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73

엄마라는 이름의 죄인


BY 연화자 2000-04-11

한번 찾아본 적이 있는 공간이라 계속 찾게 되네요.
아줌마의 본적이 결국은 마땅히 털어놓을만한 사람도 없고, 울적해도 기분풀 곳없고 하니까, 이런 공간에 깃들고 싶어하나봅니다. 저로 말할 것같으면 4세, 5세 연년생 남아를 둔 엄마입니다. 어제,오늘 계속 마음이 울적하고 싱숭생숭하니 도저히 풀리지를 않네요.


무슨일이냐고요? 우리 큰 아들 일입니다.
5살되지만 1월생이고 음력으로는 6세라 어중간하기 그지없는 나이죠. 유치원을 3월부터가기시작했는데 6세반에 들어가니까, 할 수없이 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예전부터 6살이라 거의 세뇌교육을 시키다시피해서 자신은 6살이라고 믿고있는 우리 큰아들이 글쎄, 그저께 친구랑 놀다가, 친구가 던진 돌에 맞아 팔뚝에 피멍이 들었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어 그냥 넘어갔는데, 어제는 아는 동생이 놀다가 내리친 나무블록에 머리를 맞았는데, 집에와서 조금아프다며 머리를 가르키지않겠습니까? 그런데, 상처가 보통이 아니고, 푹 찍혀서 피가 계속 흘러 응급조치를 하고 빨리 병원엘 갔는 데 결국 두방울을 집게 되었습니다. 아이 머리에 푹 찍힌 상처를 본 순간부터 놀란 가슴을 진정할 길 없는데 , 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사도 맞고, 머리집고할때도 벽에 있는 그림보며 웃고해서, 의사선생님도 놀라고, 간호사들도 "너, 참 씩씩하구나" 하니, 아들은 괜히 으쓱해져서, 오는 전화에도 그러고, 사람볼때도, "나는 주사맞아도 안 울었다, 머리에 바늘 들어가도 안 운다." 며 계속 자랑삼아 얘길하지 뭡니까?

엄마의 마음이 이런건지 저녁내내, 얼굴이 상기되어 마음이 너무 않좋고, 이틀 연달아 애가 다치니, 심란하면서 한동안 신경써서 단속시켜야 되겠다 생각도 들고 밥도 일찍 챙겨먹고, 쉴 작정으로 있는데, 우리애를 다치게 한 아이의 엄마가 전화하더니, 빵과 약을 사들고 찾아 온 것입니다. 무슨 약이냐고요? 제가 놀랐다고, 우황 청심환을 사들고 왔지 뭡니까? 그 뿐인줄 알았더니, 집에돌아가서 전화를 했는데 빵봉지안에 치료비조로 얼마를 넣었다고, 치료비로 쓰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데요.


그 엄마의 마음이 고마워서냐고요? 아뇨.
그 엄마의 마음이 아프도록 진하게 느껴져오는데, 자식이 과실을 한 엄마의 다 그럴 것같아서입니다.
자식의 자랑이 엄마의 자랑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식의 과실은 엄마에게 천배만배 더크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쥐구멍있으면 들어가기라도 하고싶은 엄마의 마음.
엄마라는 이름이 바로 죄인입니다.

저또한 그러한 경험을 수도 없이 했거니와, 아들때문에 친구한테까지 자식교육 좀 시켜라는 얘길 듣고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마음의 멍애처럼 지고 살았던 기억도 있고해서, 제가 보통 때 아이의 친구들이 웬만큼해서는 그냥 넘어가고 하는데 그 엄마를 보니, 바로 제 자화상을 보는 것같고, 마음이 쓰리며서, 정말 펑펑 울고 싶었습니다.

이제 겨우 큰 아들이 5살인데 어떻게 제가 엄마의 마음을 다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큰 아이 출산하면서 느꼈던 친정어머니의 고통을 다시 한번더 진하게 느끼면서 지금 이 순간 제 목을 타고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부산에 친정집을 두고 남편따라 이 곳 경기도 수원에 온지도 5년이 넘었거니와 한번 전화를 해도, 싹싹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못난 딸이 지금 껏 살아오면서 엄마가슴에 얼마나 많은 못을 박았을까요?

이제 5월 8일이면 어버이날입니다. 정말 1년에 단 하루 그날 만큼이라도 최소한 제가 부모님께 자식노릇 올바로 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제게 채찍질 좀 해주세요. 자식바라보면서 부모님께 잘하라고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더이상 부모님을 죄인으로 만들지말라고요.

정말 펑펑 울고 싶은 이 마음을 어디에다 목을 놓고 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