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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돈


BY 임진희 2000-05-27

나에게는 한가지 씁쓸한 기억이 있다. 지금부터 5,6년 전이다.
어느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연히 백화점에서 중학교 때
딱 일년을 함께 공부했던 친구의 언니를 만났다고 했다 .그래서 그언니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연락을 했다고 했다.우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임을 갖고 있던터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갔다. 32년만의 만남이였다.늘 만나서 익숙해 있던 친구와 그녀와의 갭은 느낄수가 없었다. 화려한 의상과 시원스러운 그녀의 성격에 32년이라고 하는 세월은 단숨에
극복 할수 있었다. 이래서 어릴적 친구가 좋다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로부터 간간히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한것은 가족이야기는 전혀 하지않는
점이였다.
어느날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그녀에게서 전화가 있었다는것을
아들아이가 메모해놓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꼭 전화 바란다는
말과함께.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가 울리고.수화기 건너편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여보세요, 풀이죽은 그녀의 음성이 왠지
서글펐다. 무슨 일인데?. 응 ,나 하루종일 돈때문에 여기 저기
전화 했는데 빌릴수가 없었어. 너 미안하지만 돈 백만원만 빌려 주지않을래?. 나는 순간 망설였다. 그렇지만 대답할수밖에
없었다. 남편이통장을 갖고 있으니까 물어볼께.

인정에 약한 남편은 오죽 답답하면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가 부탁했겠느냐고 승락 했다.
나는 은행에 갔다. 지폐로 백만원을 찾았다 .작은백은 불룩했다. 식당에서 악구찜을 대접하고 돈을 건넸다.
나는 갑자기 다시는 돈을 되돌려 받을수 없을것같은 묘한 예감이 들었다.
돈을 빌리러 온 그녀는 방금 백화점에서 산듯한 새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돈은 이미 그녀의 백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흘러갔다. 그에따라 약속 한날도

소리없이 흘러갔다. 나는 참지 못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응, 너구나 .얘,우리만나야지, 금방 생각이 난듯

반가운 음성이다. 돈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약속 장소가

정해졌다. 햇살도 싱그러운 날이였다. 나는 가면서 생각 했다.

이번에 돈 받으면 사고싶은 가구를 살까. 뭘 할까, 이리저리

궁리하며 까페에 들어섰다. 그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갑자기 코끝에 강한 향기가 풍겼다. 그녀였다. 얘,미안하다 .

오래기다렸니?. 마주앉아 커피를 마셨다. 참 이상한 기분이

였다. 약속은 될수있는한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에

게 그녀의 무신경이 싫었다.한참을 의례적인 이야기를 하다

가, 그녀가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이자야. 돈은 조금

있다줄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자를 받았다. 완강히 거

절했지만 막무가냈다. 미안해서 안된다고 하면서......

누가 말했던가. 속절없는 세월이라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

고.애궂은 수화기를 들었다. 응 ,집에 있을거니?. 지금 갈께

기다려. 그녀는 밤이깊도록 오지않았다. 나쁜.....

얼마후, 나는 전화 번호를 옮겨 적었다. 그녀의 번호만 빼고.

그녀와의 신경전은 그것으로 끝이났다.......

그후 나는 친구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친구 잃고 돈 잃는다는 말은 사실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연락 조차없다. 중간에 내가 이사도 했지만

다른 친구 전화 는 그대로인데.. 아마 연락 할 마음조차 없었

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인데 그녀는 우리를 만나기 훨씬 전에

이혼했다고 한다.

가는 봄이 아쉬운걸까.

비가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는 토요일 오후에........


백만원 빌려주고 십만원 받은 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