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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님 보셔요.


BY scarlet 2000-07-02


일요일 아침 입니다.
다들 자고 있고 전 압력밥솥의 김소리와 맛있는 밥냄새속에서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전.
엄마의 저녁짓는 향기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보골보골 찌개냄새와 밥이 익는 냄새......
특히 겨울엔 더하죠.

추운 겨울.
엄마의 심부름으로 두부 한 모 사오면 아. 온 집안에 퍼지는 그 새콤한 김찌찌개 냄새. 이런 날은 밥 더 먹죠.

우리 친정엄마는 청국장을 직접 만드셨는데 며칠동안은 그 역한 냄새때문에 고생을 합니다. 그래도 마치 소중한 보물인양 절대로 열어보면 안 된다고 이불같은 걸 뒤집어씌워놓고 잘 단도리 하셨습니다. 물론 청국장시루한테 아랫목도 다 내어주고요.

청국장이 다 되면 두부넣고 김치넣고 끓여주시는데 매끼마다 먹어도 안 질려요.
임신하고 그 청국장이 먹고싶어 우연히 파는 식당을 가보니......첫 숟갈 뜰때의 그 느낌이 지금도 안 잊혀집니다.
'으악...'

이젠 엄마도 직접 안 만드십니다.
제가 어렸을땐 온돌방이었는데 지금은 보일러잖아요.

저녁짓는 냄새......
이것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포근하고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다는걸 이제야 알았어요.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곧 차려질 저녁상의 반찬을 기대해보면서 엄마가 밥먹어라 하고 부르기까지의 그 시간......

JUNG 님한테 빙수이야기 듣고 어제 할인점에 가서 저도 빙수기 하나 구입할까 하고 보았어요. 대만산 6,700 원짜리가 있던데 너무 싼게 좀 미심쩍어서 JUNG 님 에게 물어보려고 그냥왔어요.
2만원대까지도 있는 걸 보았거든요. 너무 싼거 보고 덜컥 샀다가 피(?)본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저도 빙수기 하나 사야겠어요. 얼음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이번 여름에 빙수 좀 만들어주고 싶어요.

오래간만에 식구들 해먹일 야무진 꿈에 시장도 보구요.
재첩국. 오징어튀김. 볶음밥 할 재료들도 사구요. 요즘 햇옥수수 한창이대요. 옥수수도 샀어요. 비빔밥 먹고 싶어서 콩나물이랑 묵이랑 상추도 사구요.
알타리를 떨이로 천 오백원씩 싸게 팔길래 총각김치 담그려고 샀어요.
그런데 총각김치에 넣은 새우젓을 한 줌 정도 샀는데 거의 3천원. 알타리값 두 배예요. 국산이라 비싸다네요. 시장에서 파는 건 중국산이라 싼거래요. 하긴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긴 하지만... 그래도...무리 한 거 같아요.

살림도 성격이더라구요.
제가 변덕이 좀 심하거든요.
내키면 이것 저것 신이나서 맛있는 거 잔뜩 해서 먹이고 물론 저도 먹구요.
하기 싫으면 진짜 그야말로 끝장나요. 과장 조금 보태서 간장찍어먹을 정도예요.

다른 건 몰라도 음식만드는 것 만큼은 꾸준하려고 하는데......
변명같지만 주중에 몸이 지쳐있으니 음식 잘 못하겠어요.
음식 맛있게 만드는 거 좋아해요. 작품만드는 것 마냥 성취감이 있더라구요.

아. 배고파.
오늘은 아침부터 비빔밥 먹어야지. 재첩국에......

JUNG 님 다음번 편지에 빙수기 얘기 잊으시면 안 돼요.
남편한테 JUNG 님에게 물어보고 살 거라고 그랬거든요.(^^*)

글구....
타자 빨리 배우세요.(^^*)
너무 너무 궁금해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