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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간 동생에게....


BY 황인영 2000-03-17


사랑하는 나의 막내 동생아!

네가 군에 입대한지도 벌써 2년이 다되어 가는거지? 올 5월이면 제대니까 말이다. 네가 군에 입대하고 나는 결혼을 하고... 그래서인지 너와의 거리감이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 그랬었지... 구멍난 바지를 입고서도 엄마 약심부름을 씩씩하게 다녀오던 너, 누가 뭐라하면 '괜찮아요~' 하며 넉살스럽게 웃던 꼬마가 어느날부터인가 머리에 드라이를 하지 않으면 문 밖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지... 누나는 구멍난 바지를 입고도 넉살을 부리던 어린꼬마도 그렇고, 멋지게 드라이를 하고 청바지를 꼭 끼어입고 멋진 몸매(?)를 뽐내던 다 큰 청년, 너의 모습도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러던 네가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았을 땐 그 또한 귀엽고도 멋지고.... 그랬었단다...
동생아, 결혼을 하고 살다보니 문득 너를 잊고 살았구나 느낄때가 있다. 그럴때면 잊고 살은 만큼, 그만큼이나 네가 무척 보고싶다. 면회 한 번 가지 못한 누나가 참 부끄럽구나.. 가끔 휴가를 나와도 너 또한 친구들 만나기 바쁘고 누나는 직장생활하고 시부모와 함께 사는 때문에 너와 시간 맞추기 힘들어 얼굴보기도 참 어려웠지?
어려서 그랬잖니? 너는 우리의 '친정'이라고... 이 담에 네가 정말 우리의 따뜻한 친정이 되는 거겠지? 동생아, 그 때 네명의 누나중에 군대갔을 때 면회 안 온 누나라고 나만 미워하진 않겠지?
동생아,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혹시 네가 쓸쓸하게 보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구나.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니 말이다. 그래도 막내누나가 초코?꼭?보냈다니 그게 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너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네 딸을 낳고 다섯번 째 얻은 옥동자이니 말이다. 물론 부모님이 너를 차별해서 키우지는 않으셨다지만 그래도 막내아들이니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가끔은 부모님께서 너를 너무 애지중지한다고 생각했던적도 있었지. 그러나 부모마음은 아무리 주어도 모자랐을 거란 것을 왜 생각못했을까?
부모마음은 그랬을꺼다. 주어도 주어도 부족한 것 같고... 남보다 못해주는 것 같고....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부모마음이 어떤건가를 어슴프레하게나마 느끼게 하는 계기가 있었다. 물론 아주 일부이지만 말이다.

너를 군대에 보내고 난 다음, 어느 날 엄마가 꽤 우울해 하던 날 중의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순용이가 군대에 가서 속상해?"라고..
그랬더니 엄마의 말은 뜻밖이었다.
"엄마가 마음 아픈 이유는 순용이가 군대에 가서 고생할까봐 그러는게 아니다. 군대에 보내 놓고 나니 내가 좀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엄마 자신이 미워서... 그게 마음 아프고 속상한 거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는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아빠가 간암으로 투병중이셨고 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니 아빠의 병원비와 너의 학비,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보살핌 등이 엄마에게 무척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엄마가 그저 네가 군대에 가서 고생할 것을 생각해 그러시나 보다 생각했으니.... 난 언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아, 네가 끝까지 군생활을 잘 마치고 나와서 이제 새로운 삶의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네가 오늘은 참 많이 보고 싶다. 아주 많이...

겨울이 끝나기까지도 건강관리 소홀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