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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부부(6)


BY 두아이와 2000-06-10

인터넷엔 가입할 곳이 너무 많다.
눈만 뜨면 왜이리도 가입할 곳이 많이 생길까..
또 가입하면 왜이리도 선물을 많이 준다는 걸까..
하지만 뻔질나게 가입해보았자 선물이 나한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낀 건 울 기쁨돌이가 병원에 가고난 후였다.
하루죙일 인터넷에서 놀다보니 아이 둘한텐 관심이 옛날보다 덜 가게 되었다.
기쁨돌이는 민겸인 다른 컴퓨터 켜놓고 게임과 오락을 하라고 하면 되는 거였고. 이제 7개월짜리 희망아이 현겸인 그냥 업구서 인터넷에 매달렸었다.
밤부터 새벽까진 민겸이가 깼을 때를 위해 열심히 민겸이가 좋아할 만한 사이트를 찾아다녔고.. 민겸이가 컴퓨터에서 동화를 듣고 보고하는 동안..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경품사이트에 가서 행여나 경품이 나한테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면서 매달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건 자식들 끼니만은 제때에 차려줬다는 거.. 하나..
할아버지라도 오셔서 민겸이를 하룻밤 재우겠다며 데려갈 때는 왜그리고 홀가분한지.. 짐하나를 던 것 같았다.
또 어느때는 오히려 내가 "아버님 오늘은 뭐하세요..?? "
하고 묻기까지 했다.. 속뜻은 민겸이 데려가세요.. 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날 내 남자가 나한테 그랬다.
"현겸인 동물피아노 가지고 놀지 않아.. 민겸인 이맘때 가지고 놀았었는데.. 현겸인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걸 못봤어.."
정말 그랬다. 현겸인 장난감 가지고 노는 시간보다 내 등에 업혀 있는 시간이 더 많고 민겸이도 나와 노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나와 노는 것보다 컴퓨터와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감기가 유행인데 기쁨돌이 민겸이 감기 떨어진지 이주일도 안됐는데.. 그래서 마음놓고 뇌염 예방주사를 맞혔는데..
주사맞은 다음날.. 바로 또 감기에 걸렸다. 열이 39도를 넘어갔다왔다 하고... 또다시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오늘은 할아버지랑 이비인후과엘 갔더니 목이 심하게 부었단다.
콧물도 만성비염으로 인한 콧물이란다.
아뿔싸!!
난 아주 나쁜 엄마다.... 아이가 이렇게 되도록 내가 내버려 둔것이다. 내가 이렇게 회의적이 되었을 때..
내 남자가 그랬다..
"작은 것에 연연해 하지 마.. 인터넷에 들어가면 공짜로 선물 준다는 데 많고 또 그거 바라고.. 거기에 맞춰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작 네가 얻는 것은 허무함뿐일거야.. 인터넷에 들어가서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터넷이 내 떡이 되느냐 남의 떡이 되느냐가 판가름나지.. 그러니까 너도 홈페이지 만들려면 대문을 잘 꾸미는 것보다 내용을 알차게 그리고 꾸준히 만드는 게 더 중요해.. 대문만 만들어놓고 그냥 허송세월하고 있으면 누가 니 홈페이지에 들어와주겠니.. 하루하루 바뀌고 변하면 사람들은 꾸준히 와줄꺼야.. 그러니 홈페이지나 제대로 완성해.. 또 넌 공짜 너무 좋아하니까.. 하는 말인데.. 몇몇 사이트만 골라놓고 꾸준히 하루에 한시간만 공짜 사이트 기웃거려..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이런 일은 없게되지.. 그리고 민겸이 아픈건 니 탓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인터넷.. 잘해봐.. 얻는게 많을거야.. "

난 아무래도 정말 턱없이 부족한 여잔데..
내 남잔.. 날 이렇게 항상 위로해준다.. 참.. 멋진 남자다..
우리 아이들.. 그리고 나와 내 남자.. 다시 심기를 가다듬고.. 좀더 체계적으로 인터넷에 빠져들어야 할 것 같다..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