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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이야기


BY 이쁜이 2000-04-28

어제 비가 왔지요. 보슬비가 옷젖을만큼...
저희 시댁에서 아버님이 사오신 부산어묵을 친정에 좀 드리라고 해서 전 친정아빠께 시골 갔다오시면서 저희 사무실에 잠깐 들르시라고 했죠. 아빤 요즘 시골에 가서 농작물 가꾸시는게 일이신데. 어젠 오빠가 차를 놓고 나가서 아빠가 일찍 차를 몰고 시골에 가셨답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바람에 허탕을 치시고 비닐하우스를 하시는 이웃아저씨네서 아욱을 한 부대나 따서 가지고 오시던 길에 저한테 들르셨죠.
그런 아빠한테 어묵하고 엄마 팬티 두장사서 드리고 돈버는 딸이 점심이나 한끼 사드린다고 근처 쌈밥집에 가서 밥을 사드렸죠. 아빠한테 점심사드리는 거 당연한데. 그것부터 전 슬펐던 거예요. 아빠 점심식사한끼 사드려서 기쁜데도 이제 어리기만 한줄 알았던 딸에게 얻어먹을 때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가 서글펐던 거예요. 아직도 전 중학생같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아저씨같은데...
점심식사를 다 한후 차 트렁크에서 살림하는 딸에게 시댁에 가져다 드리라고 아욱을 한아름 주시는 새카매진 아버지의 마른 손이 절 또 한없이 슬프게 했답니다. 그래도 이것저것 드리고 점심까지 드시게 해서 보내는 뿌듯한 마음으로 그 슬픔을 달래며 부슬부슬 내리는 그 비를 맞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답니다.

자식과 부모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부모님만 생각하면 어떤 탈랜트 못지않게 금방 울음이 ?K아지고 한없이 드리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서 부모님이 너무 빨리 늙지 않으셨으면 하지만 그게 어디 맘같이 되나요? 특히 친정부모님은 시부모님처럼 떠떳이 하지도 못하고 무슨날에나 간신히 챙길수 있으니. 쫌생이 같은 남편만 원망스러워요.

오늘이 엄마생신이예요. 같은 서울하늘 아래 있는데도 퇴근후 왔다갔다 하기 힘들어 못가요. 미리 갔다오긴 했지만....
전 얼마전에 시어머니가 되기 싫다던 어느 분의 글을 보고 그래 그렇구나 하고 동감을 하긴 했지만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나 참 여자로 산다는 것은 왜 그렇게 슬픈건지.
제가 너무 비관적이 된 걸까요
오늘 비도 그치고 해도 떳는데 괜히 우울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