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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런 좋은 시어머님도...


BY 심심해 2000-07-24

물론 저의 시어머님 얘기가 아니죠!!!
저의 언니의 시어머님이랍니다. 대신 자랑하려구요... 요즘 시어머니들 욕 많이 드시고 있지만 이렇게 칭찬하고픈 시어머님들도 있더라구요... 에고 부럽당..

저의집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예요. 저도 시집올때 제가 직장생활해서 모은 돈으로 혼수를 해왔죠. 저의 부모님은 정말 돈 한푼도 안들이고 딸 시집보냈답니다. 오히려 남은 돈도 다 드렸으니... 저의 언니도 직장생활하면서 모은돈으로 시집을 가려고 했죠! 근데 저의 친정 어려운 살림에 언니가 모은 돈을 써버리고 남은 돈으로 혼수장만 하려고 하니 돈은 턱없이 부족하고...
근데 그 형편을 아신 언니의 시어머님이 언니에게 돈을 주시더군요. 형부가 알면 언니가 자존심 상할 수도 있으니 시어머니와 언니만의 비밀로하구요. 지금도 형부와 시아버님과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답니다. 언니는 시어머님이 주신돈으로 혼수를 장만해서 시집을 갔습니다.

시어머님은 당신도 시어머님을 아직도 모시고 계세요. 그것도 아주 까다로운. 시집살이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더 시집살이 시킨다는 말도 다 맞는건 아닌가봐요. 암튼 당신이 아직도 고되게 시집살이를 하고 있어서 언니는 편하게 해주고프시대요.
그래서 외아들인 울 형부랑 언니는 따로 살고 있어요.
모든 고추장 된장을 비롯해서 밑반찬이랑 쌀이랑 그 시어머님은 언니와 형부가 먹기 편하게 일일이 한끼씩 포장해서 보내신답니다. 쌀까지두요... 대단하죠? 당신은 언니집에 잘 오시지도 않아요. 불편할까봐요.

언니가 갈때마다 용돈주시고 데리고 나가 옷사주시고... 집에서 결혼했다고 아무렇게나 입고 살지 말라며 항상 언니를 챙겨주신답니다. 언니의 생일이 되면 일찌감치 예약해서 밥사주시고 시어머님, 시아버님이 따로 언니생일 선물을 해주시지요.

명절이나 제사날에도 울 언니는 아무것도 안한답니다.
미리 가보면 시어머님이 밤잠 안주무시고 다 해놓으셨다고 하더군요.

저번 토요일에는 그 시어머님의 생신이었습니다.
언니는 생신상 어떻게 준비하나 걱정하며 전화를 걸었는데 점심과 저녁은 나가서 외식으로 떼울거고 아침만 손님들 오셔서 먹을거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더래요. 이미 장도 다 봐놓았고 언니가 시장봐서 음식준비 하는게 더 신경쓰이고 하니까 제발 음식준비하지 않는게 본인을 도와주는거라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해파리냉채만 두접시정도 분량으로 사오면 된다고 하셔서 언니는 미안한 맘에 선물이라도 사서 드렸나봐요.

울 부모님도 몇번 초대해서 그집가서 함께 어울려 놀고 먹고 오셨답니다. 그 시어머님! 크리스마스때 우리 딸 선물까지 챙겨서 보냈더라구요. 울 언니는 아직 애기가 없거든요.

어차피 자식 하나인데 고생시키다 죽을때 남겨주고 가느니 편하게 살게 한다고 언니네 차유지비는 전부 시댁에서 내주시고 이번엔 아예 집을 사주셨어요. 그것도 45평이나....
자식이 하나면 오히려 끼고 살려고 하고 며느리가 더 싫을수도 있는데....

저의 시어머님은 몸살만 나도 응급실 모셔가야하고 안부전화만 해도 항상 아프다고 죽는소리해서 자식들 걱정만 안겨주시는데 그 시어머님은 얼마전 하혈까지 하실정도로 많이 아팠는데 아무리 아파도 자식들 걱정한다며 연락도 안하시는 분이예요.

그러니 저의 부모님들은 언니의 시부모님만 보시면 당신딸한테 너무 잘해주시니 절이라도 하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답니다. 언니한테도 저런 시부모님은 세상에 없으니 잘하라고 당부하시구요. 그래서인지 결혼전에는 맘고생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살아서인지 안되었던 언니의 얼굴이 시집간후 얼마나 여유롭고 좋아졌는지 몰라요. 비록 아기는 아직 없지만 연하인 형부와 알콩달콩 무지 재밌게 잘 살고 있어요.

저도 언니를 통해 세상엔 이런 시어머니도 있구나! 한답니다.
시집간 딸은 친정오면 친정엄마 팬티까정 가지고 간다는 말이 있지만 저의 딸들은 항상 친정에 갖다주며 살고 있어요.

제가 이 글을 쓰는건 이 글보시고 비교해서 속상하라고 쓴게 아니예요. 저도 완전 꽉막힌 시어머님밑에서 맨날 눈물쏟고 잠못자며 살았거든요~ 어른이라 무조건 대접받으려 하기보다는 대접도 대접받게 행동해야 대접받는거 같아요. 그쵸???
모든 시자만 들어도 경기하시는 우리 며느리인 아줌마들에게 좋은 시어머니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려구요.
이 글읽고 시어머님과 비교해서 괜히 한숨쉬진 마세요.
저의 언니는 참 낙천적인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복이 많은거 같아요. 저도 아무리 힘들고 속상해도 좋게 생각하고 낙천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말도 있잖아요.
모두 오늘부터라도 뭐든 좋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요. 찌푸리고 있음 오던 복도 달아날거에요.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