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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을 넘게 산 내남편. 갈수록 속을 모르겠네요.


BY 김미영 2000-04-30

친정 엄마의 수술날짜가 바로 5월1일로 잡혔으니 될수 있음 다른
계획들은 세우지 말라고 남편한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은 고래고래 고함을 치더군요. 이 바쁜 시간에 고작 그일로 전화 했느냐며
나를 아주 무안하게 만들더군요.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은 근무가 없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니
방과후에 아이들좀 봐 달라고 전화 한것인데 그 시간만큼은 그리서러울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8살 차이나는 남편한테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 니 엄마가 수술하면 너 그렇게 말하겠냐?"
그순간만큼은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너무 너무 서러워 몰래 비자금 하나 마련 못한 나자신이 밉고, 마음대로 옷하나 사입지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등신같고, 친정엄마 수술하는 데 남편에게 고작이란 말을 들어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고, 하여튼 모든게 ?蓚向楮?
오늘 남편이 병실로 찾아왔더군요. 병실로 와서도 한 오분 있었나? 배고프다며 빨리 가자고 하더군요. 아이 핑계를 대고 나오긴 하였지만 뭐 이런 놈이 있나, 뒤통수를 한대 쳐 주고 싶었어요. 대화가 사라져 침묵만이 흐를 즈음 치료비얘기를 먼저 꺼내더군요. 전 남편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어요.
전 2남1녀의 장녀인데, 남동생들은 아직 어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남편은 "니가 장녀고, 또 동생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니
지금 이렇게 힘들때 내가 장남이 되어야 한다며 걱정하지 않게끔 병원비를 드려라" 하면서 일백만원을 주더군요.
그 순간 저놈은 아주 나쁜 놈이야, 너 두고 보자, 하던 순간 들이 생각나 무지 부끄러웠어요. 쥐구멍에라도 숨었으면 했으니까요.
내 앞에서 그렇게 서럽게 말을 하던 남편의 속마음은 아주 따뜻한 봄이였습니다. 기왕이면 속도 겉도 일치하면 구색도 갖춰지고 좋을텐데 말예요.
전 이런 남편을 사랑해요. 밉기도 한 내 남편을 사랑해요.
벌써 오늘이네요. 오늘 낮 12시경에 친정엄마의 수술이 있거든요
수술 경과가 좋길 기도하며 이만 줄일까해요.
오늘은 무지 바쁜 하루가 될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