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와 이런 저런 얘기하다 파랗게 젊었던 날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찌할 줄 몰라 단지 어깨에 무거운 자유로 시작한 대학생활, 분명 책임과 의무를 몰랐던 방자했던 날들이었다.
아주 친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고 기지배가 나의 남자친구를 몰래 가로 채는 바람에 좀 서먹서먹한 관계였는데 풀건 풀자고 포장마차에서 만났었다. 둘이서 쓰디쓴 소주 3병을 다 때려 마시고 돈을 내려니---. 친구는 거의 혼수상태고. 남자애들한테 배운걸 이런때 써먹어야 하다니. 난 80년대 젊은이의 한 문화였던 전당포를 너무도 당당히 찾아갔다. 손목의 별로 비싸지도 않은 시계를 풀어 맡기고 주민등록번호를 대라는 주인영감의 성화에 술 냄새 퍽퍽 풍기며 "1 어쩌구" 했더니만 영감이 여자는 다 2번으로 시작한다나. 나의 대답, "아저씨,내껀 1번으로 시작하는데 아저씨가 웬 상관이에요?" 술 먹고 헤롱대는 방자한 여대생이 한심해서 아저씨는 째려보며 몇만원인가를 건네 주었다. 그 돈으로 포장마차비를 치르고 더 헤롱대는 기지배는 집까지 가면서 몇번을 웩웩 댔는지 모른다.
참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 같은 얘기였나보다. 얘기들은 그 어떤이는 "참 해볼건 다 해보신분이네요" 라며 존경(?)의 눈빛으로 다시 우러러 본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미국 오던 날, 못난 자존심과 열등감으로 다 찢어 없애고 온 파랗게 젊은날의 전화번호책이 몹시도 그립다. 그 기지배, 마담뚜에게 엄청 팔려 다녔다는데 좋은 시집가서 잘 살고 있겠지?
서로 뺐고 빼았던 그 남자녀석은 단지 '사랑의 전설'로 내맘 속에 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