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고렇게 영리하고 똑똑한 조카 재열이의 동생이 드디어 생겨났다며? 내 첫조카 재열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재열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근 1년간은 모든 것이 재열이에게 맞추어졌지. 주말의 데이트도 재열이가 우리집에 오면 다 소용없었지. 나나 우리 자매들에게 재열이만큼 멋진 데이트감은 없었으니까... 이제 재열이도 여섯살, 언니가 아이를 가졌다니 쉬어야 한다면 집안정리를 하고 언니에게 좋은 음식만 먹으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 귀여운 녀석!
언니, 그런데 참 이상하지? 나는 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언니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기뻤다. 왜 그런지 몰라... 그리고 언니는 꼭 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니의 큰 눈과 형부의 도톰한 입술을 꼭 빼닮은 딸 말야... 희대의 미인이 태어나겠지. 언니과 형부사이에서라면 말야.
어제는 언니랑 나랑 둘이서 친정 방에 누워 있으려니까 좀 멋쩍더라. 아마 올 여름쯤에는 더 웃길꺼야. 8월이면 나는 8개월 언니는 7개월 정도 되겠지? 둘이 남산만해진 배를 들이밀고 친정에 부대끼고 있겠지. 언니, 어느새 우리가 이렇게 나이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참 예쁘고 공부도 잘해서 늘 내겐 자랑스럽기도 하고 샘도 나고 했던 언니... 살아오면서 가끔 '그래~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했던 언니... 지금 감기도 걸려있고 회사에서도 하는 일이 많아 얼마나 힘들까? 사실 나는 요즘 몸이 안좋아 쉬엄쉬엄 일하고 있지만 언니는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 그래도 형부가 잘 도와주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말야. 암튼 건강관리 잘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진짜로 커피나 콜라 같은 거 먹지말고...
언니야,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는 언니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