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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회의원 선거날 기권한 이유


BY 임진희 2000-06-09

그것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선거가 한참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어느날, 나는 모처럼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따로 내 책상이 없는 나는 식탁이 내 전용 책상

이 되곤한다. 며칠전부터 가두에서 선거전을 펼치고 그것도

모자라 후보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끄러운 홍보를 하고

다녔지만 ,그래도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당사자

들이야 얼마나 애타는 심정이였겠는가. 후보 부인이 되지 못했

어도 그 심정 미루어 짐작 할수 있다. 오죽하면 옛날부터 병중

에 제일 심각한 병은 정치병이라 했겠는가. 그러나 그날은

네거리에 고성능 확성기인듯 귀가 아파서 더 이상 배겨 낼수

없을 정도의 소음으로 다가왔다. 가히 소음의 고문 이였다.

남자의 말 사이 사이에 쇳소리 나는 여성이 후보의 이름을

단말마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더 강하게

그래서 더 한층 거부감이 들도록 악을 쓰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이름을 주입 시키려 드는 걸까. 나는 이미

후보의 학력과 경력을 홍보지를 읽고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

였다. 장시간 동안 참을수 있는 인내력 을 시험 이라도 하는듯

후보의 연설은 계속 되고 사이 사이 추임새 처럼 여인의 쇳소리

의 부르짖음도 계속 됐다. 이제까지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되겠다는 나의 마음은 울부짖음 과 더불어

서서히 퇴색 되어 갔다. 나는 어려운 정치는 잘 이해 못한다.

어느 코메디언이 국회의원 이 된후 그들과의 교류를 하고

잠시나마 의정 활동을 한뒤의 소감이 되 살아 났다. 금방

싸우고 그 자리를 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가워 하는 그들을

보고 초등 학생의 학예회 갔다고 비아냥 댔었다. 물론 그런

쇼맨쉽이 없으면 정치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을

?아 철새 처럼 날아 다니는 그들의 뒷모습에 국민은 실망하고

있는것을 당사자 들은 알고 있는 것인가. 아무튼 내가 한표라

도 밀어주려는 후보는 소음 이상의 소음 때문에 내 한 표를

잃고 말았다. 투표 때 마다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투표 하러

갔었다. 너무 일러 아직 문도 열리지 않아 밖에서 기다리다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은 내 마음의 빗장은 단호 하기만

했다. 그래서 남편 혼자 갔다. 출근 한 남편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기권 한 나를 혹자는 질책 내지

는 조소 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가 그 소리에 고통 받고 있다

는 사실을 모르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단순

함 때문애 당신의 권리를 포기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더 이상

변명할 말은 없다. 아무리 선거전이라 해도 유권자 에게 그렇

게 무례하리 만큼 소란을 떨어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

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서야 되겠는가. 밀어 주려고 했던 후보의

지나친 선거 열기 때문에 오히려 한표 를 잃고 마는 어리석음

을 범했던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마음은 똑 같다는 것을 알수

있는 일이 있었다. 어느날 아파트 입구에 있는 구두병원? 에

구두를 고치러 갔는데 구두 닦는 아줌마가 한마디 던졌다.

얼마나 시끄럽던지 도대체 장사를 할수 없더란다. 그래서 어느

후보의 운동원이 지나가길래 일부러 말을 건뒤 이 동네 아줌마

들이 제일 시끄럽게 떠든 후보는 찍어 주지 않는 다고 하니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그 후보는 인지도가 높아서 인지 악을 쓴 결과인지 나를 비웃듯

이 보란듯이 당선 됐다. 그렇지만 다음에 선거에 나올 분들

한번쯤 고려해 보면 어떨까. 홍보는 하되 사려깊고 조용하게 .

악을 쓰면 한 표가 사라진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어처구니

없는 권리 행사라고 외면 해서는 안된다. 유권자는 주시하고

있다. 말없이 그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