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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어제와 다시 시작하는 오늘


BY 심심해 2000-07-16

여자란 존재.. 나두 여자지만 잘 모를때가 있네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사랑이란 단어를 찾고 그것을 몰라주는 남자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고...

전 남편에게 아무 불만이 없어요. 그런데 한가지 부족한것은 다정한 말한마디를 못한다는것. 다 잘하고 하나 부족하니 참고살자. 하면서도 가끔은 늘 무뚝뚝한 표현과 말투에 너무도 전 상처를 받네요.

가는말이 고우면 오는말도 고와야 하는데 말하는게 꼭 화난사람같으니... 이젠 적응할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적응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또 적응이 안되어 있고... 남편이 제게 말하면 우리딸은 아빠! 엄마랑 싸워하고 묻는답니다. 전 아빠 그냥 말하는거야. 하고 대답하죠. 얼마나 뚝뚝한줄 알겠죠?

언제 아내가 아줌마같다고 느끼냐니까 그런생각 해본적 없다고 하더군요. 그말에 전 하루종일 우울했습니다.

아내를 아줌마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내에 대해 한번쯤 생각은 한다는 거니까요. 울 남편은 저에대해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항상 믿음으로 위장한 무관심.

뭐든 같은 자리에 있으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남편.
저란 존재는 그냥 아내고 아이의 엄마고...

한번도 저 자신에 대해 불평이나 불만을 말한적이 없는 남편.
다른사람들은 좋겠다고 할지 몰라도 그건 그만큼 무관심한게 아닐까요. 관심이 있다면 불평도 생기고 어느 남편들처럼 살좀빼라. 옷좀 신경써라... 등등 말할텐데... 집에서 아무렇게 입는 옷에대해 화장기없는 얼굴로 늘 부시시해 있는 내모습에 불만없냐고 물으면 그런생각 안해봤어 그렇게 말하는 남편땜에 어제는 왠지 우울했습니다. 내가 컴앞에 하루종일 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가 뭔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아지트가 뭔지도 모르는 남편. 일부러 보이는곳에 일기장을 펼쳐놓고 자는척해도 절대 들여다보지 않는 남편.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안하는 사람이니 마누라 생각해달라는건 무린가???

티비보는것도 싫고. 여자는 결혼을 해도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남편에게 늘 아내가 아닌 여자로 보이고 싶은건데... 남편은 절 여자가 아닌 아내로 보니...

하루종일 우울해하고 밤에도 혼자 베란다에 나가 앉아있고 우리 딸한테 요즘 아빠가 집안일 도와주는 것이 소홀해 졌느니 엄마는 외롭다느니 했더니 그말을 들었는지 오늘 아침에는 아침먹은 설겆이를 자청해 하고 끝나고 청소기로 온집안 청소를 하더군요.

늘 다정한 말한마디 우스운 농담하나 못함을 집안일로 대신하려는 남편. 연애 7년동안 이벤트나 어떤 감동적인 것을 연출한적이 없는 울 남편. 늘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런 남편.

나두 감동할 줄 아는 여잔데... 나두 웃을수 있는 여잔데...
생각을 싫어하는 남편과 결혼했으니 죽는날까정 그건 포기하고 살아야 겠죠?

기념일날 뭘 선물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너 사고픈거 사러가자고 하는 남편. 연애때도 그랬다.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게 아니라 날 만나면 그때 함께 선물사러 가자고 했다.

내가 나두 남자랑 채팅좀 해볼까... 나두 춤좀 배워볼까.... 해도 아무말도 없는 남편. 나 바람날 걱정 안해? 물으면 난 널 믿어. 자기가 가정에 충실한만큼 나두 그럴거라고...

믿는거야? 무관심이야? 비키니수영복 샀다고 해도 보자는 말도 입어보란 말도 없는 남편. 딸아이 수영복 샀다니까 입혀보고 돌려보고 하면서.... 아~ 나두 여잔데....

하지만 어쩌나. 다시 오늘이 시작되었으니 외로운 맘 다시 접고 다시 시작해야지... 시댁가서 어머님모시고 저녁식사나 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동차야외극장에 가기로 했다. 가면 뭐하리오. 영화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해 대화를 하는것도 뭔가 새롭고 기분좋지도 않을텐데.... 그런 제안을 하는것도 남편이 많이 노력하는거라 인정하지만 입한번 다물면 좀처럼 열지않는 조용한 남편이 변하리오... 언젠가 내가 조용히 있는 남편에게 입한번 아~ 하고 벌려보라고 했다. 아~ 하고 입벌린 남편에게 내가 한말은 아직 곰팡이는 안쓸었구나! 였다. 그런 내 말에도 답이 없었다. 말아꼈다가 죽어 저승가서 뭐 할거있나???

난 진하게 화장하고 머리를 셋팅했다. 그것으로 내 우울한 마음을 접어보려고. 또다시 이 병이 언제 도질진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