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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밟기 ...... (3)
BY 바람과나무 2000-08-09
떠날 준비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가십시오.
- 이 정하 -
바람이 나무에게..
이번 휴가에서 내가 당신이 있는 도시를 등지고 되돌아오기 전에 난 아무리 잊으려 해도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듯한 7개의 숫자를 눌렀었습니다. 콘도의 지하에 있는 슈퍼로 달걀을 사러 간다고 하며 지갑을 들고 나올때까지만 해도 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슈퍼앞에 있는 초록빛의 공중전화가 강한 지남철 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듯 했지요. 시간은 저녁 6시.. 영업준비를 보통 4시 30분이나 5시경이면 시작 했으니.. 아마 그 시간쯤에는 카운터에 ?瞞?있으리라는 막연한 짐작뿐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7번째 숫자에서 망설여짐은 어쩔 수 없는 내 몫의 갈등이였습니다. 눈을 질끈 감듯이 꾹 누른 "1"이라는 숫자.. 세번의 신호음이 가고 딸까닥 동전 떨어 지는 소리에 이어 들린 목소리는 당신이 아니였습니다.
내 짐작이 맞다면, 당신의 아내인 듯...
혹? 그 당시 당신이 옆에 있었고, 전화를 받은 분이.."그냥 끊네?" 하며 갸우뚱 했다면, 당신은 그 전화의 주인공이 나였음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요? 이제는 아닐 것 같네요...
당신의 아내..
처음 내게 먼 친척 여동생이라고.. 가끔 빨래를 해주고.. 청소를 해주기 위해서 들린다던 그분또한 잘 있겠지요..
후후~ 아직도 그 대목에서는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당신도 이해 하겠죠?
언제인가 황선배가 그 먼 친척 동생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흘리듯이 했었지요. 그런데도 난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후후~
황선배는 이렇게 말 했었어요.. "밥해주고 빨래해주면서 함께 사는 여동생이 있다고..." 그 함께 사는 여동생과의 사이에 딸까지 있다는 말은 빼고... 후후...
씁쓸함은 헤집으면 상처만 아프죠... 그 부분은 이만 접어야 겠네요.
참! 7번 테이블의 그네 같은 그 흔들의자 잘 있나요? 당신이 만든 의자.. 내가 처음 앉을 때 출렁이는 움직임에 깜짝 놀랬었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황선배나 당신은 재미있어하고..
가게 인테리어를 새로 바꾸며 그 의자만은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 갔다는 소리를 들었지요.. 미련스러운 고집때문인가요? 아니면 추억 때문인가요?
요즘 당신은 그 흔들의자에서 아이들과 낮잠을 자곤 하겠군요. 이제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네요. 3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성숙시켰는지 아니면 시간의 약이 상처를 치료 했는지..
이제는 흔적 밟기를 마감해야 겠지요?
음.. 결론... 결론은.... 과거형으로..
바람이와 나무는 사랑했었습니다...
안녕...... 나는 이제 다시 [시간의 약]을 복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