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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얘기-1.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그대..


BY 양현숙 2000-04-13

어제오고 오늘 두번째로 방문을 했습니다.
또 많은 사연들이 올라와 있네요..
아줌마들은 원래 씩씩하고 무대포처럼 표현이 되는데 (세간에서)
우리 아줌마들은 너무도 여린 감성을 지니신 분들인걸 새삼 느끼
게 된답니다. 이곳에서요....

어제 신랑이랑 싸우고 난 후유증이 아직도 그대롭니다.
가슴이 아파서 제대로 숨쉬지도 못하겠고 먹지도 못하겠고..
정견디다 안되면 낼 약국에 가서 약이라도 지어먹어봐야 겠어요.
근데 약국가서 뭐라그러죠? 홧병에 잘듣는 약 지어달라면 될까요? 참 우습네요..그죠?
어제 그러고 나서 아침이 되니까 신경써서 잠을 못잔탓인지 온몸
이 맞은것처럼 뻐근하고 가슴도 아프고 몸살이 날 지경이 되버렸
답니다. 엊저녁 남편이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사과를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어요. 예전같으면 남
편하고 싸워서 남편이 얘기를 안하고 있음 제가 갑갑해서 먼저 말걸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말 안하는 것도 때론 편하더
군요..아침에 일어나 제가 몸살이 난걸 보더니 쥬스갈아다 주고
그러대요..꼴도 보기 싫더라구요..어제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마무리지어야할지 그런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일단 친구랑 만날
약속을 해놓고 남편이랑 마주 않자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더군요..
하지만 그랬죠..그런식으로 얼버무리지 마라고..또 그런식으로
나올거면 더 길게 가지말고 여기서 끝내는것이 서로 좋겠다고
..그랬더니 자기도 노력하겠다며 그만 화를 풀라 그러더라구요.
아들내미 남편에게 맡겨놓고 친구랑 만나서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러다 헤어져 시장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시장보면서 맥주
도 서너병샀습니다. 더 이상 길게 끌어봤자 좋을거 없겠죠?
아들내미 재워놓고 남편과 마주 앉아 맥주 한잔 하며 서로의
응어리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어쩌겠어요? 내가 택한 사람이고
내가 선택한 결혼생활인데...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잖아요?
우리 서로가 힘든데..서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해봐야죠..
그게 부부인가봐요.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