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을 찾듯 오랜만에 정든 공간을 찾는다.
지난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집에서 하는 재택근무의 일환으로 대만을 가게 되어, 시집안간 여동생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정은 가벼운 2박3일, 무역업무를 하게 되면 해외출장은 정말 필수적인 것이고 2박 3일이면 일정도 아주 짧은 편이다. 보통 사장님을 모시고 가서 주로 통역을 하게 되는데 이번은 박람회가 있어 참관차, 바이어 물색도 할 겸 혼자 가게 되었다.
결혼전엔 출장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출장을 통해 따내어야할 결과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행기만 봐도 긴장되곤 했다. 먹기는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을 늘 대접받아 호식을 하는데 비해 오히려 살이 빠져서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일을 시작한 뒤로 결혼전에 느끼던 부담감이 싹 없어졌다. 워낙 아줌마 설움이 컸던 터라, 부담은 커녕 오히려 비행기를 안타고도 대만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욕도 왕성하고, 오더에 틈만 보이면 적극적으로 대쉬하고 밀어부쳐 일도 어느정도 잘 되었다. 속해 있는 회사의 업종이 피혁인데 경기자체가 현재 침체되어 이렇다하게 눈에 드러나는 결과를 따오진 못했으나, 가능성있는 몇군데 바이어를 물색해서 현재 계속 연락중이다.
비행기를 타면서 혹시 괜찮은 우리나라남자와 동석이기를 은근히 바랬는데, 안타깝게도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덕분에 하늘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정말 어떤 종류건, 여행이라는 건 혼자 해볼만 하다 싶다.
그래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 자연속에 있는 작은 나라는 인간을 관조할 수가 있다.
비행기위에도 하늘 , 비행기 밑에도 하늘...
난 일찌기 어렸을 적부터 자연에 대한 애정이 컸다.
겨우 대여섯살때 집에서 병아리 키울땐 병아리 챙겨먹이느라 풀뜯으러 다니며 뒷산을 후리고 다녔고, 중고등학교땐 귀가길에 취미로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송도라고 하는 부산에 있는 바다에 넋을 놓곤 다녔다.
대학생이 되어선, 날씨탓하며, 허구헌날 수업을 빼먹었다.
하늘이 너무 푸르러서, 비가 나를 끌어당겨서, 봄바람이 너무 간지르워서, 이래저래 학점이 별로였다. 그 뒤로도, 달의 정취나, 물고기가 강가에서 등을 바꾸어 눕는 모양, 산의 기운, 바다....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나를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이제 아줌마가 되어 비행길를 타고 양탄자같은 구름위에서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하늘이라는 푸르른 공간을 바라보니, 정말 그 양탄자위에 눕고 싶은 기분이 절로 났다.
수평선도 아니고 지평선도 아닌 것이 한 줄로 쭈욱...하늘선이라 부르는 것이 옳겠다. 거기에 노을이 걸쳐지면 정말 난 어찌할 수가 없다. 저렇게 오묘한 자연의 일부인 것을 왜 미처 몰랐을까?
업무상 출장가는 것이면서도 나에게는 더없는 환기요, 화려한 외출 그자체였다. 동생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한 이 외출의 진한 묘미를 오래토록 누릴 수 있도록 그저 직장일이 잘 되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