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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난해요


BY 아줌마 2000-06-03

저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남편의 회사가 지방이다 보니 사택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정말 힘드네요.

사택이란 곳이 이런 곳인지, 아니면 아줌마들 사회가 원래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이 너무 많고, 흉보고, 비방하고, 따돌리고, 쑥덕거리고..... 참고 지내기가 점점 힘들어 집니다.
심지어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대놓고 서로 눈짓을 해가며 비아냥 거리기까지 하는걸 본 적이 있어요.
가만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잘난척한다고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보자고 욕하고, 같이 친하게 어울려도 꼬투리를 잡아 흉을 보고, 서로 비밀도 없고, 그 집에 밥숟가락이 몇개인지 다 세고 있을 정도니까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존재하질 않지요.

마음을 터놓고 속상했던 이야기를 하면, 흥미진진하게 잘 들어주고는 얼른 다른집에 가서 말을 옮기고, 그렇게 몇 집을 건너다 보면 말이 이상하게 변해서 전혀 다른이야기가 만들어져 있고...

남의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은 많은지, 도대체 옴짝달싹을 할 수가 없어요.
어떤 집에 무슨일이 생기면 무슨일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하고 찾아가고 난리가 나죠.
그 때 찾아가거나 전화한 사람에게 속상한 이야기를 했다간 당장 그날 반찬거리가 되는 거예요.
삽시간안에 온 사택으로 그 소식이 번지거든요. 우습죠?

상사 사모님에게는 서로 잘하려고 반찬도 해다주고, 들은 이야기 죄다 모아가지고 가서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서로 자기들도 앞다투어 잘하려고 하면서, 남이 잘하려고 하는 꼴은 보지 못한다는 거죠.
윗분들댁에 잘하려고 노력할 때는 언제고, 돌아서면 또 욕하고, 자기는 마치 욕 안한거 처럼 남이 욕한 내용을 또 가서 전하고.....

정말 한마디로 피곤합니다.
저도 아줌마지만, 아줌마들 사회가 이런 건가요? 왜 이렇게 의리도 없고, 깊이도 없을까요?

저는 윗분댁에도 신경쓰지 않고, 회사 사람들과도 될 수 있으면 어울리지 않고, 결혼전부터 하던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에 휘말리면서 정력을 낭비하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적당히 욕먹는 것도 감수하려고 맘먹고 잘 버텨왔는데, 하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고 하고, 잘난척하니, 윗사람에게 잘하지 못한다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뭐가 잘나서 전화도 안하냐는니, 말도 못하는 욕을 먹고 있으니 점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처음 여기에 내려왔을 때, 직장 부인들과 이야기를 좀 해보았는데, 이 사람 만나면 저 사람 욕하고, 저 사람 만나면 이 사람 욕하고,.... 제가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그 사람의 편이 되서 어떤 누군가를 욕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되겠구나하는 판단이 서더라구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내막을 내려온지 며칠만에 다 들었어요.

그러니 제 이야기는 안 돌아다니겠어요?
한번도 만나지도 못했던 아줌마가 저를 은근히 꼬더라니까요. 그것도 누군가가 가서 흉을 본 결과이겠죠.

그렇다고 그 분들께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하자니, 남편 직장생활이 걸려 있는 문제라 함부로 할 수도 없고, 같이 적당히 어울리자니 그런 분위기가 못견디겠고, 지금까지처럼 제 일만 열심히 하고 지내자니 이젠 그 따가운 눈총이 겁나고.......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나면 누구네 집에 모여서 또 그날의 수다가 시작되죠.
수다 내용의 2/3 이상이 상관도 없는 누군가의 흉을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죠.

서로 예의도 없고, 남편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고.

뭔가 아줌마들이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물론 좋으신 분들도 있어요.
좋으신 분들은 모든 욕을 스펀지 처럼 다 흡수하시고 참는 분들이죠. 혼자 울면서 말이에요.

그나저나 저는 어떻게 하지요? 저는 스펀지가 되려니 머리가 터지려고 하는데....
한달에 한번 있는 부부모임도 못나가겠어요. 아줌마들의 눈총이 이젠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