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69

나이아가라폭포야?너 어떻게 생겼더라?


BY 손미애 2000-07-18

나의 실수란에 글 한번 올리고 나니 실수에 얽힌 과거가 떠오르네요.
한 10년전에 제가 미국으로 시집 온 이듬해 여름 저의 부부는 자동차로 2박3일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어요.그곳에 남편 동창들이 몇명 살고 있어서 겸사겸사 갔죠.
과연 폭포는 장관 그 자체였고 내 평생 또 와 볼까 싶어 두번이나 가 봤지요.
떠나오기 전날 남편은 친구들과 작별 술 파티를 했고 따라서 다음날 숙취땜에 출발 시간이 오후 늦게로 미뤄졌읍니다.
갈땐 너무 운전을 강행해서 피곤했다싶어 올땐 쉬엄쉬엄 잘 것 자고 쉬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잡자고 했는데 출발시간이 너무 지연되어 그날은 좀 무리하기로 했죠.
당시 전 운전면허증도 없고 남편 혼자 운전을 해야했는데 저야 할일 있나요.졸립기도 하고 잠을 청했읍니다.이왕 자는 거 뒷좌석에서 길게 누워 겉옷을 덮고서..
밤 11시쯤 됐나?잠결에 들으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정차,화장실에 간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제가 '나두 갈거에요..'하며 부시시 따라 나섰는데.
제가 볼일을 유난히 빨리 보는 편이거든요.화장실에서 나와서 바로 주차장에 갔는데 우리차가 없어진 겁니다.
누군가 우리찰 갖고 도망갔나보다.남편을 찾았읍니다.남자화장실앞에서.그런데 한참 있어도 안 나오더군요.
아뿔사! 이인간이 날 두고 갔군!잠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땐 영어도 잘못하고 미국에 대해 아는 바도 없던 터라 황당하기도 하고 앞날이 캄캄하더이다.
수중에 동전 한잎 없고 밤은 깊어가고.
그래도 제가 기지도 좀 있어놔서 그 휴게소 관리자를 찾아갔지요.
더듬더듬 설명.관리인 흑인노인네가 전화를 걸더군요.하이웨이패트롤이래나..고속도로에서 달리고 있을 남편을 잡아오라는 얘길 하나 보더라구요.그리곤 저보고 묻더군요.남편하구 다퉜느냐,뭔 일 있었느냐,작년에 어떤 부부가 싸우고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도 해가면서..흑흑흑..전 잠시 생각했어요.내가 잘못 한게 뭐 있을까?
밤이 깊어 하늘엔 별이 더 많아지고..거기가 오하이오주라나 어디라나..관리인 노인이 허름한 사무실앞에 의잘 하나 놔주곤 기다리라고 하대요.반드시가 아니고 아마도 남편이 돌아 올거다 하면서..
하이웨이패트롤은 다른데 연락 받고 가야한다고 그냥 왔다 가고,전 하염없이 창고같은 사무실앞에서 칠흑같은 어둠속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어요.
새벽 2시가 넘으니 드디어 자동차 해트라이트가 빛나더니 남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읍니다.
꿋굿하게 잘 버티던 전 그만 눈물이 와락.정말 화도 나고 야속하지만 반갑더군요.그리곤 울먹이며 그 관리인 노인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도와줬다는 말을 하는데 "저 사람이,저 사람이..꺼이꺼이.."남편은 갑자기 화를 버럭,'왜,저 사람이 해꼬지했어?"하는 겁니다."인사드리라구"
남편은 제가 그냥 뒷좌석에서 고요히 자는 줄 알고 끝도 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한참후에 제가 없음을 감지했다더군요.
그래서 나이아가라폭포 추억은 물건너 가고 고속도로 미아될뻔한 일만 기억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