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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왜안나오는지 좀 알려주세요..


BY 미정 2000-08-21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시인: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