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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에게......


BY 황인영 2000-03-27


아가에게~

오늘 아침, 아빠와 함께 산부인과 진찰을 마치고 나오며, 엄마가 아빠에게 말했단다. "자기야, 이 놈 내 뱃속에서 나오자 마자 엉덩이부터 몇 대 때려줘~' 라고... 그건, 너의 심장이 여전히 폴딱폴딱 뛰고 있었고, 또 흔들흔들 움직이는 너의 작은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는 걸 확인하고나서야 엄마가 아빠에게 겨우 할 수 있는 말이었단다. 아빠는 "걱정마, 그렇지 않아도 나오면 의사선생님이 엉덩이부터 때릴 텐데, 뭐~" 라고 말했고.


왜 이렇게 엄마, 아빠를 애타게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이쁜 악동이 나올려고 엄마를 이리도 슬펐다, 기뻤다 하게 하는지...
어젯밤도 엄마는 배가 많이 아팠단다. 아직은 움직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네가 걱정이 되어 아픈 배를 쓰다듬으며 '아가야! 아가야~' 너를 부르기만 했었어. 그리고 그저 눈물만 흘렸단다. 엄마가 우는 것을 보면 너도 슬플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미안하게도 엄마는 어제 참 많이 울었단다.

벌써 한 달동안 병원에 달려간게 여섯번은 넘는 것 같다. 가슴 철렁한 채 네가 무사하기만을 기대하며 병원에 들어서기를 몇 번 - 그 때마다 폴딱폴딱 너의 심장 뛰는 모습은 엄마와 아빠를 안심시켰고 네가 엄마를 조심시키느라 그러는구나 생각하고 돌아오곤 했단다.

아가야, 예쁜 우리 아가야~
엄마는 너로 인해 기뻤다, 슬펐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슬픔보다 기쁨이 몇 배나 크기 때문에 너 또한 엄마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위안을 삼는단다. 이제는 마음을 좀 더 편안히 갖기로 했다. 지금까지 너는 엄마 뱃속에서 너무 예쁘게 크고 있고, 힘들기도 했지만 ?A?A히 버텨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깡다구'가 있는 놈인듯 싶다. 엄마도 마음 단단히 가질테니 너도 이 이쁜 엄마의 얼굴을 볼 날을 손꼽아 헤아리며 편안한 엄마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려무나. 그리고말야, 아빠가 그러는데, 네가 뭐든 잘 먹고 있어서 대견하단다... 그러니까 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얘기하렴... 아주 많이, 맛있는 걸로 말이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