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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이어 준 책 한권의 행복


BY 2008-02-05

 

 우리가 어렸을 때 들었던 엄마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업시 사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속을 알고

 병든 사람이 병든 사람의 속을 안다고.

 

 어렸을 적에 들었던 엄마의 말씀을 되 찾아 준 아줌마는 장애를 가진

힘든 분이었다. 사단법인 진주문화사랑모임에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최초의 장애인 재활소설/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를 갖고

장애인문화기부 릴레이-책 한권(11,000원)의 행복찾기를 하면서

책을 받고 읽은 후에 통화를 하게 된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보건소에 치료를 받으면서 책을 쉬엄 쉬엄 잘 읽었다고 했다.

설날이 다가와서 병원을 나왔는데 그 책을 다른 분에게 읽어라고 두고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가 장애를

가졌지만 정말 남한테 폐끼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쓴다는 말씀과 나도

부녀회장으로 일도 했고 여성 작업장에서 일했던 것을 책으로쓰기도 했는데

감성소설을 만나 이번에 다시 나를 정리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그

책을 다른 분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배려는 했지만 갖고 있지 못함에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하마트면 한 권 더 보내 드릴까요? 하는 실수를 범할 뻔 했다.

 

우리 가족은 엄마의 말씀을 듣고 꿈나무를 키워왔다. 엄마는 늘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여느 때는 엄마가 밥을 굶으면서도 밥을 얻으러 오는 분에게 드렸다.

주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얻어 먹는 사람이 있다고. 그것은 복으로 다 받게 된다는

말씀을 되풀이하고 하곤 했다. 한국여성들의 끈질긴 정이 우리 엄마뿐만 아니라 보편화

된 환경 속에서 우린 자랐다. 이것은 엄마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자 효 운동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줌마도 자기가 좋아한 것을 남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언제 한 번 만나서 얘기를 좀 더 나누고 싶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엄마의 말씀대로 죽어 봐야 저승을 안다는 말이 생각난다. 울 엄마의 배려 타령이

나에겐 장애를 가진 분들의 삶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눈을 주셨다.

 

그래서 갑자기 불편해진 나의 건강을 추스리는 일에도 짜증보다는 선한 일을

배푼 사람에게 복을 주신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 책 한권을 읽어보는 것이 소망인 사람이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에서도

읽지 않는 사람도 있다. 책 한권이 인생을 바꾼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장애인 재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나는 아줌마의 전화 목소리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찾는다.

그래서 누군가 행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배려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린 거기에서 나를 곧추 세우며 행복한 웃음 소리를 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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