로

다가옵니다.

 

***직장맘이라 시간이 없어 그냥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줌마 백그라운드만 믿고서***

***더카의 디카세상 http://jinjuculture.org/bbs?lparam=view&b_id=e_2&idx=4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