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5

갑자기 시댁이 가고 싶네요..


BY 깨비 2000-06-12


어제 저녁에 친정엄마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저녁 같이 먹자고..
2주동안 몸살과 감기로 고생을 해서.. 엄마 걱정하실까봐 연락을 안했더니 무슨일이라도 있나 싶어 꽤나 걱정이 되셨나보더라구요..

동생내외는 여느때와 같이 친정에 와있었구..
남편한테 가자고 하니 머리감고, 씻고, 면도하고 언제 가느냐고 하면서 담배 물로 딴청을 피우더라구요..
먼거리도 아니고.. 5분이면 가는 친정인데..
참 서운하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밤엔 괜히 속상해서 매운탕 끓여 먹으려고 준비한것도 안먹고.. 배고프다는 남편말도 뒤로하고 컴퓨터에 앉아있다 잤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시댁에 자주 가는것도 아닌데.. 친정에 안갔다고 뾰로통해 있던 제가 너무 철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댁은 정말 안가거든요..
안가는 이유가 있긴하지만..
명절,제사,생신때 외에는 발걸음도 거의 안하는 시댁인데.. 남편한테 괜히 심리전을 벌였나보다하는 생각이 드니 미안해 지기도 하더라구요..

친정어머니는 혼자 계시고, 시댁이야 아들 며느리 손주들 까지 북적 거리긴 해도.. 자식 보고싶은 부모맘이야 다 같은텐데..
돌아오는 주말엔 시댁에라도 다녀올까 생각도 드네요..

사실 시어머님께서 당신 아들만 귀히 여기시는거 서운해만 할게 아니라 어찌보면 당연할텐데..
당신 나름대로는 고생하시고, 아들이 지금까지 실직자로 있는거 표현은 안하셔도 며느리한테 미안하시기도 하실텐데..
연세 많으신 시어머님 맘이라도 좀 편하게 해드려야 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번 조카한테 만들어준 헤어밴드며, 악세사리를 엄청 좋아하던데.. 이번에 좀더 만들고,, 사은품으로 받은 피카츄 저금통과 필통 담고, 어제 만든 쨈도 조금 싸고, 지난번 넉넉히 사서 남아있는 천으로 어머님 옷도 하나 만들고..
그렇게 큰건 아니지만 작은 정성 조밀조밀 담아 시댁에 다녀와야 겠어요..

시댁 다녀올때 마다 늘 한두가지씩 맘 상해 오지만, 이번엔 정말 무슨 말씀 하시더라도 다 이해하려 노력해야 겠어요.
사실 같은말 친정엄마가 하셨다면 뒤돌아 풀면서, 시어머님 말씀은 가슴에 남는거 어쩔 수 없지만, 이젠 이해하려 노력할랍니다.

오늘 저녁엔 어제 못끓여먹은 매운탕 끓여서 먹어야 겠어요..
저야 아직 아픈 입안땜시 먹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을 남편 얼굴 생각하니 흐믓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